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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오랜 만에 눈병이 났다. 80년대 부설중 재직 때에 눈병에 걸렸었으니 무려 30년 만이다. 그때 핏줄 어린 눈으로 학생을 대하기 미안하여 선글라스 대용으로 설산용 고글을 쓰고 교실에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평소처럼 질문에 대답도 안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너희들 왜 그런가 물었더니 눈을 마주치지 못해 그런지 너무 어색하단다. 중간고사 감독에서는 학생들이 놀랍게도 커닝 시도조차 안하고 미동도 없이 시험을 보더니 고사 종료 후 답안지를 내려고 나온 학생이 '선생님! 너무 잔인해요'라 하여 실소를 머금었던 기억도 있다. 대화건 시험 감독이던 눈을 맞추는데서 관계가 성립되나보다.

이번에는 눈병이 제대로 걸렸다. 토요일 저녁 무렵에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듯 불쾌하던 것이 잠결에 눈이 고통스럽더니 다음 날 아침에 거울 속에서 눈이 퉁퉁 부어오르고 눈알이 새빨갛게 변한 위에 눈물까지 고였다 흐르는 흉측한 몰골의 인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화들짝 놀라 월요일 첫 손님으로 진찰을 받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 눈을 위 아래로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별다른 치료도 없이 유행성 결막염이라고 진단한다. 향후 주의사항으로 절대 물로 씻지 말 것. 안약 이외에 다른 일체를 눈에 넣지도 말 것. 정히 눈이 붓고 아프면 냉찜질이나 하란다. 이런! 내가 한 것은 철저히 정반대로 한 거였다. 뻑뻑하여 불쾌한 눈을 물로 여러 번 씻었고, 그래도 효과가 없어서 9번 구은 자죽염을 물에 타서 눈을 씻는데 따끔거려도 참으며 소금물로 계속 눈을 닦아 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차 마시며 데워진 찻잔으로 눈에 온열 찜질도 했다. 문향배로 차를 마실 적에 찻잔으로 눈가를 문질러 주면 눈의 피로가 풀린다는 말을 들은 바 있고, 읽어야 할 책과 강의도 금방 있기에 급한 마음에 눈병을 예방하고자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였던 것이 역으로 조치한 거다. 덧붙여 선생님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20여일은 고생해야 된다며 가족에게 눈병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란다. 할 일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려 야단이라고 걱정하는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지랖 넓게 가족까지 염려해 주니 기가 차다. 가족이라야 달랑 마누라 한명이 전부이지만 잘난 남편에게서 자칫 병이라도 옮으면 원망이 얼마나 자심하겠나 싶어 내가 먼저 수건을 비롯하여 생활공간을 따로 구분하고 쓰기로 조심을 시키려니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 창궐로 인한 시대 상황과 비견된다. 당시 죽음의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신앙에 의지하려 성당에 모였는데 빽빽한 신도 속의 잠재적 병객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병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전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병든 부모나 자식을 산채로 내다 버리거나 집에 불을 지르는 현상으로 급기야 사회공동체가 해체되고 가족제도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나타났었다. 이제 친구를 만나도 손을 잡지 못하고, 같이 밥을 먹기도 찜찜하여 바깥출입을 자제하려니 점점 외톨이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건 그렇다 손 '찾아가는 선비교육'과 여타 강의 일정을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불가피 책을 보려니 눈에서 피눈물까지 뚝뚝 흐른다. 이러다 자칫 실명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두어 시간 독서 후 한 시간의 냉찜질로 달래는데 이리 고생하는 나를 위로한다는 친구들의 말이 놀랍다. 친한 사람은 '그렇게 빨빨거리고 전국을 쏘다니더니 잘 됐다'며 놀리고, 점잖고 학식이 있어 아직 대학 강단을 오가는 선배는 '거 남 몰래 못 볼 것을 보느라 그런 거 아녀·'라고 인품까지 흔드니 모두 욥의 친구들 심보에 다름없다. 20여 일을 빨간 눈으로 지낼 나의 입장을 살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처럼 나를 아껴 주는 사람도 없다. 건강할 때는 몸의 존재도 모르다가 아플 때야 비로소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가능한 한 몸을 느끼지 말고 살아야지. 그런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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