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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7.23 15:30:03
  • 최종수정2020.07.23 15:30:11

안남영

전 현대HCN대표이사

"우리는 이 도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렇게 화두를 던진 유명한 강좌가 있었다. 7년 전 히트한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다. 엑스트라지만 교수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 이게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입니다"라며 학생들을 건축학으로 안내한다.

건축학을 누구나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도시디자인이 지역브랜드나 지역경제의 바탕이고 보면, 사는 곳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 도시디자인 분야의 태두인 세계적 건축가 단게 겐조는 도시문제 해결 방편으로써 디자인에 입각한 공간질서 창조를 역설했다고 한다.

새삼 이 영화가 떠오른 건 최근 청주시 신청사 설계공모 당선작을 보고 나서인데 반가움에 앞서 씁쓸하다. 청주·청원 통합의 기대와 염원이 담긴 사업이건만, 결과는 상상력이 저당 잡힌 모양새 아닌가 싶다. 논란 끝에 신축으로 결론 난 통합 청사의 운명이 측은하다. 추가부지 매입비 과다에, 정중앙에 있는 현 본관을 철거하지 말라는 문화재청의 요구도 그렇고 49층짜리 마천루를 등지고 있어야 하는 등 '3중악재' 때문이다. 도시와 건축의 맥락을 강조한 단게에 설득된 탓인지 궤란쩍게도 실망, 패착, 낭비, 부조리 등을 떠올리게 된다.

당선작의 외양은 근사해 보인다. 평면배치도를 보면 현 청사 본관을 에워싼 모습이 풍수에서 음택의 으뜸으로 치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을 연상시킨다. 당국 말로는 언필칭 랜드마크요, 100년 뒤 문화재다. 하지만 출품작 전시장을 찾은 시청 직원 표현대로 '구닥다리'(현 본관)와 안 어울린다거나 바로 뒤 아파트의 부속건물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신청사 설계가 보존 결정이 난 현 본관과, 후면의 초고층 아파트 때문에 뒤틀릴 거란 건 공지의 사실. 불가피했다 해도 이런 토대 뒤에 어떤 설계작이 나온들 무결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게다가 민선시대 지어진 전국의 신축 청사 59개가 줄줄이 호화 시비에 걸린 마당에 청주는 전북·전남도청 신축보다 각각 600여억 원 많이 들여 짓는다고 한다. 아무튼 총사업비 2천312여억 원이 들어간다니 매의 눈을 아니 가질 수 없다.

뭣보다 안타까운 건 뻔한 제약 때문에 우선협상 당선작도 새 청사의 기능적 요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또 신관과 보존될 구관 간 조화도 의문이다. '갓 쓰고 넥타이 맨' 격의 루브르박물관 유리피라미드―건축 당시 시민 90%가 반대―처럼 언젠간 익숙해지겠지만 말이다. 셋째, 낭비 요소다. 유리 외벽은 멋스러울지 몰라도 단열에 불리해 성남 청사처럼 동네북이 될까 봐 걱정된다. 또 구조적으로 죽은 공간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넷째는 접근성과 동선이다. 승강기나 시장실 위치 등 배치가 치우치거나 어수선해 보인다. 이밖에 풍수적으로 주출입 현관이 아파트 입구와 마주 보는 북쪽이어도 괜찮다면 좋겠다.

물론 전문가들은 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래도 서울시 신청사 당선작이 4차례 설계를 바꿨음에도 멋에 매몰돼 사상 최악의 건물로 찍힌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내 명암타워나 모충동 건강가족다문화지원센터에서 멋만 추구하다 실용성을 놓친 전비가 있잖은가.

당선작 투시도에서 뒤편 마천루를 잘 안 보이게 애써 지우려 한 흔적을 보는 맘도 편치 않다. 영어에 "해님 앞에서 촛불 든다"는 속담이 있다. 청사가 아무리 번지르르해도 랜드마크는 등뒤 아파트 차지가 될 판이다. 이런 형국이 예상되었음에도 우암산조차 내려다보겠다는듯 세워지른 아파트는 진작 허가됐고 연말 준공된다. 이미 시청 풍경이 점령당한 것이다.

서영채 서울대 교수는 『풍경이 온다』에서 "풍경은 종종 도적처럼 사람을 습격한다"라고 했다. 5년 뒤 새 청사는 어떤 모습으로 습격해 올까?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가 만든 유행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납득이 안 되네, 납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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