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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계찰이 칼을 무덤에 걸어 두었다고 하는 "계찰괘검(季札掛劍)"이라는 말이 있다. 계찰이 진(晉)나라 사행길에 서(徐)나라에 잠깐 들렀는데 그곳 군주가 자신의 칼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챈 계찰이 귀국 길에 자신의 보검을 서나라 군주에게 주려고 맘먹었으나 나중에 서나라에 다시 와 보니 그 군주가 이미 죽어버려서 그의 무덤에 칼을 걸어주고 갔다는 이야기이다. 신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성어이자 계찰의 인품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화이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북방에는 진(晉)이나 진(秦), 제(齊) 등이 강대한 나라를 이루고 있었고, 남방에는 초(楚)나라가 강대국으로 행세하고 있었는데, 이 초나라의 아래쪽에 오(吳)와 월(越)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기원전 6세기 중엽에서 기원전 5세기 중엽에 이 오나라에는 탁월한 식견과 고매한 인품을 갖춘 위대한 정치인이 있었으니, 그가 계찰(季札)이다. 당시 황하 유역의 북방사람들이 볼 때 장강 이남 지역은 무지막지한 오랑캐들이나 사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인물이 있었던 것에 대해 공자는 계찰을 극찬하여 "그런 땅에 태어나고도 그 풍속에 물들지 않았다니, 계찰선생은 하늘이 낸 백성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당시 오나라 왕은 수몽이라는 사람이었고 수몽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가 제번, 둘째가 여제, 셋째가 이매, 넷째가 계찰이었다. 수몽은 왕위를 계찰에게 넘겨 주고 싶어했으나 계찰이 한사코 반대하니 우선 왕위는 첫째가 잇되 계찰에게 국정을 도맡게 하였다. 제번은 왕위에 오른지 13년 뒤 초나라와 전쟁을 하다 활을 맞아 사망하게 되는데, 이후 왕위는 아들이 아니라 동생들이 차례로 이어받아서 결국 계찰이 왕위에 오르게 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래서 둘째 여제가 왕위를 잇지만 4년 만에 월나라 자객에게 살해당하면서 이번엔 셋째 이매가 왕위를 계승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7년 뒤에 이매는 계찰에게 왕위를 계승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데, 계찰은 왕위에 오르지 않기 위해 잠시였지만 오나라를 떠나 버린다. 이쯤 되면 양보가 아니라 고집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부친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 두말하지 않고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준 것을 보면 수몽은 아들들을 잘 둔 셈이었다.

그런데 계찰이 끝끝내 왕위를 사양하니 계승순위가 꼬여버려서, 직전 왕이었던 이매의 아들 료(僚)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러자 첫째인 제번의 아들 합려(闔閭)가 여기에 불만을 품게 된다. 만약 왕위가 삼촌인 계찰에게 갔다면 모르지만, 한 세대 내려온다면 당연히 첫째인 자신에게 와야 하는데 작은집 사촌 동생인 '료'에게 가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합려는 13년 뒤 전제라는 장사를 요리사로 변장시켜 연회장에서 오왕 료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아흔 살 넘도록 장수한 계찰은 이 비극을 지켜보아야 했다.

만약 계찰이 왕위를 양보하지 않았다면 조카인 '료'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계찰이 왕위를 양보한 것과 야심가인 합려가 사촌 동생을 죽인 것 사이에는 논리적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촌끼리 살육이 벌어졌다는 점을 가지고 계찰을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우러러 볼 만한 사람이 왕이 되는 것 자체가 공익성이 큰 것이라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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