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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6.17 16:19:03
  • 최종수정2021.06.17 16:19:03

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나이를 명찰처럼 달고 살지는 않아도 늙어가는 사람이면 몸이 먼저 안다. 노화다. 저항불가임에도 마치 그 노화 열차에서 내리는 게 가능한 듯 떠드는 광고가 많다. 누구는 현혹되고, 누구는 담담하게 스스로 길들인다.

"난 '육십'이 아니라 '육감적'이란 말야.(I'm not sixty, I'm sexy.)"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돌리 파튼은 이렇게 나이에 항거했다. 베이브 윌리암스가 도발적 아포리즘만 추려 엮은 『나이에 대한 도도하고 발칙한 상상』(원제 Oder, Wiser, Sexier for men/women)에 나온다. "주름은 단지 미소가 지나간 흔적일 뿐이야."(M.트웨인)라든가, "유혹을 피하려 애쓰지 마라. 나이 들면 그게 당신을 피해가거든."(W.처칠) 등 작가나 연예인, 정치인 등 명사들의 촌철살인이 번득인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란 노래 대목은 사실 피카소가 먼저 한 말(We don't grow older, we grow riper)인데, 무슨 말이든 세월을 원망한 레토릭이 아닐까.

독일의 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는 『늙어감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노년의 장점으로 뭔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더 못해도 된다는 걸 꼽았다. 모든 성공의 근저에는 종말이나 허망함이 숨어 있을 수 있는데, 늙음은 이런 걸 꿰뚫어 보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늙음은 '그래야만 해'에 대한 '(그러면) 그렇지'의 승리"라고 단언했다. 이른바 '미래순응' 자세다. 즉 '올바른 미래'라는 관념에 집착해 생기는 환상 같은 것이 사라지는 게 늙음이라는 거다. 그는 노인의 미덕으로 유머(감각)를 이성만큼 존중했는데, "(임종 직전처럼)더 이상 웃을 일이 없을 때 웃는 게 유머"라고 강조했다.

'늙음'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늙다'는 '죽다'처럼 동사다. 주지하다시피 '늙다'의 반대말은 '젊다'다. 근데 이건 형용사다. 현재시제를 나타내는 어미 '-는'을 쓸 수 있으면 동사고, 아니면 형용사다. 젊다는 그저 상태일 뿐이고 늙다에는 진행의 뜻이 담겨 있다 해도, 굳이 품사에서 구분된 게 서양어와 달라 묘하고 궁금하다. 추측건대 어떤 방향성의 유무가 아닐까 싶다. 동사의 동작에는 그게 자동사든 타동사든 뭔가 '갈길'이 있다. 그러나 형용사는 그저 생긴 대로 기표(記標)한 말이기에 목적성을 따지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젊음은 방향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상태지만 무릇 늙음은 어떤 목표나 방향―그것이 죽음일지언정―을 향해 가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젊음이 소중한 만큼 늙음은 그것만으로 거룩하다. 그래서 그저 한때일 뿐인 젊음이 늙음을 향해 침 뱉는 세태가 편치만은 않다.

젊은 입주민한테 나이 든 경비원이 수모당하는 일련의 사건이야 극단적이라 치자. 정계로 눈 돌려 보면 젊음이 넘치는 각광을 받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서 숭배 분위기다. 장강의 뒷물결에 앞물결이 떠밀리듯이, 바야흐로 중년층 이상은 안절부절이다. 답답하고 뻔뻔하고 구질구질한데 권위적이기까지 하다니…. 어쩌다 모두가 꼰대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젊음을 마냥 찬양하는 건 어디까지 온당할까? 서유석 작사·작곡 <넌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단다>란 노래 가사에 중년층조차 공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중 우리는 주저없이 경험을 꼽는다. 경험은 곧 지혜이고, 자산이기에. 그러나 미국의 영양학자 쥬디스 스턴이 "경험이란 머리가 다 빠진 뒤 생이 선물하는 빗"이라고 했듯이 경험은 까고 보면 별 볼 일 없고, 오히려 덫일 수 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자기성찰 여부다. 경험이 숙성되어야 철드는 법이다. 공자가 배움을 놓으면 늙는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해 기득권 말고도 변화에 어둡고 성찰이 부족하다며 공격한다. 그 앞에선 웰에이징(well-aging)이 자칫 무의미해질 수 있다. 어떻게든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보은·괴산군에선 35%를 넘고, 전남 고흥은 41.5%에 달한다. 전국 평균 16.5%인데 상승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노인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란 이름의 죽비가 많다는 얘기였으면 좋겠다. 아무튼 개인이든 사회든 나이와 경험을 숙성시킬 때다. 잘 늙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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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