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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중국의 유명한 수필가이자 차인(茶人)인 임어당(林語堂)은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객인(客人)이 적어야 한다고 하였다. 혼자서 차를 마시면 이속(離俗)이니 속세를 떠났다 이르고, 둘이서 마시면 한적(閑寂)하다 하였다. 서너 명이 마시면 유쾌(愉快)라 하여 도도한 즐거움이 있으며, 대 여섯이 마시면 저속(低俗)하고, 예닐곱이 마시면 박애(博愛)라 비꼬아 말하여 차 마시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흥취가 반감됨을 우려했다.

실상 혼자 차 마시는 경우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시켜 먹는 것처럼 청승맞게도 보일 수 있으나 정작 고즈넉한 즐거움이 있다. 휴일 혼자서 국악이나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거실에서 차를 따르노라면 차향이 먼저 방안을 채우고 이어서 따스한 찻물이 온 몸을 향기롭게 만든다. 몇 잔을 마시다 보면 어느덧 차가 내가 되고 내가 차 안에 있어 차향으로 몸을 꽉 채우게 되니 내쉬는 숨에서도 차향이 담겨 밖으로 넘쳐나게 된다. 가히 이 정도면 정말 속세를 떠난 정도가 아닐까.

차의 가격 고하나 차 맛의 달콤함을 떠나서 다만 차를 마실 수 있어 좋고, 차향이 온 주위를 채우니 행복할 뿐이다. 혼자 마시면 혼자 마시는 대로 둘이 마시면 둘이 마시는 대로 좋은데, 정말 묘한 것은 차 마실 때의 심기에 따라 맛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차임에도 차를 우려 주는 팽주의 기분이나 마시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맛이 좋았다가 나빴다 변한다. 이러한 것을 심리학에서는 정합상태라 했던가.

우리나라 사람 중에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고 둘이 있으면 놀 줄을 몰라 시간을 헛되이 쓰는 사람들이 많단다. 이렇게 혼자 놀 줄 모르는 사람에게 차를 권하면 어떨까. 차를 마시면 따스한 찻물과 함께 몸과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외로움이 아니라 감사와 다행이다. 차를 마실 수 있어 고마우며 이런 기회까지 다행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요즘 대두되고 있는 '회복탄력성'에 심장호흡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역시 감사와 다행을 강조하니 신기하다. 그 방법은 마음을 심장에 모두어 길게 호흡을 한다. 5초간 4-5회 길게 숨을 들이쉬고 내 쉬며 감사와 다행을 주제로 마음을 따스하게 가지라는 건데, 그 방법을 실생활에 적용하면 분기탱천하여 일을 그르칠 염려는 없을 것 같다. 하여 필자가 모시고 있는 선생님들에게도 심장호흡법을 해 보도록 알려 드렸다. 결과는 아직 모르나,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학생들에게 강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는 못 하더라도 마음이 착하니 다행이라 하고, 수학은 힘들어하지만 영어에는 도전을 하니 괜찮다 여긴다면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할 때 단점을 먼저 보는 잘못은 없을 것이라 여겨서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장점을 먼저 본다 하니 심장호흡을 한 연후에 학생을 대하면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분노하지 않고 현명한 지도를 할 것이요, 모든 학생의 장점을 살펴 진로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다시 내 주된 관심인 학교로 돌아왔구나. 이제 다시 식은 물을 따습게 하여 다관에 새로운 차를 넣고 부어주어야겠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무슨 일이던 어느 경우든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리라던 초심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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