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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지난 해 큰 애가 생일선물로 보내 준 하와이에서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사람들이 두 부류로 확연히 구분되어 신기했다. 하나는 탄탄한 근육에 선탠까지 하여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하며 해변을 누비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걷기도 위태로울 정도로 뚱뚱하여 몸 추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었다. 금년 9월에 둘째 내외랑 다시 하와이를 가게 되어 나도 기왕이면 관리한 몸으로 해변을 나서리라 마음먹었다. 헬스는 예전 도교육청 장학사 시절에 체육과의 헬스 마니아 장학관을 만나 방법을 배웠더랬다. 덕분에 일에 치이고 상사에게 시달린 선배 장학사들이 출근길에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나서 입원하는 것이 더 낳겠다 푸념하던 중등교육과였지만 헬스하려고 남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마음은 늘 가볍고 산뜻했다. 그리곤 부임하는 학교마다 헬스장을 만들어 직원들과 같이 운동을 했던 터라 금년에는 근력도 키울 겸 아예 몸짱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집 인근에 있어 이용에 편리할 듯 여겨지는 헬스장을 얼마간 둘러보니 하루 종일 득시글득시글하다. 오전에는 연세 지긋한 분들이 오는데 이미 개장 이삼십 분 전에 문밖에서 옹기종기 모여 기다릴 정도로 운동에 몰두해 있다. 이 분들은 운동 반 잡담 반이라 점심 무렵이면 실내가 온통 시끄럽다.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 분개하는 것도, 문재인이 문제 인이라며 이러다 멀쩡한 우리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넘겨주겠다는 등 목청 돋워 대통령을 성토하는 등 장안에 회자되는 가십 뉴스는 저절로 알게 된다. 이젠 집에서 별도로 뉴스 볼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왕왕 젊은 사람들이 오전에 리시버 쓰고 러닝머신을 달리는 것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이 연배라면 이 시간에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해도 부족할 판인데 하릴없이 헬스장에서 땀이나 빼고 있다니. 우리나라 경제가 빨리 좋아져서 젊은 사람들이 모두 직장에서 땀내 일해야 사회도 안정되고 연금소득자들의 미래가 평안할 텐데 정치하는 사람들의 눈과 머리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기에 이런 걱정스러운 현상을 못 보는지 원. 점심시간 대에는 하체가 발달한 소위 형이하학적인 사람들이 머신을 열심히 걷거나 심지어 비명까지 질러가며 땀을 내고 있다. 이들은 미스코리아처럼 날씬한 다리가 소망이거나 두툼하게 털렁거리는 뱃살과 허릿살 때문에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이겠다. 오후에는 말총머리로 가슴을 열어 제친 사람도 있고,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나 했음직한 휘황찬란한 목걸이랑 귀에도 서너 군데 피어싱을 한 남자가 걸어 다닌다. 헬스장에서 온갖 사람들을 다 보니 그야말로 사회의 축소판인 듯하여 은근히 재미있다.

헬스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운동으로 다진 몸매를 과시한다는 것이다. 가슴을 돋운 사람은 가슴을 한껏 내밀고 다니고, 기구 운동으로 활배근과 이두박근 삼두박근을 돋운 사람은 한 겨울에도 민소매 티셔츠로 등판근육과 장딴지 같은 팔뚝을 자랑한다. 물론 가슴도 볼품없고, 등판이나 팔뚝도 별반 내세울 수 없는 사람들은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있는 듯 없는 듯 기구에 매달려 있고 말이다. 저 사람들도 언젠가는 민소매로 주위를 휘젓고 다니겠지. 남녀를 막론하고 가슴에 대한 집념은 대단한가보다. 저리 가슴을 내 밀다가 자칫 갈빗대가 밖으로 튀어 나오거나 아니면 뒤로 넘어갈까 보는 사람이 염려스러울 정도이니.

어쨌거나 여기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설령 가슴을 내밀고 다녀도 더 낳은 자기를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니 다 용서가 된다.

다만, 시방 대한민국이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돌아가는 듯하여 염려되는 시점에 몸매 관리와 더불어 내공도 함께 키우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주마가편 식으로 든다. 요즘 광고로 나오는 '독서는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는 말도 그런 뜻이겠지. 아뿔싸! 이따금 부지불식간에 나도 가슴을 내밀고 있네. 근묵자흑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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