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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이다. 이제 밤낮으로 모기가 극성일 테니 집집마다 방충망에 살충제등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모기와의 전쟁을 치를 것이다. 모기처럼 끈덕진 놈도 없다. 촘촘한 방충망도 어렵지 않게 뚫고 들어오며 요행히 집에 들어오면 별반 먹을 것도 없을 텐데도 며칠씩 버티며 기회를 노리다가 그예 목적한 바, 피를 빨아 먹는다. 예로부터 모기는 인간의 적 일뿐이라 한 마리라도 눈에 띄면 파리채나 에프 킬라 등으로 깔끔히 해 치워야 했다. 여름날에는 전기불이나 모기 포집기로 인간 주변에 모기를 얼씬하지 않게 한다. 전에는 불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과 모기들을 지지직 잔인하게 태워 죽이는 식당도 많았는데 요즘은 가정집에서 전기 파리채로 태우고 있으니 어디에도 모기가 편히 살 곳은 없다.

몇 해 전에 우연히 모기의 우화를 들었다.

해가 저물 무렵 시아버지 모기가 출근을 나서자 며느리 모기가 시아버지에게 '아버님 저녁 진지 드시고 나가세요', 시아버지 모기가 '얘야 오늘 저녁일랑 준비하지 말거라. 가다가 인심 좋은 놈을 만나면 포식을 할 것이고, 모진 놈 만나면 맞아 죽을 테니 저녁 준비는 하지 말거라.' 고 먼 산을 바라보며 힘없이 답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여태 모기에 대하여 가졌던 잔인한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우화일지라도 비록 미물이 모두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났는데 그 생명에 대하여 너무 자기 위주로 생각했다는 반성이다. 내 생명이 소중하면 남의 생령도 소중히 여김은 당연한 것이리라. 이 세상에 무가치한 생물은 하나도 없을진대, 이제는 모기 한 마리일지라도 함부로 해치지를 못하겠다. 어디 그뿐인가. 그간 살아오면서 무심코 저지른 살생에 대하여도 회한이 든다. 어렸을 적에 장난삼아 라이터 가스에 불을 붙여 화염방사기처럼 개미집을 불태웠던 일과 냇가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거나 미역을 감을 때 버드나무 가지로 개구리를 쳐 죽인 것은 그중 너무 잔인했다. 나뭇가지에 뒷다리만 한 뀀 가지런히 꿰려면 얼마나 많은 개구리가 죽어야 했던가. 마른 나무를 모아 구어 먹는 개구리 뒷다리의 맛이야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돌긴 하지만 심심파적 놀이삼아 수많은 개구리의 생령을 사라지게 했다. 지리산 암자에 계신 스님에게서 벽안(碧岸)이라 호를 담은 봉투를 열 때에 어릴 적 집 앞의 봇도랑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의 평화로운 모습이 떠오르기에 흔연히 받아들였는데 그 언덕 주변 풀밭을 집 삼아 살던 개구리는 생각 없는 시골 녀석의 모진 손에 무참히 스러져 버렸다.

옛 선비들은 사물과 내가 하나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사상을 체득하였기에 모든 사람을 하늘마음으로 공경할뿐더러 집안에 들어온 파리 한 마리조차 죽이지 않고 방문을 열어 고스란히 내 보내주었고, 곤충 한 마리도 다치지 않게 문 밖으로 내 보내주었다 한다. 주자의 경재잠에 택지이도 절선의봉- 땅을 가려 밟으며 개미집도 돌아서 가야 하느니라-로 가르친 것도 생명의 소중함을 전제로 한 가르침이리라. 이렇게 걸으려면 발걸음을 반드시 정중하고 무겁게 해서 걸어야 하는 것이다.(足容必重)

퇴계 선생이 공부에 전념하고자 세운 도산서당의 담 너머에는 절개 있는 벗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절우사가 있다. 대나무, 국화, 소나무 그리고 매화와 더불어 풍상계를 맺어 절개 맑은 향기를 나누고자 하여 날 좋은 때는 이들 계원과 대화도 나누었다 한다. 마치 중세의 성인 성 프란체스코가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농부의 가축을 해치는 늑대들을 훈계하였던 모습과 흡사하여 우주 만물에까지 사랑을 넓혀 대하는 성인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연과 미물을 내 몸처럼 대하다 보면 공연한 살생을 뉘우치는 이 몸도 혹여 자연의 소리 정도는 들을 수 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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