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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장학사 때에 교육부의 일로 전국 단위의 00교육실천사례 심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실사차 지리산 기슭에 있는 총 3학급의 자그마한 중학교를 방문하였는데, 교장선생님의 인상이 학교규모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후덕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학부모와 소통법을 알려주는데 이 교장은 취미인 고스톱으로 지역사회인사들을 만난다고 한다. 당시야 자리불문에 의기만 투합되면 고스톱 판이 벌어지던 때라 그런 것을 이상하게 여길 사람도 없을 때였다. 궁금하여 진행 상황을 묻게 됨은 당연한 이치.

교장까지 낀 자리이니 처음에는 매너있게 고스톱만 치다가 점차 교육현안을 거론하게 되었단다. 평소에 부러워만 했던 이웃 박사마을처럼 우리 아이들도 잘 키워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고스톱 판에서 학부모 야간자습위원이 선정되어 전교생 대상 야간자습이 즉시 실시되었다. 학부모가 발의한 야간자습이니 다른 학교가 안 해도 상관없었고, 편히 근무하려던 교사들도 불평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천진한 시골학생들이라 여느 아이들처럼 갖가지 거짓말로 야간자습에 빠지려는 학생도 없었고 말이다.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비육돈 농가 부모들이 교대로 돼지 한 마리를 내어 전교생 회식도 시켜주자는 의견까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단다. 이리 될 동안에 교장은 매주 금요일 저녁 관사에 고스톱 판만 만들어 주고 웃고 있기만 했다니 부러울 뿐이었다.

게다가 한 학부모가 넓게 남아 있는 학교 부지에 꽃을 한 명당 한 가지씩 키우도록 제안하자 뜻 있는 다른 부모들이 합세하여 꽃모종과 기르는 법까지 직접 가르쳐주었다. 그리하여 볼썽사납게 잡초만 무성하던 공터가 꽃밭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까지 설명을 듣고 밖으로 나와 뒤란 밭을 보니 정말 각종 꽃들이 흐드러져 가을 정취를 뽐내고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의 심성까지 더 착해지니 꽃 키우기가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마침 교문 위에 아치가 있기에 글 새기기를 제안하자 그 교장이 흔연히 수락했다. '생명을 키우는 학교!' 그 뒤로 이따금씩 그 학교의 뒤 소식이 궁금하고 허리 두툼하고 후덕한 교장선생님이 기억나곤 했다. 그렇다! 학교는 생명을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

교육의 가장 기초이자 근본은 생명을 소중히 여김에서 시작된다. 모든 교육받는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은 물론 우주의 모든 만물에 대한 생명에 대한 경외와 소중함을 인식하는데서 문화가 피어나는 것이다. 인식의 주체를 자기에 국한시키는 젊은 사람부터 죽음을 실감하며 하루를 누리는 노인까지 생명의 귀중함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터전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이 귀중한 존재임을 깨우치도록 하고 교육과정을 통해 가르치건만 작금 뉴스에 자기 피와 살붙이인 자식을 살해하여 훼손까지 하는 끔찍한 일이 방송되어 살이 떨린다. 이들은 '가시고기의 아비 사랑'도 모르는가? 암컷이 산란을 하면 자기의 알을 지키기 위해 8㎝의 몸을 던져 알을 먹으려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를 방어한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알을 지키다 기진하여 죽으면 자기의 살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는 물고기가 가시고기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물고기만도 금수만도 못한 사람이다. 인면수심도 유분수이지, 어찌 자기가 보호할 피붙이를 죽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이들은 학창시절 수업 시간이나 갖가지 체험학습을 통해 피 같은 가르침을 줄 때에 졸거나 귀를 막은 사람들인가?

지리산 기슭 그 학교 주민들처럼 아이는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다. 선생과 더불어 부모 그리고 온 마을이 합심해서 키워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다. 생명을 키우려는 우리 학교의 존재성과 역할에 대하여 지역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해 주면 더 힘이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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