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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20 16:45:50
  • 최종수정2020.08.20 19:58:29

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비는 원래 양면적이다. 낭만인지 우울인지 우천(雨天)이 그렇고, 자원인지 재앙인지 우량(雨量)이 그렇다. 결과가 해갈일 수도 멸실일 수도 있다. 세찬 장대비도 난분분하는 는개와 공존하니 이중적이다. 직종별로 희비애환이 다르다. 누군가를 구속하고 격리하겠지만 누군가에겐 해방감이나 안도감을 주는 비야말로 표리부동하다. 수많은 시와 노래에서 보듯 그리움에서부터 애증, 회한에 이르기까지 빗줄기와 빗소리에 투영된 감정은 실로 다면적이다.

이처럼 그때그때 다른 것이 비의 속성이거니와 기록적인 이번 장맛비는 유난히 많은 이슈를 뿌려 놓았다. 기후변화와 4대강 사업 같은 거대담론에서부터 댐 방류타이밍, 인공수초 집착, 복구현장 복장상태 논란에 이르기까지 그 끝이 아득해 보였다. 따뜻한 위로와 활발한 대책 논의보다는 삿대질 버릇만 키운 듯해서 여러 모를 생각게 한다.

비는 한때 허물, 욕망, 고독도 덮어 주는 고마운 '장막' 이미지였다. 연전에 코이카 단원으로 인도네시아 반자르마신에서 2년간 혼자 지낼 때다. 오후 두세 시면 비가 어김없이 '장하게 오시는' 거다. 길어야 1시간쯤, 빗밑이 재서 더위만 식혀만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비 오면 마치 재충전 받는 기분이 된다. 체류 중 수해를 당한 적이 없어 다행이었는데, 비의 낭만적 이미지는 나중에 은근한 걱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귀국 두 달 전쯤 전해진 고향의 수재 소식이 그곳의 취약한 수리시설과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재해를 모르던 청주도 못 믿게 된 마당이라 수해 안전에 허겁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당시 청주의 침수 보도 가운데 분평지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필요 이상의 하천 복개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직감에서다. 주택공사는 지구를 관통하는 미평천을 복개, 길을 냄으로써 도로용지를 아껴 분양면적을 최대화했다. 이런 선택은 모충동 무심서로 확장 비용(약 120억 원)을 부담했기에 나온 고육책일 수 있다. 하지만 설계유량이 충분했는지, 시의 사후관리 부실은 없었는지는 추궁거리일 수 있다. 또 신영(대농지구)과 토지공사(하복대지구)도 각각 수백억 원대를 시에 기부했다고 비하동 석남천의 유역 정비와 복개 공사에 인색,부실했던 건 아닌지 궁금했다. 비하동 침수도 대단했었기에 말이다.

3년 전이나 올해처럼 큰비에 대비하는 일이 그리 쉬울 리 없다. 최근 나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30년 뒤 남한에서 사과 재배를 보기 힘들게 된다는데, 아무튼 기후변화와 함께 찾아올 기상이변이 더욱 난폭해질 것이다. 탄소배출 저감 시책이 겉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얕은 기후변화 대비책으로는 어림없을 터, 하물며 잘잘못 따지는 데만 골몰해서야…. 수해가 나면 으레 갖가지 미담이 회자되게 마련이건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돌아가며 터지는 물난리에 웬 원망들이 많은지 갑론을박을 곱치며 상처를 키웠다.

그래서인가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로 끝나는 윤흥길의 중편소설 「장마」가 문득 떠올랐다. 올 들어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움츠러들게 만들더니 '그놈의 빗소리'(소설 속 표현)는 세인의 염장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장마」는 전쟁 통에 한집에 살게 된 안사돈끼리 갈등을 겪다가 극적인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손자의 눈으로 그렸다. 국군 장교로 참전했다가 전사 통지를 받은 외할머니, 빨치산인 차남의 안부가 궁금해 미칠 정도로 예민해진 친할머니를 둘러싼 갈등의 공간마다 음울한 장마 이미지가 깔려 있는데, 결말은 용서란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고 보니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사마의를 놓친 것도 비 때문이었는데,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그가 탄식하면서 남긴,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이루는 것은 하늘"(謀事在人 成事在天)이란 말을 되새겨 본다면 아마 '겸손'이 아닐 성싶다.

장장 54일. 장마전선이 물러난 자리 곳곳의 상처마다 야무진 일머리, 화합, 겸손의 새살이 돋아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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