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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와 있는 오늘일지도 모르는 미래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 웹출고시간2021.07.14 17:33:44
  • 최종수정2021.08.19 14:08:55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전 총장

오랜만에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4년 간의 총장 임기를 마치고 교수로 복귀해 강의를 진행한 첫 학기였다. 새내기 마음으로 출발했던 2021년 1학기 학사 일정이 지난 달 말 종료됐다.

어린시절에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곤 일생의 거의 전 시간을 교실이나 강의실에서 지내다 보니 연중 빠짐없이 방학을 맞이하곤 했다. 지난 4년 동안 학교 총장을 맡아 일하던 시기에만 방학이 없었다. 국립대학의 총장은 행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해 대학 운영을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과 같이 방학이 없다.

청주교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다. 여느 교수들과 다를 바 없이 학교의 연중 학사 일정에 따라 연구실과 강의실을 오가며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득 품은 많은 학생들이 청주교대에서 4년의 대학 시절을 보내고 일선 학교 현장에 둥지를 틀고 참된 교육자로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곤 했다. 학교와 연을 맺은 많은 학생과 교수님들, 그리고 나의 시간들이 오늘도 푸른 신록으로 교정을 지키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 나이테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총장직 수행으로 인해 5년(총장 4년, 안식년 1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다시 강의실에 서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미 지난해에 비대면 강의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태도나 학습 열의가 매우 높았다. 학생들이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논문이나 도서에 대한 이해가 더 포괄적이고 깊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기주도적 학습 수준이 대단히 높았으며, 1학기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결석을 하는 학생도 거의 없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격히 확대된 비대면 강의는 예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동영상 강의를 계획하고 녹화해서 학습관리시스템에 탑재하는 과정까지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느라 다소 애를 먹기도 했다. 학기초에 동영상 강의 녹화 중 기기 작동 미숙으로 70분 동안 음성 녹음이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돼 다시 녹화하느라 연구실에서 새벽을 맞이해 보기도 했다. 불현듯 다가온 비대면 교육현장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이렇듯 비대면 강의는 대면 강의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이 요구되는 부분이 많았다. 대면 접촉이 제한됨으로써 질의응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강의 내용이나 사회와 인생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없었던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여러 난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 내내 모든 수강생들이 함께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강의자로서 나 또한 최선을 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생지도에 헌신하시는 초·중·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인류 역사는 늘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이었다. 어제의 인류 역사가 그러했듯이 오늘과 내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역사도 희망의 길로 갈 것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갖는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이라고 한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와 있는 오늘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지혜는 미증유의 시련을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믿음에 더 충실해지는 한 학기였다.

다시 교수로 복귀하여 많은 책과 논문을 읽는 등 연구하며 새삼 확신하는 것이 있다. 고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인재양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에 따른 교육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우리 교육자들의 시대적 소명이 있다는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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