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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 이야기 - 충북도립미술관과 김홍도 미술관

  • 웹출고시간2024.03.14 14:48:51
  • 최종수정2024.03.14 14:48:51

김홍도 그림.

ⓒ 클립아트코리아
오늘은 '이동우의 그림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술가(美術家) 이야기'가 아니라 '미술관(美術館) 이야기'를 할까 한다.

'대한민국 남부 현대 미술협회'와 '한국화 동질성전'이라는 그림 그리는 작가들의 모임 회원으로 20년 넘게 부산, 대구, 대전, 전주, 제주, 광주 등을 다니면서 전시회를 하다 보면 부러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화려한 도심의 네온사인이 아니라 다름아닌 번듯한 미술관들이다. 도세가 약한 충북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광역시는 제쳐놓고, 도 단위 지역만 봐도 '도립미술관'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 지역에서 '도립미술관'이 없거나, 구체적인 건립계획이 없는 곳은 강원도와 충북도 뿐이다.

경북도립미술관은 오는 2029년 예천에, 충남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홍성에 약 1천억 원을 들여 2025년 도립미술관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을 설계한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가 미술관을 설계했고, 1년 도립미술관 운영비로 수십억 원을 책정한 상태라 하니 부러울 뿐이다.

현재 경남도립미술관은 창원에, 전북도립미술관은 완주에, 전남도립미술관은 광양에,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시에, 경기도미술관은 안산에 건립돼 있다. 청주에 대형카페가 다른 도시보다 유난히 많은데 그 이유는 시민들이 편하게 찾아갈 관광지와 문화시설이 없기 때문이라는 씁쓸한 얘기가 있을 정도로 충북엔 문화시설 인프라가 취약하다.

이제 충북도 '도립미술관 건립위원회'를 결성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시점이다. 미술관은 음악회, 연극, 무용공연 등과 달리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전시회를 개최하니, 위치를 정할 때 유동인구와 접근성이 중요하다.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충북의 관광지는 '청주 청남대', '괴산 산막이 길', '단양 만천하스카이웨이'다. 이 세 곳 중 교통이 편리하고, 인구 8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지역에 있는 '청주 청남대'가 '충북도립미술관'이 건립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보인다.

청남대 전경.

ⓒ 클립아트코리아
청남대에 도립미술관을 짓자는 것은 이미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필자는 지원사격을 하고자 이 글을 쓴다.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기인 2003년 4월 18일, 20여 년간의 가려진 베일을 벗고 충북이 넘겨 받은 후 개방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에 관련된 자료들로는 볼거리가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이제 이 곳에 '도립 미술관'이 건립돼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보여준다면 안으로는 도민들에게 다양한 시각예술 분야의 관람기회를 제공해 문화향유권을 확대하고, 밖으로는 타 지역에서 오는 관람객들에게 충북문화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음은 '김홍도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국에는 미술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많이 있다. 제주도에 있는 이중섭미술관과 이왈종 미술관, 창원의 문신미술관, 대전 이응노 미술관, 경기도 양주 장욱진 미술관, 강원도 박수근 미술관, 서울에 위치한 박노수 미술관과 환기미술관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충북도립미술관이 없듯이 충북 도내에는 증평에 개관을 앞두고 있는 '이동우 미술관' 외에 없는 실정이다. 미술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들어선 곳은 미술가의 출생지이거나 작업실이 있었던 곳이 대부분이고,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은 한국전쟁 때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1년간 피난살이 한 것을 인연을 스토리텔링해 건립된 곳이다. 미술관 외에도 '이중섭 거리'를 조성하고 이중섭이 살았던 작은 방을 보존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괴산 '산막이 옛길'은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때는 제주도 올레길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던 '전국구 걷기길' 이었다. 이곳에 김홍도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제안한다. 김홍도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큰 획을 그은 대가다. 정조는 "김홍도는 그림에 교묘한 자(者)로 그 이름을 안지 오래다. 30년 전 초상을 그렸는데, 이로부터 무릇 회사(繪事, 그림에 관한 일)에 속한 일은 모두 홍도로서 주장하게 했다"고 할 정도를 김홍도를 아꼈다. 김홍도는 정조의 어진을 그린 공으로 충청도 연풍현의 현감 벼슬을 받는다. 정조 15년인 1791년부터 1795년까지 만 3년을 연풍 현감으로 괴산지역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 연풍중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단원 김홍도의 발자취를 찾아보려고 연풍면 소재지를 시간 날 때마다 돌아 다녀보니 단원의 풍속화들을 길거리에 세워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연풍초등학교에 가보면 김홍도가 현감으로 근무했다는 설명은 없지만 동헌 건물이 잘 보존돼 있는데, 국민화가 김홍도가 괴산에서 3년간 벼슬살이를 했다는 것은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1년간 피난살이 한 것에 비하면 훨씬 더 큰 자산이다. 이렇게 좋은 자산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김홍도 미술관을 세우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미술관의 위치는 시골의 작은 면소재지에 세우는 것은 유동인구가 없어 적합하지 않고 같은 괴산군으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산막이 옛길이 적합할 것이다. 산막이 옛길에 가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걷다가 종착점에 도달해 옛 산막이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땀을 식히는 것이 즐길 거리의 전부다. 그러니 이곳에 '김홍도 미술관'을 세워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산막이옛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1% 부족한 문화 성취 욕구를 채워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막이 옛길은 산수가 수려한 최고의 걷기 길인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 우후죽순으로 생긴 경치가 좋은 걷기길은 전국에 널려있다. 이제 차별화 전략으로 산막이 옛길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 이름은 '단원미술관'이 아니라 '김홍도미술관'으로 해야 한다. 그 이유는 김홍도가 태어난 경기도 안산시는 일찍이 단원 김홍도를 잘 활용해 이미 단원미술관을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미술협회 증평지부에서는 증평군청과 협의해 청사 1층 민원실 복도에 회원들 작품으로 '찾아가는 미술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필자도 지난 12월에 깔끔한 갤러리를 마다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강검진센터 복도에서 개인전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해 놓고 관람객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그림을 들고 찾아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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