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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오랜 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야!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찌 지냈니?" 하는 질문에 친구 대답은 "응 그냥 대충 살고 있어!"라고 했다. 말은 소박하지만 분명 잘 살고 있다는 의미렷다.

맡겨진 과제를 추진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동료들이 던진 말도 "어이! 너무 잘 하려 하지 말고 대충 대충 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호랑이를 그려 내라는 과제에 정 안되면 고양이라도 그려내야만 하는 직장 분위기를 강조하여 너무 꼼꼼히 챙기려다 기일 어길까 염려해 주는 말이렷다.

대충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대충(代充)은 다른 것으로 채운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고, 비슷한 뜻을 가진 말에는 적당히, 얼추, 얼렁뚱땅, 대강, 대강 대강, 대체로, 대개, 대략, 대체 등이 있다. 그러니 대충은 대강 대강 설렁설렁하여 목적에 근사하게나 하면 된다는 말뜻이구나. 겸손하고 소박하게 보면 잘 하는 것이고, 목적을 중시하여 보면 과정보다 결과에 더 신경 쓰는 것도 대충이 가진 또 다른 의미이겠다.

그런데 대충의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다가 똑같은 말을 또 하나 발견했다. 바로 대충(對沖)이다. 발음은 똑 같으나 그 의미는 앞의 대충(代充)과 사뭇 다르다. 대충(對沖)은 방위가 서로 똑바로 맞섬, 호충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풍수에서 방위를 얼마나 철저하게 지키는가. 약간의 오차가 자손의 길흉화복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한다고 여겨 지극히 세밀하고 정치하게 방위를 살피지 않는가. 그런 연유로 방위를 생각하며 다시 대충에 연관된 말을 찾아보니 지지칠충도가 눈에 띈다. 지지칠충도의 밖에는 간지가 두르고 있는데 화살표가 각기 밖으로 치솟아 있다. 서로 극을 이루고, 방위가 맞서는 것은 상극으로 흉조라 하여 우리가 결혼식 등 대사에서 관심 보이는 사주도 여기에서 출발한단다.

여기서 화살표의 방향을 역으로 돌려 안으로 향하게 하여 자구를 찾아보니 상극이 아닌 중용(中庸)이요, 대하여 가운데 있어야 하는 대충(對沖)이 바로 중용과 비슷한 의미로 나타난다.

말이 번잡하고 늘어졌다. 쉽게 보니 대충(對沖)은 12간지의 특성을 화합하여 가장 조화롭고 이상스러운 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이라 한다. 금년이 청양 띠라 하던데 미(양띠)생의 특성은 어떠한가. 인정 많고 화목하며 부드러운 평화 성격을 갖추고 있다 한다. 부드러운 내면에 고집과 승부근성을 아울러 갖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대충은 각 12간지의 특성을 고루 융합하여 절대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아우름을 유지하니 중용과 버금가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충(對沖)산다 함은 대강 대강 설렁 설렁 하는 것이 아닌 모나지도 않고 남지도 않으며 완고함도 없이 조화를 담당하는 중용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무릇 강한 것은 부러지고 완고한 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부드럽게 경직되지 않은 사고와 자세로 사는 것이 중용에서 희구하는 것이요, 바로 이렇게 사는 것이 대충 사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 이제부터는 귀가 순해질 나이도 되었으니 대충(代充)살지 말고 대충(對沖)살아야겠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대충살기 시작한다면 점차 대충사는 분위기가 퍼질 것이고 그리하다 보면 유교사회의 이상향인 대동사회(大同社會)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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