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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크고 작은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건배사인데 그 종류가 많아 연말이면 작은 수첩이나 파일로 된 정리본이 나돌아 다닐 정도이다. 당일 모임의 구성을 감안하여 한 두개의 건배사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재치 있다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 건배사에 노래가 등장하기도 하고 儒者의 모임에서는 기소불욕에 물시어인으로 화답하는 등, 모임의 성격에 따라 건배사는 더욱 다양하게 변화한다. 이제 초기의 문장 식 건배사가 시일이 지나면서 머리 문자인 이니셜에 막대한 의미를 담거나 각종 사연을 축약하는 모양새로 유행하니 외우기도 어렵고 잔을 들어 배운 건배사의 의미를 새기기조차 쉽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자 필자는 잠깐 웃게 만들며 머리를 혼란하게 하는 것보다는 평범하더라도 서술형 건배사가 차라리 더 낳겠다는 생각이다. 대다수의 건배사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자리가 파하기도 전에 이미 잊어버리는 것들이 태반이라 단지 스쳐 지나가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 더 많다. 그 와중에 머리를 강하게 때리는 건배사가 하나 들어왔다. '우리가 남이가!' 경상도 식이니 충청도 표현으로는 '우리가 남인가!'라는 말이다.

이거야 말로 매우 심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는 나와 너로 성립되는데 결국 너와 나는 하나라는 뜻이 아닌가. 속 뜻이 우리는 하나로 똘똘 뭉치자는 말이거나 군소리 말고 가족처럼 여기고 일하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흔한 단어는 없을 성 싶다. 서양 사람이라면 '나의'로 시작할 말을 우리는 모두 '우리'라 표현한다. 그들의 나가 곧 우리이다. 내 마누라가 결코 공동 소유물이 아님에도 우리 마누라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바로 나요 내가 곧 우리인 셈이다. 요즘은 혼 밥이니 혼 술이라 하여 혼자 술 먹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지만 한국 사람은 술을 먹으러 가도 친구가 있어야 하고 일본 사람은 혼자도 잘 간다. 왜냐하면 한국은 인자(仁者)의 나라요, 일본은 지자(知者)의 나라라 그렇다. 흔히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는 물을 좋아한다는데, 한국 사람은 산으로 여행가기를 좋아하고 일본 사람은 물가로 가는 경향에서 잘 드러난다. 인자는 우리를 강조하고 지자는 나를 강조한다. 나와 너가 우리로 잘 지내면 군자이며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거고 관계가 좋지 못하면 소인이고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한다.

공자가 구이(九夷)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 한 것도 결국 우리를 강조하여 군자적 삶을 사는 동방 사회에 대한 기대이다. 우리나라는 태초부터 홍익인간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것처럼 인본주의적이며 우리를 강조하는 건국이념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의 장점이요, 우리라는 인식을 도탑게 하는 배경이 된다.

우리가 존중받는 사회는 유교의 이상인 대동사회이다. '큰 도가 행하여지면 천하가 공평무사하게 되어, 덕있는 사람이나 재능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고, 신의와 화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모나 자식만을 친애하지 않는다. 노인은 안락하게 여생을 마치게 되며 젊은이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환과고독(鰥寡孤獨) 및 폐질자도 모두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땅에 떨어진 남의 재물을 줍지 않고 여력이 있어도 자기만은 위하지 않으므로 간사한 모의가 생겨나지 않으며 도둑질이나 혼란한 일도 생기지 않아 문을 닫지 않고도 안심하고 생활하니 이를 대동이라 한다'.(예기 예운편)

결국 '우리가 남이가!'는 나와 네가 모두 행복한 유교의 이상이자 대동사회의 구현을 바람과 동시에 단군의 가르침인 홍익인간 정신이 배어든 말이라 하겠다. 단군의 자손인 우리 한민족은 평생 인자와 군자를 갈망했던 공자가 들어도 미쁠 말을 술자리에서 건배사로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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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김진현 ㈜금진 대표이사

[충북일보] 독일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의 실험에서 유래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는 법칙이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오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온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는다는 뜻이다.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은 벽지·장판지 제조업체 ㈜금진의 김진현 대표이사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을 이에 비유했다. 서서히 악화되는 경기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결국 도산에 직면한다는 경고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중기부의 '존경받는 기업인 10인'에 선정된 김 대표를 만나 현재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들었다. ◇청주에 자리 잡은 계기는 "부천에서 8남매 중 7째 아들로 태어났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선친께서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고 싶었다. 슈바이처를 존경했고 봉사활동을 좋아했다. 인천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인하대학교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다. 의대에 원서를 넣었지만 떨어졌고, 평소 수학과 화학 과목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계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인하대에 원서를 써 넣어 주셨다. 인하대 화공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뒤에도 의대 진학에 대한 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