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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입간판을 들고 사거리에서 오가는 자동차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을 보니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여러 가지 명분으로 정계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심사가 복잡해진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당선 후 목에 기브스를 하는 사람에,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이름 석자 못 지키고 나오는 정치인도 있다. 저들은 어찌 다스리려고 입으로는 봉사한다며 저리 굽실거릴까. 모름지기 정치는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는(人治治人)것이며 인사가 만사라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사람을 쓰려나(用人).

집사람이 그간의 글을 책으로 내자는데 모시던 직원들이 표제와 표지용 사진은 물론 편집까지 해 주어 아담한 문집이 나왔다. 이 책을 가까운 사람에게만 보이렸더니 그 가까운 사람 분별하기가 청첩장 내기보다 더 어렵다. 친소도 문제려니와 나름 고심한 책을 보지도 않고 처박아두거나, 이딴 걸 글이라고 할까봐 조심스럽다. 친한 사람일지라도 내가 아낀 만큼 글을 잘 대해줄까 염려하게 되니, 퇴계선생의 자명(自銘) 중 아패수완(我佩誰玩-내가 지니던 것을 누가 즐기려나)의 심정이다.

일개 야인의 마음이 이럴진대 권력자의 용인이야 오죽하겠는가. 박 정권의 요직에서 군림했던 인간들이 법정에 선 각하를 위하여 총대를 메긴 커녕 변명이나 심지어 윗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차한 모습에서 저런 사람을 채용한 안목까지도 한심스럽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권력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자질로 지인지감(知人之鑑)을 꼽았던 것이다. 용인으로 우리는 인사권자의 마음까지 살피므로 긍긍업업의 심정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 무릇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는데 이 단순한 진리 위에 관계와 능력을 살폈더라면 박정권도 그런 꼴은 안 당했을 것이다. 정은 바르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政者正也)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 안영은 대단한 학식과 능력을 겸비하여 후세에 안자(晏子)라 불리며 존경받는 정치가였다. 그런 분도 사람 알아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토로한 일화가 있다.

제나라에 북곽소는 사냥 그물을 짜고 짚신을 삼아 모친을 봉양하다가 너무 고단한 나머지 인자하다고 소문난 안영을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안영이 돈과 양곡을 주자 그 사람은 양곡만 받아갔다. 얼마 후 안영이 임금인 경공의 의심을 받아 피신하던 차 북곽소의 집을 지나게 되었다. 북곽소에게 절박한 사정을 말하자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라며 심드렁한 인사만 하였다. 실망한 안영이 '내가 이렇게 사람 볼 줄을 모르니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 당연하다.'고 탄식을 하였다. 그런데 안영이 떠나자마자 북곽소는 친구를 찾아가 '나는 일찍이 안영의 인자함과 의로움을 존경해서 어머님께 드릴 양식을 빌린 적이 있네. 나의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게 해준 사람을 위해 내 생명을 걸고 옹호해 드려야겠네' 그리고는 의관을 단정히 하고 친구에게 보검과 대나무 광주리를 들게 한 후 대궐로 갔다. 신하에게 안영의 억울함을 살펴달라며 이런 사람을 잃으면 제나라의 크나큰 손실이니 자기의 머리로 증명하겠다 하고는 친구에게 자기의 머리를 벤 뒤에 광주리에 담아 대왕에게 올려 달라 부탁하였다. 친구는 북곽소의 머리를 신하에게 주고는 '이 사람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제는 제가 이 사람을 위해 죽고자 합니다.'라며 칼로 자신의 목을 베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이 뉘우치며 교외까지 쫓아가 안영에게 돌아오기를 간청했다. 사정을 들은 안영은 다시 탄식을 한다. '나 안영이 도망자가 된 건 당연하다. 나는 정말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구나!'

사람 보기는 어렵고 사람 쓰기는 더 힘들다. 누가 내 사람일까· 나를 얼마만큼 신뢰할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인간관계는 어려운 거다. 이래서 용인이 어려운거다. 그래서 정치는 더 무겁고 역사는 더 무서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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