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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우리나라에서 흔히 ≪삼국지≫라 부르는 ≪삼국연의≫는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도원에서 결의형제하고, 184년에 의용군을 일으켜 황건적의 난을 토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우와 장비의 출생년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161년생인 유비를 기준으로 하면 유비와 관우가 만 23세 되던 해, 그리고 장비는 아마 아직 십대였을 때 세상에 나온 것이었다. 이들의 나이로 보면 그 유명한 관우의 긴 수염과 장비의 밤송이 수염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삼국연의≫의 필자인 나관중은 도원결의를 이 소설의 첫 부분에 배치하였으므로 은연중에 이 셋은 ≪삼국연의≫의 주인공으로 여겨지게 된다.

현재는 역사적으로 도원결의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되어 있으나, 2023년 2월 3일 <아침을 열며>에서는 이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관우는 자신의 입으로 "서이공사(誓以共死)", 즉 "함께 죽기로 서로 맹세했다"라고 했는데, 함께 죽기로 하는 맹세는 자기 혼자서 할 수 없는 행위이며, 이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의형제의 의식은 맺은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도원결의의 핵심은 '결의형제'가 아니다. ≪삼국연의≫에 보이는 이들의 결의 내용은 서로 협력하고, 서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편안케 한다는 대의를 세우는 것, 그리고 생사를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한날한시에 나지는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기를 원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들이 실제 형제의 순서를 정한 것은 이 맹세를 마친 이후의 일이다. 즉, 도원결의의 결의문에서 '형제'란 대의를 같이 하는 동료를 말하며, 모임에는 순서가 있어야 하니 형, 동생의 차례를 정한 것은 결의에 뒤따라온 결과일 따름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214년에 유비는 지금의 쓰촨(사천)성 지역인 익주를 손에 넣게 되고, 219년에 조조가 위왕의 작위를 취하자 자신은 스스로 한중왕에 오르게 된다. 이 219년에 형주를 지키던 관우는 양양과 번성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다. 양양과 번성은 한수라고 하는 강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쌍둥이 성으로서 서로 협력관계를 이루므로 공략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예컨대, 막강한 몽골군대가 남송 정벌을 위해 이 두 성을 포위하여 고립시키고도 1267년부터 1273년까지 무려 6년간 사투를 벌인 끝에야 겨우 함락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관우가 아무리 명장이라 해도 애당초 단독 부대로는 상당히 수행이 어려운 작전이었다. 그런데 관우가 지키던 형주는 원래 유비가 다른 곳에 기반을 닦을 때까지 동오로부터 임시로 빌린 곳이었는데, 관우는 동오를 다독이는 대신 자신과 그들을 호랑이와 개에 비유하며 동오를 끊임없이 분노케하였다. 결국 관우는 위나라에서 파견된 구원병인 서황 군대의 반격과 동오 측 여몽의 습격을 받아 패배하고 219년 12월에 맥성으로 쫓겨 들어가게 되며, 220년에 동오 측 장수인 마충에게 잡혀 삶을 마감하게 된다. 관우의 나이가 대략 예순 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관우는 아직 기반이 든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성전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순전히 추측의 영역이지만 자신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조조를 정벌하기 위한 뭔가를 이루어 놓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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