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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경멸과 조롱은 예사, 개탄을 넘어 적대와 저주도 서슴지 않는다. 심리학 교수 김정운이 칭한 '고약한 노인네 증후군'말이다. 나이 든 사람은 여차하면 다친다. 예의 조언해도 듣는 이가 불편해하면 꼰대 혐의가 씌워진다. 민주화 세력의 반항적 레토릭으로도 자주 쓰이다 보니 색깔론처럼 등등한 게 꼰대론이다. 그래서 일상도처가 꼰대들의 무덤이다. 꼰대 주제의 방송드라마까지 나온 배경일 터, 그만큼 '꼰대와 거리 두기'가 쉽지 않다.

"라떼라떼라떼라떼 라떼는 말이야 아침부터 시작되는 꼰대라떼…"

영탁의 「꼰대인턴」 드라마 주제가다. 왕년을 뽐낼 때 으레 등장하던 '나 때'를 뜬금없이 '라떼'로 변형(실은 두음법칙 결과라고 본 '나'를 '라'로 환원하고 모음 'ㅐ'를 비슷한 'ㅔ'로 치환)시켜 뭇 꼰대를 빈정거린다. 과장이 왜 없겠느냐만 듣자 하니 허허롭다. 꼰대질을 어느덧 어떻든 피해갈 수 없기에 서러워지기까지 한다.

꼰대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질한 책들이 많다. 왕년에, 어딜 감히, 어떻게 나한테, 내가 왜, 내가 누군데, 뭘 안다고 등 '꼰대 6하원칙'에다, '꼰대의 습성', 꼰대 진단용 테스트 문항도 유세 중이다. 꼰대는 염치를 모른다는 둥, 꼰대 사전엔 '잘못'이 없다는 둥 비아냥 일변도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기술자'라는 정의도 눈에 띈다. 어떤 교수는 그 본질을 '우등생들의 천민성'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어떤 직장인 대상 조사 결과 '조직 내에 꼰대가 있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고 한다. 예전 모 신문 특집에 소개된 꼰대 유형 3가지(고리타분형,독불장군형,조언자형) 중 인격적인 조언형조차 위선자로 의심받는 마당이다.

사실 꼰대들은 반성해야 한다. "힘들다"는 불평을 못 받아주는 태도는 기성세대 속성상 자체로 비난거리일 수 없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의 무심한 어법이 안 먹히는 세상이다. "아프니까 분노한다"가 보편적 정서라서다. 더욱이 충고는 곤란하다. 『악마의 사전』(앰브로스 비어스)에서 '친구를 잃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진정이 담긴들 결국 '답정너'를 주입할 셈이란 얘기다. 하물며 선배, 어른이라고 함부로 나섰다간 역습당하기 십상이다. 슬쩍 옆구리 찌르는 넛지 전략이 그래서 생겨난 거라면 서양에서도 꼰대가 기피대상인가 보다. 하긴 메리토크라시(실력주의)를 경멸한다나·

온고지신이라고? '동창이 밝았느냐~', '태산이 높다 하되~'로 각각 시작되는 선인들의 시조나, '젊어서 고생은~'같은 속담도 더이상 의미롭지 않다. 인생을 먼저 알고 난 게 잘못인 시대가 됐음을 인정해야 할 판이다. 서열은 꼰대문화의 주범이요, 반말은 망신살의 단초다. 1980년대 나온 『일본은 망한다』란 책에서 존 워로노프는 일본어의 존대법을 문제 삼았다. 소통을 방해하므로 창의성을 죽일 수 있다는 논리다. 꼰대론 시각에서 보면 지존의 존대법을 쓰는 우리로선 끔찍한 지적이다.

꼰대 하면 훈수, 오지랖, 잘난 척, 권위적, 원칙주의자 등 부정적 묘사 일색이나 양지가 어찌 없을까? 문제는 공감이다. 이게 부족하니 지혜의 말씀으로 전달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꼰대를 위한 변명이 없을 수 없다.

우선 꼰대는 애정과 관심의 발로라고 기록돼야 한다. 무관심과 귀찮음이 몸에 밴 사람은 꼰대 자질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둘째로, 꼰대적 발상은 곰곰 들여다보면 쓸모 있는 것들이다―예절, 열정, 공동선 등의 가치를 뉘라서 부정할쏜가. 셋째, 꼰대 없는 세상이 더 희망적이란 근거는 희박하다.

꼰대도 꼰대 나름이다. 정신과 의사 양창순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건전한 까칠함의 조건으로, 내 의견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있을 것,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을 것, 끝까지 매너를 지킬 것을 제시했다. 이런 꼰대가 없지 않거니와―사실 많았고 많을 것―, 꼰대들이 지향하고 볼 일이다.

누군가 인생 매뉴얼을 찾고자 한다면 꼰대상을 그려도 좋을 것이다. 쓸모 있지만 거북하고, 때론 피하고 싶으나 따른대도 손해날 것 없으니. 다만 그 반응 조절이 늘 과제다. 하면 내 안에 '수비형 꼰대'를 모시는 건 어떨까? 건전한 꼰대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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