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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1.18 16:12:04
  • 최종수정2021.11.18 16:12:04

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누구는 호기심이 죽는 순간 늙는다고 하고, 누구는 배움을 멈추면 비로소 늙는다고 했다. 노년에 배우면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는 아포리즘도 있다. 배움이 깨우침이고 보면 깨우침이라는 게 곧 살아있다는 증거쯤 되겠다. 공자는 배움을 중시했지만 노자는 배움조차 덜어내고 덜어내서 무위(無爲)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배울 건지 비울 건지, 오늘날이라고 현답이 쉬울까.

식자우환처럼 배움이 앙화(殃禍)였던 시절이 있었다. 디지털 세상은 판이하다. 배우지 않고선 현명한 의식주가 힘들다. 배움의 기능이 워낙 광범해진 탓이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또 꿈도 없이 배우는 일이란, 남과 겨루며 배우기란 고역이고 고문이다. 위험할 수도 있다. 공자 말씀대로 그같이 기쁜 일이 없고, 쓸데없어 남 주는 것도 아니건만, 배움은 현대인에게 평생 짊어진 숙제다.

학교 교육이 흔들리는 문제가 여기 있다. 정호승의 시처럼 "외로우니까 인간"이라지만 배울수록 외로워질 수도 있다. 그 배움이 희열보다는 부담인 거고,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서다. 배움이 의무, 수단에 머무는 한 동기부여가 어렵다. 어른들은 어쨌든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은 무조건 배우게끔 세상은 돌아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때가 되면 교육전문가가 된다. 1989년 일간지 기자 시절 교육 관련 특별취재팀에 막내로 참여한 적이 있다. 기획보도물 제목은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였다. 장장 70여 회에 걸쳐 당시 제기했던 교육 의제가 지금도 유효하다니, 착잡하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 없는 학습, 방향 없는 지식, 스승 없는 교실, 승자 없는 경쟁, 대책 아닌 정책 등 교육 현실을 꼬집는 수식어들이 낯설지 않다.

생각건대 이런 문제는 교육이 배움과 따로 노는 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학업의 성취도와 만족도 간 괴리가 그것이다. 충북·충남·대전·광주·전북·경기 등 시·도 교육청마다 '행복교육'을 교육이념으로 앞세운다. 하지만 2020년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 응답은 70%의 광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60% 언저리(전국평균 59.3%)다. 약 40%는 학교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너무 힘준' 교육의 한계다. 뭔가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행복 교육'류의 슬로건은 더욱 공허해질 것이다. 교육이 거대 담론의 하나지만 배움이 수단인 마당에 차라리 교육도 수단화하는 건 어떨까· 든든하고 정겨운 수단으로 말이다.

세상살이가 우스운 사람은 없다. 인생상담이 두루 긴요해졌다. 이때 흔히 제시되는 극복 방법의 하나가 '객체화'다. "○○아, 너 좀 잘하자!" 식으로 자기를 타자화(他者化)해 위로와 격려, 질책을 하는 건데, 자기 치유나 동기부여에 효과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것은 교육이 다정다감한 인간의 모습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교육이 지도니, 평가니, 입시 등 추상명사가 아니라 정다운 이웃, 벗이나 애인 같은 보통명사로 치환된다면, 즉 교육을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으로 감정이입할 수만 있다면….

긍정 심리학으로 유명한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이 이런 게 아닐까 한다. 몰입 경험은 만족감의 원천이다. 아는 자보다 좋아하는 자가, 좋아하는 자보다 즐기는 자가 낫다는 공자의 말씀과도 통한다. 오늘날 교육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 중 접근 동기를 극대화해 주는 역할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 곧 반려자라면 아이들은 놔둬도 지식과 호연지기 연마에 열중할 것이다. 그 가능성은 놀이체험 교육에서 보아 온 바다.

교육이 1년 365일, 아니 평생의 파트너, 내조자의 모습이라면 서로 함께하는 교실은 저절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반려 하면, 집에서 기르는 동식물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설령 교육이 가볍게 반려동물로 의제(擬製)된다 한들 어떤가? 거기에는 접근 동기가 있고 희열과 보람이 샘솟는데….

요컨대 교육은 반려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이는 반려자와의 만남을 두고 '견줄 데 없는 우주적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반려자에겐 몰입이 쉽고, 몰입하면 스트레스가 끼어들 틈이 없다. 이른바 '반려 교육'의 요체요, 효과다.

관건은 그 실물을 그려나가는 일이다. 학교와 가정, 친구와 사회, 교육 과정과 내용 모두를 든든한 반려자로 객체화하는 방법을 이제부터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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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서원석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충북일보] 서원석(56) 한국은행 충북본부장은 음성 출신으로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지난 1989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국무총리실 파견, 금융안정국 일반은행2팀장, 지역협력실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30여 년의 경력을 쌓았다. 국내 경제·금융관련 전문가로 정평이 난 서 본부장은 지난 2020년 7월 말 충북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충북 금융계 총책임자로서의 금의환향이다. 서 본부장은 부임 당시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사태와 맞서 충북의 금융안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 본부장을 만나 국가적 대위기 속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충북 출신으로서 '한국은행 충북본부 70주년'을 맞은 소회는. "1950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충북도에 1951년 11월 1일 한국은행 청주지점을 설치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는 지난 11월 1일 개점 70주년을 맞이한 셈이다. 충북 출신으로서 고향에서 '한국은행 충북본부 70주년'을 맞이했다는 데 대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충북도와 함께 성장한 지난 70년 세월 동안 한국은행 충북본부는 도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물론 각종 조사연구를 통해 충북도정에 유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