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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작가

"아니 아들에게 전화했는데 벨이 거실 소파에서 울리는 겁니다. 핸드폰을 깜빡 집에 놓고 간 거지요. 그런데 울려대는 아들 핸드폰에 제 번호가 뜨고 있는데 뭐라고 적혀 있는 줄 아세요? 참 기가 막혀서. '우리 꼰대'라고 표시되어 있더군요."

운동을 마친 뒤, 탁구 동호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푸념을 늘어놓은 분은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한다. 아마도 그분은 '아버지' 가 아닌 '꼰대'로 자신을 호칭했다는 아들의 인식이 무척 괘씸했나보다. 보통 '꼰대'라는 호칭은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중장년의 남자 어른들을 일컫는 은어였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어른을 보면 '꼰대'라고 말한다. '꼰대'라는 어원은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영국의 국영방송 BBC가 '꼰대'라는 우리말을 '세계적 관심을 모으는 키워드' 중의 하나로 인정하면서 '자기만 옳다고 믿는 나이 먹은 인간들'이라고 꼰대의 정의를 내렸다고 한다.

"이른바 '꼰대 육하원칙'이라는 것도 있대요.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너 만했을 때는 말이야! 어디서 감히!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어떻게 나한테 이래? 그걸 왜 해?'라고 말이죠. 그것이 꼰대들이 즐겨 쓰는 말이랍니다."

상처받은 그분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함께 웃자고 꼰대의 육하원칙을 늘어놓다보니 그 내용이 바로 다름 아닌 나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와는 관계없을 것 같던 '꼰대'라는 그 말이 어느덧 그 대상이 되어버린 세월이 새삼 먹먹하게 다가왔다.

나이 듦은 꼰대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 지식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쌓인다. 그런 것들은 마침내는 깊은 밭고랑처럼 머리에 새겨진다. 그만의 생각의 골은 점점 깊어져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굳어져 꼰대 육하원칙과도 같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꼰대'를 부정인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꼰대는 이 사회에 유용하게 활용되어야 할 귀중한 자산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꼰대는 아니다. 꼰대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진화해서 수많은 경험이 축적된 움직이는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직 사회경험이 미천한, 자식을 포함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中에서

세상은 끊임없이 순환된다. 사계절의 의미를 살펴보면 인생사가 녹아있다. 봄은 어린아이와 같고, 혈기왕성한 청년은 여름을 닮았다. 중년의 풍요롭고 쓸쓸함은 가을이 어울린다. 하얀 눈 같은 은발의 노인은 겨울과 유사하다.

지금 이즈음의 불붙는 산야를 보라. 봄여름의 살아온 세월로 제 몸을 환하게 물들이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이 시대의 어른들을 연상한다. 꼰대 소리를 듣는 중장년들은 이 가을의 정점에 와있는 것이다.

저녁식사 내내 동호회원들은 탁구 이야기로 가득하다. 탁구는 공을 주고받는 운동이다. 반드시 상대방이 존재해야 가능한 운동이다. 실력이 좋은 고수(高手)일수록 상대편이 받기 좋게 넘겨줄 수 있다. 반면 초보자의 공은 갈팡질팡한다. 고수의 공이 단순하면서 부드럽다. 반면 하수의 공은 경직(硬直)되어있어 받아넘기기가 까다롭고 불편하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하게 되면 하수가 고수를 이기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

꼰대는 삶이란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투자한 고수와도 같다. 삶의 초보자들에게 정확하게 공을 넘겨주는 지혜를 갖고 있다. 그래야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꼰대라는 말이 도마에 올랐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도 아드님이 그냥 '꼰대'가 아닌, '우리 꼰대'라고 표현하니 얼마나 좋아요. 꼰대 역할을 제대로 하셨나봅니다"

그때서야 '우리 꼰대'의 얼굴이 겸연쩍게 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나도 오늘 아들의 휴대폰을 슬쩍 들여다보아야겠다. 아들의 폰에 난, 어떤 호칭으로 불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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