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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02 13:26:00
  • 최종수정2021.09.02 13:26:00

지명순

(사)전통음식문화원 찬선 원장/유원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음식의 맛보다 보여지는 것이 더 중요한 상차림이 있다. 바라보는 상이라는 뜻에서 망상(望床)이라고도 하고 음식을 높이 쌓아서 상을 차리므로 고배상(高排床)이라고도 부른다. 이 상은 축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삶의 여정에서 가장 크게 축하하는 행사에 쓰이는 상차림이다. 축하의 대상에 따라 부모가 자손에게 또는 자녀가 부모에게 차려준다. 혼인날 부모가 신랑과 신부에게 차려주는 것을 큰상이라 하는데 큰상에는 강정, 약과, 산자, 다식, 숙실과, 생실과, 당속류, 정과 등의 조과류와 전유어, 편육, 적, 포 등의 찬품을 차려 자녀의 앞날을 축복해 준다. 회갑례는 자손들이 모여 연회를 베풀어 부모의 장수를 축하드린다. 이때에도 혼례 때의 큰상과 같이 떡, 과자, 생과, 숙실과와 찬물을 높이 고인다. 고배상에 차리는 음식의 종류나 품수, 높이는 정해진 규정은 없으며 놓는 위치도 정해지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유과, 조과, 생과 등을 앞줄에 놓고 상을 받는 편에 찬물과 떡 등을 차린다.

염주떡과 지명순 원장.

100여년 전만 해도 모든 통과의례(通過儀禮-개인의 성장과정과 함께 행하여지는 인생의례)는 집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의례에 사용되는 떡 만드는 방법은 중요한 것이었다. 반찬등속에도 망상 상차림에 사용되는 떡을 소개하고 있다. 이름은 '염주떡', 종교적인 냄새가 나지만 사실은 염주처럼 둥글게 만들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멥쌀가루를 쪄서 둥글게 빚은 다음 오색을 드려 화려함을 더하고 떡을 실에 꿰었다. 그리고 떡을 높게 쌓을 수 있도록 지지해줄 기둥을 나무로 세우고 실에 꿰인 떡을 나무 기둥에 감아 높게 쌓아 올리라고 했다.

염주떡이라 하는 것은 흰떡을 차지게 쳐서 이 떡이 더운 때에 외톨만큼 만들어서 실에 꿰고 오색 물을 들여서 접시에 괼 때에 접시에다가 괼 적에 나무떼기를 세우고 네모가 반듯하게 하여 놓고 그 떡 꿴 실을 휘휘 둘러서 괴라. <반찬등속 염주떡 원문 해석>

염주떡을 만들려면 먼저 멥쌀가루와 자연색을 낼 수 있는 오방색 가루를 준비한다. 분홍색 백년초, 노랑색 치자, 녹색으로 녹차와 검은색 칡가루를 사용했다. 먼저 멥쌀가루로 백설기를 쪄서 5등분으로 나누어 각각의 색을 섞어 준다. 그리고 떡 반죽이 식기 전에 손으로 잘 치대주어 절편처럼 찰지면서도 고운 빛깔이 나도록 한다. 이것을 가래떡처럼 길게 늘려 손날을 세워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동그랗게 끊어 작은 염주 알처럼 동그랗게 빚어 염주떡을 완성한다. 그 다음은 작은 구슬 모양으로 동그랗게 빚은 떡을 색깔 순서에 맞추어 실에 꿰어준다. 알알이 이어지는 떡의 수만큼이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떡이다. 이제 염주 알처럼 길게 실로 이어준 떡을 나무때기를 세우고 감아준다. 한 알 한 알 정성들여 빚고 쌓아올려 복을 기원하고 축하의 의미를 담았다. 무려 꼬박 다섯 시간이 걸렸다.

고임상을 차리는 데는 남다른 솜씨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는 고임상을 전문으로 차리는 숙수(熟手)라는 직업이 있었다. 집안에 잔치가 있을 때면 숙수를 모셔 몇 칠이고 기거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고이게 했다. 당연이 고액의 돈도 지불해야했다. 산업사회로 되면서 집안에서 이루어지던 행사가 결혼식장이나 외식업체로 옮겨졌다. 그러다보니 망상(望床)은 바라보는 것으로만 의미를 두어 플라스틱모형으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부모가 자녀에게 차려 주던 큰상은 결혼식으로 바뀌었고, 회갑연은 모형을 차려 놓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기념하는 것으로 변했다. 진짜 음식이 사라지고 가짜 플라스틱 모형이 고임상을 대신한 것이다.

어쩌면 100년 후에는 음식을 차려 축하하는 가정 이벤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가짜 사랑과 가짜 효도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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