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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캥거루는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이다. 호주 인구가 2천600만 정도인데, 캥거루는 4천500만 마리가 있다고 하니 캥거루가 사람 수 보다 1.8배, 대략 말해서 두 배쯤 되는 셈이다.

캥거루는 제임스 쿡 선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쿡 선장은 세 번 세계일주 항해에 나섰는데, 1769년에서 1771년 사이에 1차 항해 도중 1770년 7월에 선박 수리를 위해 호주 동부 해안에서 몇 주간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그 지역 지명에 '인데버강'이나 '쿡타운'과 같은 흔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때 쿡선장 일행은 폴짝폴짝 뛰어 다니는 동물을 발견하고 여러 기록을 남기게 되는데, 이들은 캥거루에 대해 신기해하면서도 일단 잡아먹고는 그 가죽 2장을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쿡은 조시 스텁스라는 화가에게 의뢰하여 캥거루 그림을 그렸는데 이렇게 하여 캥거루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18년 후에는 살아있는 캥거루를 들여오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흔히 '캥거루'라는 단어가 사실은 이 동물의 이름이 아니라 호주 원주민 언어로 "나도 몰라"라는 의미인데 쿡이 착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잘 못 알려진 상식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쿡 이후 여러 사람이 호주에 가서 원주민들에게 그 동물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캥거루'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1830년 경에 호주를 방문했던 킹선장이 원주민들에게 들은 명칭은 '민나르', 혹은 '미누아'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캥거루'라는 단어가 확인되지 않다 보니 "나도 몰라"라는 의미였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 '캥거루'의 비밀은 쿡선장으로부터 200년이 지난 1971년 인류학자 존 하빌랜드가 쿡타운 인근의 구구이미티르족을 탐방하면서 풀리게 된다. 구구이미티르족이 회색캥거루에 속하는 한 종류에 대해 캥거루라고 불렀던 것이다. 구구이미티르족은 1970년 당시에 총 숫자가 천 명 정도에 불과한 정도의 소수부족이어서 쿡 선장 이후의 방문자들이 이들을 다시 만나기 어려웠다.

이제 이 글의 주인공을 구구이미티르족으로 옮겨가자면, 구구이미티르족의 언어에는 굉장히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모든 언어에는 동서남북, 전후좌우와 같이 방위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방위표현은 상대방위와 절대방위로 나눌 수 있는데,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관점을 기준으로 하면 상대방위이고 지리적 특징 자체를 기준으로 하면 절대방위가 된다. 그러니까 전후좌우는 말하는 사람이 방향을 바꾸면 전후좌우가 뒤집히는데, 동서남북은 말하는 사람의 방향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다. 일반적으로 평지 지역에서는 동서남북 같은 절대방위가 잘 쓰이고, 복잡한 산지 지형에서는 전후자우 같은 상대방위가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구구이미티르족은 독특하게도 항상 절대방위를 쓴다. 예를 들면 "너의 발 동쪽에 벌레가 있어." 이런 식이다. 신기한 것은 이 구구이미티르족을 빛 없는 어두운 방에 들여보내고 몇 바퀴 돌게 하여도 정확하게 동서남북 방향을 알아낸다는 점이다.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한다는 가설이 있는데, 이것은 물론 반박을 받기도 하지만 구구이미티르족의 놀라운 방향감각은 그들의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쓰는 말이 그 사람을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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