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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나는 항상 좋은 사람이 되길 원했다. 좋은 사람이란 선과 옳음을 행하는 사람, 그리고 이를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착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부류의 사람들은 심리학적으로 심리적 강인성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이다.

나는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좋은 디자인은 뭘까. 저명한 교수도 사회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지만 감히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에 대해 말해 보겠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디자인의 창조적 활동이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숫자로 알 수 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중요하나, 나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마찬가지로 선과 옮음을 행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탄생된 제품이 적어도 사람과 나아가 동물과 자연까지 악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사회에 좋은 영향까지 끼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이 만약 좋은 디자인이 아닌, 즉 나쁜 디자인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대량의 쓰레기를 쏟아내는 비극적인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단지 예쁘기만 한 외관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품은 외관의 매력이 빛을 바라는 순간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특히 유행에 매우 민감한 패션 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것도 상당히 어렵긴 하지만.

그렇기에 소비자에게 시각적으로 예쁘고 멋진 제품을 만드는 정도에 만족할 수가 없다. 제품을 구상한 순간부터 제품을 폐기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그 누구도 제품이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며, 오히려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옷과 관련하여 생각해 봐야 할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쉽게 버려지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가, 옷을 제작할 때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는가, 또는 자연으로 돌아갈 때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지는 않는가, 옷을 나중에 폐기하게 된다면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가, 제조할 때 사용한 물의 양은 얼마인가, 소비자가 편리하게 옷을 재활용할 방법을 마련하고 안내했는가, 제품을 보호할 목적을 넘어 과하게 포장재를 사용하여 오히려 쓰레기를 만들진 않는가, 나아가 생산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은 없는가, 중간 생산자나 제작 업체가 비윤리적인 처우를 받고 있진 않는가.

맞다. 질문이 너무 많다. 제품을 예쁘게 만들기만 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선하고 옳기까지 하려니 머리가 복잡하다. 그렇기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힘든 것처럼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특히 나처럼 자본이 부족하고 작은 개인이며 수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하면 더더욱이 어렵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이 정말 좋은 디자인을 만난다면 일단 제품의 실제 사용 기간이 늘어날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수없이 쏟아내는 물건들과 수없이 버려지는 물건들 사이에 비극적인 한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에 대한 나의 집요한 열정이 결코 무모하거나 미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모여 다양한 사례를 만든다면 우리를 '좋은 삶'으로 만들고 이것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작은 움직임이 모여 큰 바람을 만들어 내길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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