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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09 15:24:59
  • 최종수정2023.07.09 15:24:59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범주에 속하진 않으나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이상과 가치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패션업에 있으면서 각 분야의 많은 전문가분들을 만났다. 우리는 보통 완성된 옷 한 벌을 보지만 그 뒤에는 작은 오차조차 허락하지 않는 여러 전문가들이 있다. 고등학생 때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갔던 가방 공장에서 시작해 40년간 가방 제작을 해오신 가방 제작자. 60세가 넘은 나이지만 몇 백 개도 정확한 위치에 프린팅 하는 실크 프린팅 전문가, 손으로 작업하는데도 2㎜의 오차도 한눈에 알아보는 의류 봉제사 등. 이분들은 여느 예술가의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예술가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자격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보통 예술가라 하면 창의력을 요하며 이를 직업 혹은 생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16세기 경부터 이른바 수공직인과 구별해서 의식하게 되었다. 즉 단순한 수공적인 숙련기술의 소지자가 아니고, 천부의 재능이 있어서 여느 사람이 따를 수 없는 탁월한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자가 아티스트라고 불리게 되었다. 보통 우리가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화가, 조각가, 시인, 음악가, 무용가, 연출가 등이 될 것이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았으나, 분명히 우리는 그들의 완성된 작품을 일상에서 계속 보아왔다. 몇 년 전 가방에 그림이 프린팅된 디자인을 진행했다. 그렇게 실크 프린팅을 작업해 줄 전문가를 찾았다. 실크 프린팅은 큰 규모의 기계를 쓰지 않고 한 개 한 개 핸드프린팅으로 작업한다. 아주 얇은 천을 나무나 금속으로 된 틀에 넣어 고정시킨 다음 인쇄되지 않는 부분에 종이나 고무액을 입쳐 잉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다음 잉크를 부어 롤러나 스퀴지(고무로 만든 기구)로 누르면서 밀면 액이 묻지 않는 부분의 올 사이로 잉크가 통과되면서 인쇄가 된다. 다른 판식에 비해 잉크가 많이 묻기 때문에 색상이 강하고 선명한 것이 특징이며, 단순 명쾌하고 강렬한 시각적 효과가 있다. 결론은 수많은 제품 위에 실크 판을 올리고 그 위에 다시 잉크를 올린 다음 롤러로 밀어 한 개 한 개 프린팅을 한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건 몇 백 개가 되는 제품이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컬러로 모양이 입혀진다. 그럼 이들은 단순히 수공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의뢰한 그림의 컬러를 본판인 원단에 더 어울리도록 미세하게 컬러를 섞어 만드는 건 그들의 작품이다. 정확한 위치에 똑같은 모양을 찍는 것 또한 그들의 작품이다. 독한 페인트 냄새와 온몸에 페인트를 묻혀가며 '정확함'과 '균형'을 집요하게 맞추기 위해 똑같은 동작을 며칠 동안 반복하는 것. 이를 어떻게 단순히 수공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가방에 프린팅이 마쳐지면 가방의 형태를 만드는 봉제로 넘어간다. 내가 만난 가방 제작자는 고등학생 때 돈을 벌기 위해 근처에 있는 가방 공장에 들어갔다가 40년간 가방 제작자가 되었다고 한다. 디자인을 창작하여 의뢰하는 것은 분명 나이지만 가로폭과 세로폭 등의 1~2㎜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바늘땀의 간격조차 가방의 소재와 어울리게 결정하는 것은 이들의 예술적인 감성으로 결정한다. 완성된 제품을 보면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상상했던것보다 더 완벽한 가방 모양의 율비, 그에 더 어울리는 바늘땀의 간격, 의뢰한 디자인에 오차 없이 높은 완성도. 옆에서 보면 손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게 만들어지는지 존경스럽기도 하다. 이럴 땐 창작을 하는 나보다 이분들이 더 예술가고 디자이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패션업에 있으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의 예술가적 태도를 마주할 때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진 않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스스로 세운 이상을 위해 집요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아마 우리의 주변에도 이들 외에 많은 예술적 일상가가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아니면 스스로의 일상에서 어느 한 부분에는 예술가적 태도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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