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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0.09 14:29:09
  • 최종수정2024.10.09 14:29:09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라는 영화가 있다. 글자 그대로 영화의 배경은 '조용한 지역'이다. 그 땅이 조용한 이유는 어디서, 어쩌다 나타났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아무튼 갑자기 청각만 발달한 괴물이 나타나서 인간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내어도 귀신 같이 나타나서 다 죽여버린다는 설정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초반에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영화란 것이 화면만큼 배경 음악이 중요한 법인데, 제목이 "조용한 지역"이어서 배경 음악도 아무런 음향도 없이 마치 무성영화 시절처럼 화면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무슨 영화가 이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영화가 전체적으로는 조용한 상황을 살리면서도 중요한 장면 장면에서 긴장과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무음과 음악을 조화시켰는데, 이것은 오히려 참 어려운 음향 작업을 해낸 것이기도 하다.

아마도 우주에서 왔겠지만, 갑자기 청각만 발달한 괴물이 떨어졌다는 설정은 영화가 성립하기 위해서 받아들인다 해도 모든 영화가 보다 보면 "에이, 저건 좀 이상하다" 싶은 부분들이 있게 마련이다. 가령 첨단 무기를 가진 군대가 이 괴물들에게 거의 궤멸 되었는데, 그것도 또한 설정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런 정도의 신출귀몰한 괴물이 설치는 상황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운다는 것은 몇 가지 설정을 넣는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의 실제 생활 공간도 때론 이 영화처럼 '조용한 지역'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의 청력은 영화 속 괴물처럼 그렇게 민감할 수 없으므로 대체로 모두들 잠든 밤, 새벽이 되면 세상이 조용하게 느껴지는 덕이다. 영화 속의 괴물들은 예컨대, 아파트 밖에서도 아파트 10층에서 재채기하는 소리까지 다 듣게 되지만 사람들에겐 그럴 일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이 괴물들은 바람소리, 물소리, 돌 구르는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와 장난감 굴리는 소리, 의자 끌리는 소리 같은 생활 소음을 구별해야 하니, 참으로 조용할 날이 없을 것 같다.

그런즉, 인간은 저 괴물들과 달라서 어느 정도의 생활 소음이 있어도 대체로는 '조용한 사람', 그러니까 '조용함을 느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역으로 일부의 사람은 조용한 사람이 될 수 없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명증이나 뇌명증이라는 것이 있다. 이명증이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뇌명증은 뇌가 소리를 낸다는 그런 개념이다. 뇌에서 나는 소리는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주파수가 잘 안 맞는 라디오가 지이잉~~ 하는 소리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소리는 당연히 주위가 조용할수록 더 잘 들리는 법이다. 대체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가 가장 조용한 셈인데, 그 때부터 아주 본격적으로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뇌명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백색소음을 켜 놓게 되는데, 이게 또 뭐랄까, 소음도 서로 주파수가 맞는 것이 있다. 가령 어떤 음악은 그 음악 소리에 뇌명 소음이 묻히는데, 어떤 음악은 둘이 같이 떠들어서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것도 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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