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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23 16:12:46
  • 최종수정2020.04.23 18:44:07

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거참, 청주에 이상한 사건 많데…." 흔히 듣고 하는 말이다. 출향인사와 외지인이 따로 없거니와 청주 사람도 꽤 수긍하는 바다. '관심 사건' 터지면 기사 댓글이 그야말로 장난 아니다. 지난해 여름 여중생 실종 사고가 보도될 때도 "청주 문제 많네…." "사건사고 1위 도시"란 식의 댓글이 다수 관찰됐다.

 사실 이미지는 예전부터 구겨져 있었다. 2013년 세 모녀 살인 사건 기사에 달린 200여 개 중 상당수가 '범죄 1번지 나셨네' 등 조롱투였다. 당시 충북언론인클럽 임원들이 충북경찰청장과 만나 사건 공개 및 보도량 조절 필요성을 논하기도 했으니….

 청주가 정말 어둠의 도시란 말인가? 대검찰청 자료를 보자. 청주의 범죄율(10만 명당 발생 건수)은 2016년까지 전국 평균보다 약간 밑돌았다가 2017년과 18년엔 3천699명(전국 3천524명), 3천503명(전국 3천354)으로 역전됐다.

 이는 서울·대구·대전·광주 등 대도시보다 높은 것이며 창원·전주·춘천 등 중견도시와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특히 경쟁 도시 전주와 비교하면 창피스러울 지경이다. 범죄율에서 청주가 2018년과 2017년 각각 18%, 22%나 높은데, 충격적인 건 그 내용이다.

 2018년(2017년) 강력사건(살인·강도·성범죄 포함), 절도, 사기 3가지만 비교했을 때 청주는 전주에 비해 26%(54%), 50%(64%), 40%(36%)씩 많았다.

 교통범죄는 더 심각해, 2년 평균 청주는 전주보다 74% 잦았다. 청주가 전주보다 인구가 많기로서니 28% 정도라면, 결론은 뻔하다. 변명의 여지가 별로란 뜻.

 물론 통계적 의미를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있음 직하다. 청주는 교육·양반도시 등 깨끗하고 조용한 이미지가 있다. 때문에 정체성에 반하는 범죄뉴스는 의외로 다가와 각인효과가 으레 증폭되기 마련인지라 범죄도시 낙인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일만 놓고 봐도 그렇다. 이춘재, 고유정 등 엽기적 살인 사건 범인이 청주에 살았거나 살고 있었기에 제대로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 그러자 9월인가 청주시는 드디어 "알고 보니 범죄율이 전국 평균 수준"이라며 오명을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로 좋은 걸까?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실험 결과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된 차는 그렇지 않은 차에 비해 금세 박살났다. 사소한 무관심, 방조, 방치의 결과에 착목한 범죄 이론인데, 뉴욕시는 이론에 따라 치안강화 대신 낙서부터 지운 결과 5년 후 지하철 범죄를 75%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나비효과'라는 말도 있다. 곤충의 작은 몸짓이 나중에 엄청난 기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긴데, 청주가 범죄도시의 굴레를 쓰게 됐다면 어딘가 그런 신호가 있었을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도 새겨 볼 만하다. 큰 사고는 다 수많은 조짐(작은 사고)이 누적된 결과란 이 법칙에 대입하면, 청주의 땅속 어딘가에 마그마가 끓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무너진 질서의식, 희박한 준법정신쯤이 그런 마그마가 되겠다. 20여 년 전 청주지검장이 "사기 사건이 의외로 많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청신호가 켜지고 뒤차가 경적을 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실험에서 청주, 대전이 서울, 부산보다도 짧았다는 오래 전 보도를 기억한다. 이와 관련, "요즘은 대전보다 청주가 더 심하다"라는 게 충북경찰 고위간부의 최근 평가다. 자랑 못할 기질이요, 의식 수준이다. 그만큼 양심과 절제의 미덕을 엿 바꿔 먹은 시민들이 많아서인가, 청주가 과연 맑아질 것인지 회의가 든다.

 운전자의 밉상 매너, 사람보다 먼저인 노상적치물, 몸살 나게 만드는 쓰레기 배출(량)과 투기, 공해 수준의 현수막 등 질서를 비웃는 '깨진 유리창'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어메니티, 휘게 같은 품격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핵심 진단과 야무진 처방은 잘 안 보인다. CCTV는 더 늘어날 것 같다. 그렇다고 일상적 무질서에 젖은 '무개념'이 이것으로 제어될 리 만무다. 부정적 경험담은 긍정적인 것보다 훨씬 잘 퍼지는 법. 65대 25라고 한다. 시민 일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범죄가 브랜드가 되다니, 이름이 청주라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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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