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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우리 아이들도 나이가 들더니 이따금씩 자기들을 키워준 부모의 육아법에 대한 논평을 한다. 한번은 만약에 어렸을 적에 자기들이 잘 한 점에 칭찬을 해 주었더라면 분명히 더 잘했을 거라나. 아마 죽을 둥 살 둥 잘 하여 지금보다 훨 나은 인생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단다.

자식 키워 준 공은 없다더니 잘 한 것은 기억해 주지 않고 못 한 것만 들추는 듯 하여 한편 고깝기도 했지만 이 참에 칭찬의 장단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칭찬(稱讚)은 '잘 한다고 추어주거나 좋은 점을 들어 기림'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다른 사람의 행동 무게를 저울로 재어 잘한 일이 있으면 말로 선물을 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동전의 양면처럼 칭찬은 잘 한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에 칭찬을 좇다보면 방향성이 흐트러지거나 평가에 집착한 나머지 자존감이 줄어들거나 자아가 불안정해진다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칭찬과 비슷한 말로 격려(激勵)가 있다. 격려의 사전적 의미는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줌'이며 말뜻은 폭포수가 돌 모서리를 끊임없이 때리듯 절벽에 힘을 주어 미는 일을 만 번 정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격려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상태와 모습에 상관하지 않고 다가가서 항상 힘이 되어 주겠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칭찬과 격려는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물론 말하는 사람의 마음자세부터 다르게 된다.

예를 들어 '잘했어!' 라고 하는 말과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말로 구분해보자. 전자는 칭찬의 말이고, 후자는 격려의 말이다.

'잘 했어' 는 나와 상대가 분간되어 상대가 잘 한 것을 평하는 것이고, 잘 할 수 있을 거야는 상대가 잘 할 수 있도록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칭찬은 상대를 객관화시켜 화자가 제 3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하는 것이 격려와 다른 점이다. 상대와 나를 구분하여 대상화하느냐 아니면 상대의 편에 서 있느냐 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차이로 격려는 칭찬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학부모 회의에 간 적이 있었다. 그 학교의 학생이 1천500여명의 학생이고, 학부모회에 참석한 인원이 350여명인데 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어떤가. 1천명의 학생에 학부모회의 참석자는 200명을 넘지 못하니 이유가 궁금하여 직원에게 물으니 대답이 재미있다. "자식에게 실망해서 그렇죠!" 커가는 학생이므로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마음과 사춘기를 지난 자식은 부모가 학교에 출입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유의 답을 예상했는데 하나 더 있다. 어렸을 적의 온갖 기대를 저버리고 평범히 커가는 자식에 대한 아쉬움이나,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똑떨어지는 행동으로 실망을 주는 자식에 대한 아쉬움이 학부모의 발길까지 멀게 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설혹 자녀나 학생이 아무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부모나 교사는 실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격려의 핵심 요소는 조건 없는 사랑이요 믿음에 있다. 이를 토대로 상대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가져다주므로 격려를 해 주면 한번 마음먹은 것을 흔들리지 않고 이행할 수 있는 확고한 자존감도 생기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자기들을 키울 때 설혹 칭찬은 덜했을지 몰라도 커가면서 이따금 만나는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성심으로 격려를 해 준 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이 말을 해주어야겠다. '우리들은 너희를 하느님의 선물로 여겨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단다. 그래서 마음을 따습게 하고 가슴을 열어 너희가 잘 클 수 있도록 성심어린 격려를 많이 해 주었단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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