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병규

상당고 교장

그동안 주례 부탁이 오면 정중히 사양하였더니 정작 60이 넘도록 주례할 기회가 없었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주례부탁이 들어왔는데 그 사람이 누군가 했다. 십여 년 전에 직지박물관 앞 찻집을 지나다가 초면의 사람들과 찻자리에 동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사람이란다. 수인사만 나눈 듯 한데 주례를 부탁하여 난감해하다가 한번은 주례 해 봄이 좋으리라 여겨 수락했다.

다음은 주례에서 한 말의 요지.

저는 찻자리에서 만난 인연으로 주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혼인하는 신랑 신부는 제주 올레를 걷다가 길에서 만났다 하니 만남은 우연에서 필연으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은 3단계로 이어진다 합니다. 첫 단계는 로맨스입니다. 지금 신랑 신부의 입가에 번져있는 행복한 미소와 짝꿍을 향한 사랑어린 눈길이 바로 로맨스입니다. 로맨스 시절에는 배우자가 방귀를 뀌어도 사랑스럽고 트림을 해도 귀엽습니다. 그런데 이 로맨스 기간이 몇 년 지나면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드는데 환멸입니다. 환멸단계에서는 내가 배우자를 위하여 변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배우자가 나를 위하여 변화해 주기를 바라며 서로의 장점으로 여겼던 것까지 단점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 환멸단계가 중요합니다. 잘 지나면 기쁨의 다음단계로 올라가지만, 포기하면 무늬만 부부로 님이 아닌 남으로, 무덤덤하기 그지없는 체념 단계로 전락하게 됩니다. 기쁨으로 넘어가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매순간 배우자를 사랑하리란 결심을 해야 합니다. 상대의 단점만 꼬집기 보다는 장점과 로맨스 시절의 믿음직했었던 점을 찾아내고 나를 낮추어 내가 먼저 변화하리란 결심을 하면 자연스레 그 배우자가 나를 먼저 배려하는 따스한 분으로 다가오게 되지요. 그러므로 로맨스, 환멸, 기쁨의 세 단계는 결혼생활을 누리면서 꼭 기억해야 할 3단계요, 이 결혼을 아름다이 끌어가기 위하여 '사랑은 매순간 결심하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신랑 신부님은 정말 보기 좋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좋으니 눈에 콩깍지가 씐 두 분이야 서로가 이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이겠지요. 이렇게 결혼 처음에는 멋진 사람으로 다가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좋은 사람으로 보일 겁니다. 남편을 위한 배려 자식을 위한 헌신을 하는 좋은 사람입니다. 더 나이 들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자리도 잡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를 잡아갈 테니 이제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 더 있습니다. 인생을 해로할 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옆에 있는 배우자입니다. 옆구리가 시리지 않도록 등허리가 가렵지 않도록 온기를 전해줄 옆 사람은 곁에 있기만 해도 고마운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배우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 있다면 내 배우자를 더 멋지고 좋으며 훌륭한 사람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두 사람을 축하해 주러 오신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 분들께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인생과 비슷하다는 마라톤의 예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라톤은 실상 혼자 뛰는 것이 아니랍니다. 곁에서 초반 레이스를 조절해 주는 사람, 중반에 고비를 잘 넘겨주는 사람, 마지막 피치 올릴 때 같이 달려주는 동반자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잘 해 주면 마라토너가 완주도 하고, 잘 하면 우승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인생의 동반자로서 결혼 생활에 모범을 보이고, 같이 뛴다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 주시는 것이 오늘 결혼하는 두 분에게 드리는 진정한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결혼생활을 하기 바라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인사로 주려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