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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이야기' -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 웹출고시간2022.06.02 18:11:42
  • 최종수정2023.11.16 17:24:09
[충북일보] 세한도(歲寒圖)는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갔을 때 사제 간의 정을 잊지 않고 두 번씩이나 북경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현으로 그려준 그림이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서 있는 잣나무, 소나무 네그루 사이에 둥근 달창을 내어 지은 집을 그린 그림으로 쓸쓸함을 넘어 스산한 느낌이 든다.

미술의 문외한이 봤을 때 기교가 뛰어난 것도 색채가 화려한 것도 아닌 이 그림이 국보180호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구심을 갖을만하다.

그러나 '세한도'는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한(歲寒)은 논어 자하편에 나오는 것으로 추사는 세한도 그림에서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 라고 유배 온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달리 옛 스승을 잊지 않고 살뜰히 챙기는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해 표현했다.

미술적 묘사능력보다 강인하고 반듯한 추사체와 그림의 조화에서 나오는 문기와 고졸한 미가 생명인 세한도는 가로 69㎝, 세로 23㎝ 정도되는 크지 않은 그림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그림은 왼쪽에 많은 글들이 써 있는 두루마리 긴 그림이다.

그것은 역관이라는 직업으로 중국으로 자주 갈 수 있었던 이상적이 장악진, 조진조를 비롯한 청나라 문인 16명에게 세한도 감상평을 받았고, 일본에서 세한도를 찾아온 손재형도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오세창, 정인보, 초대부통령 이시영에게 글을 받았기에 그림이 길어진 것이다.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이 같이 수많은 문인들의 보증서 비슷한 감상평들이 세한도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추사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실학자이자 예술가로 금석학과 경학, 시, 서, 화, 역사 등 문화, 예술, 사상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작가로 서양의 르네상스를 빛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버금가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김정희는 1786년(정조 10) 예산에서 이조판서 김노경과 기계 유씨의 맏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글씨를 잘 썼는데, 그의 천재성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6세 때 그가 쓴 입춘첩(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집 대문에 붙여 놓았더니 지나가던 실학자 박제가가 감탄했고, 영의정 채제공은 "이 아이는 장차 명필로 이름을 떨칠 거요. 그러나 서(書)와 기(技)에 능하면 운명이 기구할 테니 글씨를 금하고 글공부를 잘 시키시오"라고 우려 섞인 감탄사를 던지고 갔다고 한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세한도는 하마터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다.

세한도는 이상적 사후에 민씨 일가에 넘어갔다가 추사 매니아인 경성제국대학 후지즈카 치카시 교수의 손에 들어간다.

1943년 후지즈카 지카시가 그림을 갖고 일본으로 가버리자, 서예가이자 고미술품 수집가인 소전 손재형이 이듬해 거금을 들고 도쿄로 간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도쿄는 밤낮없이 계속되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불안한 분위기였다. 소전은 후지즈카 교수집 옆에 숙소를 정하고 병석에 누워 있는 후지쓰카를 매일 찾아가 "세한도는 조선의 것이니 조선 땅에 있어야 합니다. 돌려주십시오"라고 애원한다.

결국 후지즈카는 소전의 열정에 감복해 100여 일 만에 세한도를 내주고 만다.

그때 소전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세한도는 한 줌의 재로 변했을 것이다. 석 달 뒤 후지즈카 집에 연합군의 공습 포탄이 떨어져 불이 났기 때문이다.

손재형은 195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추사 100주기 전람회' 전시작 중 절반이 그의 소장품일 정도로 열정적인 고미술품 수집가였다.

하지만 정치에 욕심을 부려 국회의원 출마와 낙선을 거치면서 평생 모은 컬렉션이 흩어지게 된다. 급전이 필요해 세한도를 사채업자에게 저당 잡히고, 선거만 끝나면 되찾아올 생각이었지만 낙선한다. 갖고 있던 모든 재산을 끌어모아 찾으러 갔지만, 이미 세한도는 일곱 사람을 거쳐 새 주인에게 넘어간 뒤였다.

사연많은 세한도는 흘러 흘러 개성 출신 손세기 사업가 소유가 된 뒤, 그의 아들 손창근 선생에 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안기게 된다. 세한도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를 기증한 것이었다.

이런 경우를 천만다행이라 말하는 것 같다.

제주도 대정읍 추사의 8년간의 유배지에는 추사의 정신을 기리고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추사미술관 '추사관'이 있다.

전시장은 지하로 배치하고 밖으로 나와 있는 건물 모양은 세한도에 나오는 둥근 달창이 있는 한옥과 닮아있다. 처음 추사관이 세워졌을 때 주민들 사이에 "웬 감자창고가 들어섰냐"는 얘기가 떠돌 정도로 간결하고 소박하다.

추사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이곳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세한도에서 보여지는 붓질과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 등은 파란만장한 삶 가운데서도 결코 꺾이지 않겠다는 추사의 단단한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조선 후기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받는 세한도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삶을 영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

이동우

충북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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