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반찬등속 떡 이야기 ⑤궁궐 담장을 넘은 떡 '백편'

  • 웹출고시간2021.06.24 16:01:51
  • 최종수정2021.06.24 16:01:51

지명순

(사)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유원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조선왕조 궁중 주방상궁의 전수 방법은 이랬다.

나이 열 세 살이 되어서 노상궁의 추천으로 입궁해 주방에 소속이 되면 일단 중간 나이 정도의 스승 상궁을 지정받아 교육을 받으면서 키워진다. 십 년 동안 주방의 허드렛일 즉 재료 다듬기, 설거지, 잔심부름 등을 하며 상궁의 보조 역할을 한다. 스물 세 살이 되면 관례를 치르게 되는데 자기 생가와는 상관없이 시집가는 것처럼 스승이 제자에게 대례복을 입혀 아주 호사스럽게 차린다. 그리고는 같은 해에 입궁한 나인들이 모두 모여서 대전과 중전께 큰절을 올리면 그것으로 시집간 사람이 되는 법이고 상궁이 되는 것이다.

상궁이 되면 본격적으로 임금님 수라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게 되는데 십년이 또 지나 서른 세 살이 되어야 직책을 받게 된다. 그래야 자기 밑에 열 세 살짜리 새로 들어온 아기 나인을 받아 가르치며 거느리고 살게 된다. 꼬박 이십년의 세월을 궁에서 배우고 익혀야 그 품위에 따라 첩지라는 장식물을 가르마 중간에 얹어 쪽을 찔 때 넣는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재료가 궁에 들어오고 오랜 기간 연마한 솜씨로 온갖 정성을 드려 차린 수라상이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라 맛은 물론이도 섬세하고 정교하기가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다과를 준비하던 생과방(生果房)의 상궁 솜씨가 단연코 으뜸이었다. '반찬등속'에도 궁중음식의 흔적이 많이 보이는데 '백편'이 바로 그것이다. 백편은 궁중 떡으로 곱게 빻은 멥쌀가루에 설탕을 섞어 가루를 얇게 켜를 지어 안치고 매 켜마다 썬 대추·밤·석이·잣 등으로 색스럽게 고명을 얹어 찌는 떡이다.
『반찬등속(饌饍繕冊)』 원문에는 '백편' 만드는 방법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백편은 시루에다가 떡켜를 놓되 여늬 백지를 깔고 한 켜 놓고 석이와 잣과 대추를 오려 놓아가며 떡켜를 놓아서 다 한 후에 쪄라"

백편은 백설기 만드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약 2cm 정도로 쌀가루를 안치고 그 위에 기름 바른 백지를 올려 켜를 만들고 고명을 올린다는 것이다. 고명의 종류도 석이, 잣과 대추를 사용해 사치스러움을 더했다. 백편이 혼례·회갑연·제례 등 잔치 때에 만드는 고급스러운 떡이기 때문이다. 조리서마다 조금씩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 물을 내리지 않거나 물·설탕물·소금물을 조금 내렸고, 찹쌀가루를 조금 넣으면 더 좋다고 하였다.

궁중의 음식이 어떻게 민가에 전해졌을까? 그 이유는 왕족이 왕족끼리가 아닌 사대부와 혼인을 하는 제도 때문이다. 혼인을 통해 궁중의 생활양식을 비롯한 모든 문화가 사대부가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된다. 궁중에서의 잔치는 규모가 엄청나서 음식을 고이는 높이도 한자 한치나 되고, 한번에 40가지가 넘는 음식을 차린다. 잔치가 끝나면 음식을 친척과 인척, 사대부가에 고루 하사는데 이를 사송이라고 하였다.

또 궁 밖에서는 진상이라는 격식으로 궁중에 음식이나 식품들을 들여보내는 일도 많이 있었다. 여기서 궁중과 반가 사이에 음식의 교류가 생겨 조리법을 서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궁궐의 담장이 높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지은 진주 강씨 집안도 궁중과 연관성이 깊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반찬등속에는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실타래를 풀어 다시 씨줄과 날줄을 정교하게 엮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



KakaoTalk_20210624_105705721 -



<문화>반찬등속 떡 이야기(5)

궁궐 담장을 넘은 떡 '백편'

조선왕조 궁중 주방상궁의 전수 방법은 이랬다.

