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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고등학교 때 김형석 교수의 '고독이라는 이름의 병'을 읽고 설레어 하얗게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다. 고독이라는 단어가 정말 멋지게 들렸고, 철학이라는 학문이 좋아 보여 대학 때는 철학서적을 탐독한 적도 있었다.

현대 사회에는 고독이라는 이름의 병이 만연하고 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사람이 급증하니 애완견 가게랑 동물병원이 호황을 누린다. 앨빈 토플러가 예견한대로 고독은 레저산업과 영화 및 연주회의 번성으로 이어질 것이며, 외로움을 못 이긴 때문에 마약이 성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휴대폰으로 온갖 일을 다 하게 되니 같이 밥 먹으면서도 폰에 몰두하여 정작 가까운 사람은 멀리하고 먼데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이상한 교류까지 나타나며 쇼셜 매체에 일상을 올리는 만큼 고독은 더 절실해지는 듯하다. 그러면 인간적 접촉은 어떤가. 과거 마을사람들이 대동이라는 의식으로 마당을 열어 흥을 나누던 일이 도시화가 되면서 소공동체에서의 예의도 필요 없어지고, 따라서 배려나 협동도 무의미한 단어로 되어 간다. 마을 어르신께 드렸던 진지 잡수셨냐는 정담어린 인사도 아파트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어렵고 어색한 인사다. 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은 더 이상 한동네 사람이 아니라 호텔 투숙객과 비슷하여 승강기 안에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불편할 지경인데 남이야 밥을 먹었던 안 먹었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고독감을 떨치기 위해서는 응당 자신을 희생해야 하나 점차 고독에 길들여지고 나태해져 고독의 함정에 더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를 떨치고 일어날 의지와 힘도 점점 희박해지면 패거리나 모임 또는 집단에 듦으로서 겨우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 게다. 고독을 피하려 하지 말고 즐기려 든다면 생산도 하고 창조도 할 텐데.

단양 재직 때 성공학 강사를 모셔 교직원 대상 연수를 했다. 강사가 단양 온 김에 다음 날 소백산 등산을 한다기에 마침 나도 친구들과 제비봉 산행 예정이니 같이 오르기로 하고 관사에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에 그 강사 왈 '교장 선생님은 혼자서도 정말 잘 노시는 분'이란다. 이유인 즉, 퇴근 후 독서와 집필 그리고 차 마시기, 새벽엔 활을 놓은 후에 대금 불기랑 짬 내서 채마밭 가꾸기 하는 모습이 생경하더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홀로 있음을 겁내는데 너무 편안하게 혼자 시간을 누리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며 앞으로 강의 때 사례로 써도 좋으냐 하기에 칭찬인줄 알겠다. 이후 생소한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면 '혼자서도 잘 노는 김 모'라 하게 되었고.

지위가 오를수록 고독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 선배교장들이 부임 후 6개월 동안은 전화 오는 것까지 반갑다 하지 않던가. 교감 때는 직원들과 아웅다웅 지내다가 교장실에 덩그마니 놓여 외로움을 느끼어야 하므로, 그 좋은 시절 교장도 못하고 이제사 하는 초짜 교장들은 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 고독을 즐겨야 감미로운 맛이 날지니.

외손자가 태어나자 기쁨과 함께 정작 나는 집안사람의 모든 관심에서 소외된 할아버지로 밀려나게 되었다. 게다가 아내가 수시로 손녀를 보려고 집을 비우는 통에 덩그마니 홀로 내쳐지게 되니 이제는 그만큼 크게 다가오는 고독도 감미롭게 음미해야겠다. 혼자서도 잘 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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