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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4.03 14:14:31
  • 최종수정2025.04.03 14:14:31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사라진 그녀≫라는 제목의 중국 영화가 있다. 한 젊은 부부가 결혼 1주년을 맞아 동남아의 아름다운 섬으로 여행을 갔는데, 불행히도 아내가 실종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흔히 좀 재미있는 영화들은 반전이 있게 마련인데, 이 영화 결미의 반전은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건을 진행하는 중요 장치로 '만델라 효과'를 등장시킨다. 사실 ≪사라진 그녀≫라는 이 영화의 원작은 1960년 프랑스 로벨 토마의 희극 "외로운 남자를 위한 함정(Piege pour un homme seul)"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낯선 여인의 함정"이란 제목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만델라 효과'란 용어가 최소 2013년 이후에 생겨났으니, 원작에는 없었던 용어인 셈인데, 만델라 효과란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잘못된 기억을 공유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기억이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암시에 의해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만델라 효과라 부르는 것이다.

가령 10명이 찍은 사진에서 4명만 따로이 떼어 내는 경우을 생각해보자. 이것은 일상적으로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이들 4명이 친해 보인다는 인식을 주려는 의도라면 4명을 따로 떼어낸 것은 만델라 효과를 노린 것, 즉 독자들의 인식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재명 의원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이런 사진이 등장한 바 있다. 이 사진에 대해 이재명 의원은 "조작된 사진"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 말은 표면적으로는 "10명 중 4명만 떼어냈으니 조작이다"라는 것이지만, 일반인들은 '사진 조작'이라 하면 A와 B 두 장의 사진을 합성하거나 아예 딥페이크로 재창조 하는 것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진 조작'이 갖는 일반적 인식을 활용하여 상대의 주장이 완전히 거짓이라고 공격한 것인데, 만델라 효과를 노린 공격에 만델라 효과의 창조로 반격한 셈이다. 나는 여기까지는 이른바 정치인들의 워딩이니 양측이 다 이해가 간다.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문이다. 판결문에서는 "이 사건 사진은 '원본 중 일부(피고인의 모자가 부각되고 피고인과 B를 포함한 소수만이 한 프레임에 들어갈 수 있도록)를 떼 내어'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 하였다. 즉, '사진 조작'에 대해 "특별한 맥락과 관계없이 원본이 아닌 모든 사진은 조작"이라고 유권해석한 것이다. 오늘날 각종 보고서에는 사진 자료가 첨부되는데, 이때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 조금씩 잘라내는 편집을 하기 마련이다. 판결문의 문구대로면 이러한 행위는 모두 '조작'이므로 엄격히 말하면 모두들 공문서나 사문서 위조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조작'에 대한 이번 유권 해석은 확실히 과대한 면이 있는 것이다. 혹시 향후의 재판에서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가 있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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