나이 열 세 살이 되어서 노상궁의 추천으로 입궁해 주방에 소속이 되면 일단 중간 나이 정도의 스승 상궁을 지정받아 교육을 받으면서 키워진다. 십 년 동안 주방의 허드렛일 즉 재료 다듬기, 설거지, 잔심부름 등을 하며 상궁의 보조 역할을 한다. 스물 세 살이 되면 관례를 치르게 되는데 자기 생가와는 상관없이 시집가는 것처럼 스승이 제자에게 대례복을 입혀 아주 호사스럽게 차린다. 그리고는 같은 해에 입궁한 나인들이 모두 모여서 대전과 중전께 큰절을 올리면 그것으로 시집간 사람이 되는 법이고 상궁이 되는 것이다.

상궁이 되면 본격적으로 임금님 수라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게 되는데 십년이 또 지나 서른 세 살이 되어야 직책을 받게 된다. 그래야 자기 밑에 열 세 살짜리 새로 들어온 아기 나인을 받아 가르치며 거느리고 살게 된다. 꼬박 이십년의 세월을 궁에서 배우고 익혀야 그 품위에 따라 첩지라는 장식물을 가르마 중간에 얹어 쪽을 찔 때 넣는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재료가 궁에 들어오고 오랜 기간 연마한 솜씨로 온갖 정성을 드려 차린 수라상이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라 맛은 물론이도 섬세하고 정교하기가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다과를 준비하던 생과방(生果房)의 상궁 솜씨가 단연코 으뜸이었다. '반찬등속'에도 궁중음식의 흔적이 많이 보이는데 '백편'이 바로 그것이다. 백편은 궁중 떡으로 곱게 빻은 멥쌀가루에 설탕을 섞어 가루를 얇게 켜를 지어 안치고 매 켜마다 썬 대추·밤·석이·잣 등으로 색스럽게 고명을 얹어 찌는 떡이다.

『반찬등속(饌饍繕冊)』 원문에는 '백편' 만드는 방법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백편은 시루에다가 떡켜를 놓되 여늬 백지를 깔고 한 켜 놓고 석이와 잣과 대추를 오려 놓아가며 떡켜를 놓아서 다 한 후에 쪄라"

백편은 백설기 만드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약 2cm 정도로 쌀가루를 안치고 그 위에 기름 바른 백지를 올려 켜를 만들고 고명을 올린다는 것이다. 고명의 종류도 석이, 잣과 대추를 사용해 사치스러움을 더했다. 백편이 혼례·회갑연·제례 등 잔치 때에 만드는 고급스러운 떡이기 때문이다. 조리서마다 조금씩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 물을 내리지 않거나 물·설탕물·소금물을 조금 내렸고, 찹쌀가루를 조금 넣으면 더 좋다고 하였다.

궁중의 음식이 어떻게 민가에 전해졌을까? 그 이유는 왕족이 왕족끼리가 아닌 사대부와 혼인을 하는 제도 때문이다. 혼인을 통해 궁중의 생활양식을 비롯한 모든 문화가 사대부가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된다. 궁중에서의 잔치는 규모가 엄청나서 음식을 고이는 높이도 한자 한치나 되고, 한번에 40가지가 넘는 음식을 차린다. 잔치가 끝나면 음식을 친척과 인척, 사대부가에 고루 하사는데 이를 사송이라고 하였다.

또 궁 밖에서는 진상이라는 격식으로 궁중에 음식이나 식품들을 들여보내는 일도 많이 있었다. 여기서 궁중과 반가 사이에 음식의 교류가 생겨 조리법을 서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궁궐의 담장이 높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지은 진주 강씨 집안도 궁중과 연관성이 깊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반찬등속에는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실타래를 풀어 다시 씨줄과 날줄을 정교하게 엮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



지명순 교수(조리학 박사, 한의학 박사)

유원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사)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