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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3년 전 충주 모 골프장에서 만난 롯데 여행사 직원의 설명을 들으니 적립식이면 우리가 언감생심으로 여겼던 크루즈도 갈 수 있단다. 드디어 평생 잘 대해 준 곁지기 아내랑 동부 지중해 크루즈를 다녀왔다. 헌데 알고 보니 같이 여행하는 26명 거의가 골프장에서 엮였단다.

첫날 물의 도시 베니스 관광 후 승선을 하려는데 가장 나이 많으신 분 일행이 안 보인다. 나중에 들은 즉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외국 유학의 회화 실력으로 크루즈 접수 직원에게 직접 짐을 부쳤는데 정작 다른 크루즈 선에 입선 수속을 한 거다. 가이드가 30여분 가량 동분서주하며 찾아다니는 동안 남은 일행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90세 어르신들이 오자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었다. 모두들 매너가 있어 보여 이번 여행이 저윽 안심된다.

크루즈 여행은 패키지와는 또 다르다. 여유로운 일정과 풍족한 식사는 기본이며 아웃도어를 입고 온 당구장 김 대표가 옷을 잘못 준비했다고 후회한 것처럼 의상도 여러 벌 필요하다. 배 안에서의 생활 자체가 여행인 크루즈는 나만의 스케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롯데 여행사 제공의 세 차례 유료 식사 서비스를 포함하여 저녁마다 레스토랑 정찬을 한 호사 때문에 우리 부부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하였다. 바다를 누리며 선상 길도 많이 걷고 activity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여 46칸에 사인을 받은 뒤 최고 기념품도 받았다. 가이드는 이제껏 스무 칸짜리 한 장 채운 경우도 못 봤다며 놀라는데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평소 하루에 한번 헬쓰하기도 어려웠는데 두 번도 했더니 어깨가 더 두터워진 듯 하여 빨리 드라이브를 잡아 다져진 근력을 시험해보고파 좀이 쑤신다.

이코노미 석은 장거리 비행의 족쇄라 공항에서 간신히 통로 쪽 좌석을 확보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독일 스튜어디스가 오더니 배를 남산처럼 표현하며 임산부를 위하여 창가의 빈자리로 옮겨주면 고맙겠단다. 왜 하필 우리람· 일단 다른 곳을 먼저 알아보라 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내가 선비로 처신하려 마음을 정했거늘 구차한 행동을 보여 부끄럽고 그 스튜어디스가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정하는 모양에 더욱 좌불안석이다. 이번에는 젊은 동양인 여성이 다가와서 한국인이냐 묻더니 본인이 임신 중임을 헤아려 어렵게 얻은 나의 자리를 양보해 달란다. 여인이 울먹이며 말을 해서도 아니요 스튜어디스가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본 때문도 아니라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하여 반성을 하던 터였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음 편히 앉으라 하고 이내 자리를 비워줬다. 두 명의 금발 스튜어디스가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매 소소한 일 갖고 이러지 마시라고 손 사레를 치면서도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 착륙 즈음에 여인이 감사의 선물로 초콜릿을 건넨다. 같은 나라 사람인 줄 몰라 미안했다고 하자 독일에 있던 중 임신 초기의 아이가 염려된다는 의사의 말에 한국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을 참이란다. 너무 염려하지 말라 위로하며 나중에 아이에게 휴대폰 던져 주고 밥 먹는 엄마는 되지 말고 명오가 깨인 아이랑 도산서원도 방문하라 하였다. 우리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 도산서원에서 현장 발표를 시킨 때문인지 공부도 잘하여 지금은 의학박사라고 하는데 여인이 솔깃하다. 비결을 묻기에 부모가 공부에 모범을 보이고, 아이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을 마련해 주려 노력하면 된다고 하자 감사하다며 후일 도산서원을 꼭 찾겠단다.

선상 일출을 바라보면서 좋은 여행을 하게 해 주어 고맙다며 아내 어깨를 감싸주고, 비슷한 연배인 영주 부부랑 골프로 재회 약속도 하고, 별일도 아닌 자리 양보로 루프트한자의 스튜어디스에게 자그마한 감사 선물까지 받으니 쑥스럽지만 기분은 좋다. 바다를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형제들 내외랑 크루즈를 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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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