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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7.17 15:09:39
  • 최종수정2016.07.17 15:09:52

김병규

상당고 교장

장학사 시절 사회과 교사들에게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변화무쌍한 사회 현상을 수업에 즉시 투영할 수 있도록 사회과 답사를 기획하였고, 참신한 이론을 접할 기회를 드리고자 사회과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이론과 실제의 습합 기회로 좋다 여겼기 때문이다. 2002년 가을에 '내 고장 바로 알기'라는 제목으로 11개 시·군의 지역 공부 자료를 만들고자 팀을 조직했고, 경주 양동 마을로 이동하면서 버스 안에서 책 구성 내용을 질의응답으로 발표하며 당일로 답사하였다. 그것이 금년까지 13회 차로 이어지는 사회과 답사의 시작이 되었다. 매년 6월 둘째 주 토요일은 답사일로 지정하였으며, 세미나는 예산 부족으로 종료되었으나 답사는 그래도 잘 진행되고 있으니 나름 흐뭇하다.

금년은 진도 일원 관찰이었는데 울돌목 한 켠에 서 있는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제국주의 시대 이후 제작된 동상들은 모두 거대한 모습이거나 말 위에 올라 칼을 빼어든 모습이 대부분이건만 장군은 오히려 실제 크기로 왼손에는 지도를 들고 바다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풍전등화같은 조선의 운명을 걱정하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외로웠을까. 이러한 모습을 의원들과 정부 관료들이 가서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드디어 운림산방을 밟았다.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 선생의 화실 당호이다. 소치선생은 28세부터 초의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30대 초반 추사 선생을 찾아 서울로 걸어갔다 하니, 선생의 의지와 향학열에는 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진도에서 서울까지 그 머나먼 길을 교통도 불편할 그 당시에 오직 배움을 이루고자 가는 길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이는 마치 우암 송시열선생이 옥천에서 연산에 거하시는 사계 김장생 댁까지 50리 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걸어 공부한 열의와 비견된다. 허리춤에 도시락 하나 달고 지팡이 잡고 휘적휘적 걷다가 가는 길에 반 먹고 남은 도시락을 소나무에 걸어두어 들짐승을 방비한 후 돌아오는 길에 허기를 달랬다는데, 우암은 이때 단련된 하체로 노인이 되어서도 젊은 제자들보다 더 날랜 걸음을 자랑하지 않았던가.

산방 마루에 고즈넉이 앉아 있으려니 슬며시 내리는 보슬비에 초가지붕이 젖고 이윽고 뜨락에도 물이 듣는다. 때 마침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들 때와 달리 나갈 때는 산방 앞 운림지가 덥힐 정도로 안개가 짙어지니 가히 몽환적 분위기가 된다. 산방에 여름비와 안개까지 어우러지니 선경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소치 기념관에서 미술 작품을 보던 중 내 눈을 끈 것은 허형의 아들인 임인 허림의 일생이었다. 외지에 유학을 가서 너무나도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하다가 과로로 26세의 나이에 요절을 하였다. 다행히 그의 예술혼은 아들 임전 허문을 통해 드러나는데 임전은 '구름과 안개의 화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운림산방에 짙게 피어오르는 안개와 임전의 작품이 쉽사리 연상된다. 그러므로 사절로 고려를 방문한 중국인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청자만의 특이한 비취빛을 청자의 산지인 강진의 바다와 하늘빛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중국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다고 하였다. 누런 하늘과 흙먼지 가득한 중국에서 구운 청자는 이름과 달리 대부분 회청색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당대 자연과 문화의 대변자이다. 운림산방의 비와 안개로 덮인 모습은 임인 하림과 그 아들 임전의 운무산수화로 잘 표현되고 있어서 산방 주변의 자연이 더욱 고아하게 맵시를 드러낸다.

집 앞 텃밭에 매운 고출랑 오이 고추를 심었는데 분명 오이고추이라 크기는 큰데 맵기가 입안이 얼얼할 정도이다. 잘못 심었나 했더니 매운 고추 옆에 있으면 매운 맛이 옮아간다나.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로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요,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인재가 나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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