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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요즘 나의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작년부터 도산서원을 드나들게 되었는데 금년 봄 이후 오는 길에 짬 내어 온천을 들르는 맛이 제법 은근하다. UN의 기준으로는 청년이고, 나 또한 노구로 인정할 마음이 전혀 없음에도 장장 세 시간 남짓 운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전하면서 라디오 음악이랑 강독유사 권 교수님이 주신 성독 파일도 듣고 녹성 김성진 선생과 그분의 제자이자 직접 가르침을 입었던 금정 김응서 선생의 대금곡도 듣지만 밀려오는 하품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오가는 길목에 있는 도산 온천, 학가산 온천, 예천 온천 그리고 문경 온천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산과 내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자란 촌놈에게야 집 앞 냇가에서 멱을 감다가 집안 형들 따라 물 깊어 으스스한 방죽에서 개헤엄만 쳐도 만족했던 지라 온천은 언감생심의 사치로 여겨 꿈도 꾸지 못하던 처지였다. 그러다가 도시 출신인 집사람 따라 자연스레 온천을 접하게 되었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라 그런지 집사람 없이도 쏠쏠하게 즐길 거리가 되었다. 혹 상황 될 때 목욕하려고 달랑 면도기와 칫솔이 들어 있는 목욕용 손가방을 차에 싣고 다닐 정도이다. 도산온천은 시설이 예스러워 촌로들이 찾는데 물은 정갈하다. 학가산 온천은 탕과 시설은 깔끔하나 물의 감이 얕고, 예천 온천은 수질이 부드럽기로 소문난 곳이라 안동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한다. 문경 온천은 칼슘 중탄산천과 알칼리성 온천의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는 보양천으로 설악의 오색 그린야드 온천처럼 4시간 정도 입욕에도 피곤하지 않을 성 싶다. 이러고 보니 요즘 일본 방송의 '고독한 미식가'처럼 나는 '고독한 목욕가' 수준인 셈이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온천이 제 격이다. 특히 문경 온천은 탄산 탕이 있어서 연일 35도를 훌쩍 넘는 바깥 온도는 강 건너 불로 저만큼 여겨진다. 시원한 물속에서 모공 속까지 탄산 기포가 파고드는 듯한 상쾌함을 느끼고 있노라니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외웠던 글이 떠오른다. '반소사음수하고 곡굉이침지라도 락역재기중의'(子曰: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에 팔을 베고 누웠으니 그 가운데도 즐거움이 있도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으니라. 논어 위정편") 6천원 내고 염천지절에 물속에서 시원함을 누리고 있으니 만사가 흐뭇하고 넉넉하여 즐거움이 이 안에 다 있는데 무얼 더 바라겠는가 하는 마음인가 보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장시간 운전의 힘듦과 열대야로 설친 잠자리의 후덥지근한 뒷맛도 사라진다. 목까지 깊숙이 담그고 있는 주변의 모르는 사람들 표정이 모두 느긋하게 보이니 다들 그런 생각인가보다. 이따금 고양이 낮잠을 자다가 부지불식간에 물에다 고개를 쳐 박아도 창피할 것도 없다.

물속에서 생각이 만 리를 달린다. 단양에 교사로 있을 때 군 시절 고참이 찾아와 제대 소감을 나누었다. 제대하면 좋아하는 낚시를 실컷 하려던 결심으로 낚시를 주중에 하는데 사람들이 간첩으로 오인하여 주말에나 추를 드리우게 되더란다. 지금처럼 실업률이 하늘을 치솟을 때에야 주중에 노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놀거나 쉬는 것도 일이 있어야 재미가 있으니 오히려 망중한이라야 쉬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

옆 사람이 일으킨 물 파동에 상념이 흩어진다. 아쉬움도 많지만 그럼에도 보람이 적지 않은 인생이다. 흐뭇한 기분으로 온천에 몸을 담그려면 더 잘 살아야겠다. 과거에 대한 생각은 아쉬움과 후회요, 미래에 대한 생각은 근심과 걱정이 대부분이라는데 이리 생각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재유사로 선생께 알묘도 하고, 온천물로 정갈히 목욕을 했으니 김소운님의 말대로 왕후 부럽지 않은 심사인데 걸인의 찬인들 어떠랴 싶어 역시 6천원 짜리 해장국 한 그릇으로 마음에 점만 찍어도 마냥 넉넉하다. 6천원으로도 이리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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