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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1.21 13:33:41
  • 최종수정2024.11.21 13: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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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미술관 주변의 가을 정취.

미술가들에게는 비슷한 꿈들이 있다. 자신의 작품이 유명해져 비싼 가격에 팔렸으면 하는 생각과 작품제작을 맘껏 할 수 있는 쾌적한 조건의 작업실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전시실, 수장고까지 갖춘 작업실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빈 건물을 보면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곳을 작업실로 사용하면 좋겠다"라고 자동적으로 반응을 보일 정도다. 미술가들의 삶은 더 좋은 작업실을 갖고자 하는 여정이라고 할 정도로 작업실에 대한 미술가들의 열망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실하다.

미술가들은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월세, 전세 등으로 건물을 임대해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 그것마저 어려운 화가는 집 거실에 그림 도구와 재료를 펼쳐놓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드문 경우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미술가들은 넓은 터에 개성적인 건물을 짓기도 한다. 요즘은 개인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입주작가들을 공모해 작업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창작공간을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현재 '청주 창작 스튜디오'와 폐교를 활용한 '여수 예술인 마을'이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미술가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떠나면 그의 작품과 작업 흔적이 남아있는 작업실은 그 작가를 기억하게 한다. 지금 남아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미술가의 작업실은 진도 '운림산방', 청주 '운보의 집', 용인 '장욱진 가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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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인 허련의 작업실로 쓰였던 진도 운림산방. 사진은 '2018 진도 관광 사진 전국 공모전'에서 금상을 차지한 진소연씨의 출품작 '운림산방의 봄빛'.

ⓒ 뉴시스
운림산방은 조선 시대 남화(南畵)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1808~1893)이 말년에 여생을 보냈던 화실이다. 이곳에서 소치(小痴)는 미산(米山) 허형을 낳았고 미산이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고 의재 허백련이 미산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익힌 곳이기도 하다. 이와같이 유서깊은 운림산방은 소치(小痴) - 미산(米山) - 남농(南農) - 임전(林田) 등 5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준 한국 남화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연못과 정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영화 '스캔들 조선남여상열지사'를 촬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만든 이재용 감독이 지인의 조카라 관심 있게 봤는데, 뱃놀이 장면을 촬영한 연못 중앙에는 자연석으로 쌓아 만든 둥근 섬이 있고 여기에 소치가 직접 심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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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업실이자 생활 공간이었던 청주 운보의 집.

ⓒ 뉴시스
청주 운보의 집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산자락 3만 평에 조성돼 있는 고래등 같은 한옥을 중심으로 운보미술관과 작업실, 분재 및 수석 전시장, 조각공원, 연못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미스터 선샤인', '제빵왕 김탁구' 등과 같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는 곳으로 동서고금 화가의 작업실 중 가장 큰 규모이지만 자식들이 아버지의 작품과 집을 지키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운보의 집 양지바른 동산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운보, 우향 부부가 하늘의 은하수를 이불 삼아 나란히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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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위치한 장욱진 화백의 가옥.

ⓒ 뉴시스
동심의 세계를 작은 화면에 표현한 것으로 유명한 장욱진(1917~1990) 화백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남양주 덕소, 서울 명륜동, 충주 수안보, 용인 등을 다니며 작품활동을 했다. 각 지역에서 사용하던 작업실들은 모두 사라지고 용인 작업실만 온전히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인 장욱진 가옥'은 용인시 마북동에 있으며 장 화백이 198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한 곳이다. 한옥은 안채와 사랑채, 광으로 구성돼 있으며, 장 화백이 직접 수리해 작업실과 거주 공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옥 옆에는 장욱진 화백이 직접 설계해 지은 빨간벽돌 작업실이 있는데 '자동차가 있는 풍경'이라는 작품에 나올 정도로 장 화백이 애정을 가졌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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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에 위치한 이동우 미술관 전경.

필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1991년 교사발령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처음 작업실은 20여 평 신혼집에 마련한 방 한칸이었다. 2평 정도의 공간이었지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설렘에 큰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작업실이 좁아 큰 그림을 그릴 때는 거실에 펼쳐놓고 작업을 했다. 그 후 영동 주곡리 빈농가, 양산면 조립식 창고, 초정리 아파트 등을 임대해 작업을 지속해 나갔다. 영동에서 빈 농가를 작업실로 이용했을 때는 버려진 빈 농가를 활용했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봤는지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금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이동우 미술관'은 2년 전 청주에서 증평으로 이사 오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사 온 다음 날 보광천에 잘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애마를 타고 달리다가 예사롭지 않은 건물을 만나게 됐다. 마치 용인 장욱진 가옥에 있는 빨간벽돌 작업실 같았다. 건물 현관 유리문에 '매매'라고 쓴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바로 연락해 매입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매입하기 전 H 은사님께 건물을 보여드리니 규모, 가격, 풍수지리학적 위치 등이 아주 좋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바로 구입하라고 하시며, 제자의 그럴듯한 작업실 구입을 많이 기뻐해 주셨다. 이 건물은 30년 전 '어린이 집'으로 지어진 것으로 원생들이 서서히 줄어들어 문을 닫았고, 종교단체에서 사용하다가 오랫동안 비어져 있었다. 사람의 온기를 잃은 건물은 공포영화를 찍기에 안성맞춤일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정원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비가 샌 건물은 곰팡이와 이끼 천국이었다. 미술관 인근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요즘 높이뛰기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우상혁 국가대표선수'가 이 어린이 집을 다녔다고 말씀해 주시며 "국가대표를 배출한 명당 터이니 좋은 작품 많이 나올 것 같다"고 격려해 주셨다.
이 건물을 살리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댈 것인가? 심사숙고하다가 전문 리모델링 업체에 맡기지 않고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비용을 아끼고 의미도 있는 셀프리모델링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지붕, 화장실, 전기 공사를 제외하고 벽과 바닥 도색, 천정 철거, 정원조성 등을 아내와 함께 용감하게 시작했다. 중고사이트를 적절하게 이용해 저렴하게 미술관에 필요한 집기들을 구할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다는 소문을 들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바로 위 형님과 죽마고우들이 선물한 잘생긴 소나무는 미술관의 랜드마크가 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모델링하는 과정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든 줄 모른다는 말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고 책으로 엮어도 될 정도로 하루하루 변신하는 모습이 흥미진진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건물에서 지인의 동생이 어린이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생각같지 않게 사업이 안돼 접었을때 속상했었는데, 필자가 예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켜주니 기쁘다며 고마워했다. 이제 2년간의 기나긴 리모델링은 마무리되고 있다. 그 과정은 단순히 건물 보수가 아니라 훌륭한 미술작품을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미술관을 방문한 한 선배는 "이 선생은 성공한 작가야! 이렇게 큰 작업실을 가진 작가가 됐으니"라며 응원해 주셨다. 생각해 보니 3층 건물에 전시실까지 갖춘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퇴직 후 미술관 정원관리와 작품재료인 종이 딱지를 접어주며 작업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아내가 있고, 작업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자유로움에 교직에 있을 때는 엄두를 못 내던 대작들을 맘껏 하며 서울 인사동 전시회를 준비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하다. 그러나 책가방이 크다고, 공부방이 좋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하드웨어는 완성됐으니 질적으로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로 채우는 일은 작가의 몫이다. 그래서 오늘도 미술관으로 출근을 한다. 이동우 미술관은 개인의 창작공간이자 작품감상 공간으로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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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