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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친구가 돌아온 느낌이다. 7월 중순이면 시작되는 옥수수 수확이 가져다준 반가움은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한다. 찐 옥수수를 훑어 먹다 보면 동요 '옥수수 하모니카', '기찻길 옆'이 떠오른다. 가사가 아니더라도 왠지 묘한 서정이 스친다. 여느 과자나 과일 먹을 때와는 사뭇 다른, 어떤 의식을 치르는 느낌이랄까. 옥수수는 그저 그런 계절 간식이 아니다. 정이요, 시(詩)요, 추억이자 지구촌 식량의 보루라서다.

옥수수(강냉이)는 문학작품에 두루두루 등장한다. 이미지는 각각이지만 이것이 소설 '별(황순원 作)'이나 '옥수수와 나(김영하 作)' 등에 나오는 건 문학적 소재로서의 상징성 때문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作)',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 作)'에 등장하는 옥수수의 이미지는 친근하거나 혹은 무심한 이웃의 이미지를 지닌다. 민요 '노랫가락'에선 곤궁한 먹거리의 상징이었고 어떤 시인은 '옥수수의 힘'이란 시집을 냈다.

옥수수는 지구상 3대 곡물의 하나다. 옥수수 농업이 얼마나 중요하면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를 그 주산지(콘벨트)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전통이 생겼을까. 옥수수밭이 하도 넓어 길을 잃기 쉽다 보니 곳곳에 경고판이 설치돼 있는데,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나 드라마가 나왔을 정도다.

영화 '인터스텔라(2016년)'에는 광활한 옥수수밭이 속절없이 불타기도 한다. 감독은 100㏊(30만 평)의 밭을 만들어 태움으로써 지구종말을 이미지화했다. '옥수수의 힘'은 영화 '웰컴투 동막골(2005년)'에도 나온다. 그 최고 명장면이 눈처럼 내리는 팝콘이다. 창고 안에서 수류탄이 잘못 터져 튀겨진 옥수수알이 하늘로 솟구친 것이다. 그게 쪄 먹는 종자와는 완전히 다르고,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란 점까진 몰라도 좋다. 촌장 말마따나 "뭘 좀 마이 멕인" 덕에 유지돼온 마을 평화의 비결이 바로 옥수수에 있다는 눈치만으로 관객은 흐뭇해진다.

'소망의 작물' 옥수수가 장엄 서사에만 조명받는 건 아니다. 동화, 만화영화, 그림책 등 아동 콘텐츠에서 옥수수만큼 많이 다뤄진 게 있을까 싶다. '아프리카 옥수수 추장'이란 책도 있다. 식량 빈국에서 옥수수 보급을 위해 헌신한 김순권 박사의 휴먼 스토리를 다룬 건데 아이들에게 읽혀 보는 건 어떨까.

옥수수는 재배가 쉽다지만 효능도 만점이다. 당뇨병이나 노화, 부종 완화에 좋고 피부 미백에도 효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옥수수 수염차 말고 안주요리로도 인기를 끈다. 바야흐로 옥수수는 왕성한 생명력에다 웰빙, 추억의 이미지까지 얽어맬 수 있는 콘텐츠의 보고인 셈이다.

수도권에선 옥수수 하면 강원도 찰옥수수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충청도에서는 괴산의 대학찰옥수수가 단연 유명하다. '대학찰'은 최봉호(86·在美) 전 충남대 교수가 고향(괴산 장연) 사람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육종했다. 첫 수확 당시 대학 교직원 대상으로 판로까지 열어준 최 교수에게 고마움을 표하려고 농민들이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맛이 뛰어나다는 입소문 덕에 괴산의 옥수수 재배면적은 점점 늘어 전국의 8%를 차지, 2위 홍천군을 멀찌감치 따돌려 놓았다. 최근 괴산 주민 555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 1위로 대학찰옥수수가 꼽혔다. 2위는 절임배추, 3위가 고추였다.

괴산군은 이런 추세를 감안, 옥수수축제 개최를 염두에 두고 최근 홍보용으로 옥수수캐릭터를 공모, 확정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형 이벤트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향후 전개가 관심을 끈다. 대학찰옥수수는 무엇보다 품질이 뛰어난 데다 감동적 스토리가 선명하다. 그러게 대학찰 이름을 미끼로 '합격기원 마케팅'도 생각해 볼 만하거니와 지리적·인문적·사회적·경제적 관점 어느 모로 보나 축제의 타당성이 충분해 보인다. 가위 지방 활력을 위한 문화경제학(컬처노믹스)적 접근이랄 수 있다.

그러나 축제 개최만으로 '창조도시'가 되기엔 갈 길이 멀다. 도시전략의 석학 찰스 랜드리가 말했듯이 주민의 관심과 공유, 이를 조직하고 연대하려는 주민들의 자발적 의지와 꾸준한 성찰이 중요하다.

어제 처음 햇옥수수를 맛보면서 문득 대학찰을 둔 괴산의 브랜드 마케팅, 그 미래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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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자 대모에서 소상공인 대변인으로… 수십년 '봉사열정'

[충북일보]울타리밖 청소년과 범죄피해자들의 대모(代母)가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변인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청주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임명된 신인숙(58)씨의 얘기다. 신씨는 2018년 NC백화점 청주점(옛 드림플러스) 1층에 '퀸갤러리'라는 프랑스자수·퀼트점을 열어 소상공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씨가 처한 장소와 위치는 달라졌지만, 지향점인 '사회를 위한 봉사'는 변하지 않았다. 신씨는 지난 2001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무부 보호관찰소 특방위원·상담실장을 맡았다. 신씨는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울타리밖 청소년들을 만나 빗장을 열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2011년부터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사법보좌위원을 맡고 있다. 신씨가 소상공인의 벗으로, 대변인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범죄피해자 심리치료 활동을 하면서다. 신씨는 "범죄피해자들과 웃고 울면서 상담을 하면서도 딱딱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며 "제가 할 줄 아는 바느질을 심리 치료에 접목해 '바느질 테라피'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