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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주공 단(周公 旦)은 나라를 움직임에 선결할 문제로 인재 영입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인재가 찾아왔다는 하인의 전갈을 들으면 비록 목욕 중이라도 젖은 머리를 부여안고 나오기를 세 차례나 했고, 혹 식사 중에 인재가 찾아오면 입안의 음식 토하기를 세 번이나 하며 그 사람을 맞이했다.

'일목삼착 일반삼토(一沐三捉 一飯三吐).'

이를 인재를 구하는 귀중한 고사로 삼고초려에 비견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 접빈객의 도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손님이 오면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도 맞이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손님을 가장 많이 맞는 곳이 문중의 종갓집이다. 종갓집의 주된 임무는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봉제사 접빈객이다. 그래서 손님이 오면 찬물 한 그릇이라도 반드시 먹여 보내야지 빈속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와 염치가 없는 무례한 짓으로 여겼다.

안동에 퇴계 종택의 추월한수정 문에는 '폐독서 개영철(閉讀書 開迎輟)'이라는 글이 붙어 있다. 문을 닫으면 독서를 하고, 문을 열면 손님을 맞이한다는 말로 종손 어른의 생활 철학이 담긴 말씀이라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퇴계 선생의 16세 종손이신 이근필 옹은 손님이 오면 비록 어린아이일지라도 무릎을 꿇고 대해 공경을 다한다. 독서를 생활화 해 새해 문안인사를 여쭈면 필독 도서를 추천해 주시고, 당신이 읽어 감명을 받은 책이 있으면 주위에 소개를 함과 동시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내용을 요약하여 말해 주신다. 모두 할아버지 퇴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예전 선비들은 어렸을 때 일신의 교양을 공부하고자 '소학'을 읽었는데 그 안에는 '소쇄응대(掃灑應對)'라는 단어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 쓸고 물을 뿌려 공손히 손님을 맞는다는 말이다. 역시 손님맞이하는 도리요 방법을 가르친 것이다. 그만큼 손님은 우리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요, 만남은 자체로 소중하다는 이치다.

올해는 생각지도 않게 학교를 방문해 교사와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할 일이 생겼다. 아직 기력이 있을 때 재능기부라도 하면 사회에 나의 존재 가치를 보이는 듯도 하고, 강의 준비로 책을 읽는 보람도 있어 기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를 방문하려니 소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게 된다. 모 학교 교무실 문을 열며 오늘 있을 학부모 교육 강사라고 인사를 하는데 관리자가 컴퓨터에서 눈도 떼지 않는다. 그러면서 교감 앞자리의 응접세트도 아닌 교무실 구석 한편의 자리에 앉으란다. 옆에 있던 교무실무사가 오히려 어쩔 줄 모르고 미안해하면서 차를 권할 정도로 상황이 어색하다. 대개는 친절하게 맞아줬지만 감정 상하게 한 것이 강한 기억으로 남았는지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나 바쁘기에 그럴까. 바쁘면 마음의 여유도 사라져 참으로 곤핍한 인생이 되겠다는 우려와 함께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기본에 어긋나는 행동은 안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에게 따스한 차를 대접하면서 바쁜데도 우리 학교에 와서 귀중한 강의를 해 주셔서 고맙다 하면서 강의와 적절하게 연관되는 학교의 당면 과제가 있을 시 나누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바빠서 한가할 겨를도 없겠지만 관리자는 그런 거 하라고 봉급 받는 거다. 학교에 온 민원인을 따스하게 대해 자칫 큰일이 될 뻔한 것도 오히려 쉽게 풀렸던 경우도 있다. 근무했던 사람으로 학교를 방문해 더 눈에 걸리는지도 모르고, 나이가 들어 섭섭한 것이 늘어나서 그런 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근무하는 곳을 집이라 여긴다면 모처럼 방문한 손님에게 아무리 바쁘다손 일반삼토는 못할지언정 최소한의 접빈객 도리로 예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극히 작은 일례로 살핀 주마가편의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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