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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과 패스트 패션, 그리고 그 뒤에 불편한 진실

풍경읽기

  • 웹출고시간2023.01.08 15:28:50
  • 최종수정2023.01.08 15:28:50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저는 패션 시장에서 10년을 몸 담고 이제는 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작은 회사의 대표입니다. 그동안 패션시장에서 느꼈던 대량생산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삶은 더욱더 풍요로워졌습니다. 대량생산, 규격화된 제품을 기술과 기계를 사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말하죠.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생산의 표준화와 컨베이어 시스템 등을 이용한 이동식 조립방법이 고안됐기 때문입니다. 생산 표준화됨으로 작업과정이 세분화될 수 있었고, 노동이 단순한 작업 동작의 반복으로 바뀌면서 부녀자나 연소자가 노동시장에 등장하게 됐습니다. 또 단순한 작업과정은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대량생산 체제는 가속화됐습니다. 대량생산 체제로 인해 제품 단위당 제조원가를 엄청나게 싸게 할 수 있게 됐고, 제품의 표준화와 품질보장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막대한 양의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트렌디하고 심지어 저렴한 옷.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마치 패스트푸드와 같은 패션을 말합니다. 주문하면 5분 만에 나오는 햄버거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매일매일 바로 대량으로 제작해 대량으로 판매하는 식이죠.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로 분류하는 브랜드의 옷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패스트 패션은 완벽에 가깝습니다. 내가 오늘 원했던 옷이 다음 주에 대형 매장에 쫙 깔리고 심지어 매우 저렴해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를 저렴하게 사고 또 사고할 수 있죠.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도 10만 원대면 상·하의 착장부터 아우터까지 트렌디한 옷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옷장에는 패스트 패션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장인의 한 땀 한 땀'은 패스트패션보다 과연 비싸야 하는 걸까요? 매일 소비자의 트렌드에 따라 수많은 옷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전 세계 수많은 매장에 깔리며 선택되지 못한 옷들은 다 버려지고 있습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의 제품이 비싼 이유엔 제품의 희소성이나 원자재 가격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인'이 만들어서 인건비가 비싼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어떨까요? 집에서 합리적으로 구매했던 제품의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케어라벨을 확인해보세요. 패스트 패션 업체에서 생산한 상품의 라벨에는 주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정부 규제가 느슨한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가 적혀 있습니다. 이 곳의 근무 환경은 어떨까요?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다카 근교 봉제 공장들이 밀집해있던 라나 플라자(Rana Plaza)에서 건물 붕괴사고가 일어났고 1천여 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2천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라나 플라자 붕괴사고 현장에는 건물의 이상 징후에도 불구하고 납기일에 맞추기 위해 계속 생산되고 있던 유명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들이 뒤섞여 있었다 합니다. 붕괴의 징후가 보여 전날 사람들이 피신했지만, 관리인들은 별문제가 아니라며, 다음날 그들을 다시 사지로 밀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붕괴 직전의 건물은 수백 개 재봉틀의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죠. 붕괴된 라나 플라자 건물은 6층짜리 건물로 시공됐지만, 불법 증축해 3층이 더 올려졌던 것입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지만 법규를 무시한 부실시공, 당연시되어 온 뒷돈 거래로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수많은 실종자,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기약 없는 보상금 문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 등 라나 플라자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에 분노한 시민들은 옷 안의 라벨을 가리키며 "누가 나의 옷을 만들었나?(Who made my clothes?)"라는 캠페인을 벌였죠. 과연 이 문제가 라나 플라자에만 있을까요?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인간의 삶은 풍요로워졌습니다. 매일 소비자의 트렌드에 따라 수많은 옷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또다시 전 세계 수많은 매장에 깔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예쁘고 저렴한 옷을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하며 구매를 하죠. 하지만 내가 집어 든 이 옷은 누군가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만들었으며 누군가는 어린 나이임에도 현실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소비자들은 이런 문제를 잘 알지 못합니다. 회사에서 절대 이부분을 광고하거나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소비가 누군가의 삶과 연결돼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쌀밥을 먹기전 이 쌀을 기르고 수확하고 운반하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하고 식사를 하듯, 옷에서도 이 옷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삶이 있었을지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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