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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7.10 17:31:27
  • 최종수정2019.07.10 17:31:27

윤기윤

작가

'금일 아버님이 소천(所天)하셨습니다. 핸드폰에 남아 있는 연락처에 염치불구하고 소식을 전합니다. 아들 올림.'

문자 한 통이 배달되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핸드폰을 열어 연락처를 통해 고인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몇 년 전 직장에서 알고 인사를 나눴던 분이었다. 잘 모를 뿐,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녀의 뜻은 가상했지만 묘한 난감함이 교차했다. 일관계로 만나 몇 번 인사를 주고받은 사이였다. 부조금은 얼마를 해야 하며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다보니'내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렇게 계산적이었던 사람이었나?'하는 회의조차 밀려왔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부고를 보내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보내야 하는 것인가. 치부책을 들춰내어 주고받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보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혹여 애매한 관계의 지인에게 부고를 전했을 때, 마음속 깊이 유감을 표해주거나 애도하기보다는 금액의 정도와 문상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을 생각하면 그 또한 도리가 아닐 것 같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경조사비의 적정비용을 기사화한 적이 있었다. 기본 직장인은 3만원 그러나 식사를 한다면 5만원을 낸다. 같은 직장인일 경우 직급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신입이나 대리급은 3~5만원이며 과장이나 팀장급은 5~10만원이다. 퇴직자나 은퇴자의 경우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 친구나 지인과의 관계도 소상히 적혀 있었다. 친한 친구의 경우 10~20만원, 가끔 연락하는 사이는 보통 5만원이다. 연락이 거의 없거나, 몇 년 만에 연락 온 사이는 안 해도 된다고 못 박는다. 거래처의 경우 갑과 을의 관계는 다를 것이다. 그것은 예의나 도의를 떠나 어떤 훗날의 보상심리가 포함된 액수이므로 예외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5만원과 10만원의 차이가 사람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 짝이 없다. 마치 내 속을 들킨 느낌이 든다. 5만원을 하거나, 받았을 경우'생각보다 친하게 생각하지 않는구나.'라고 여기며 서운한 감정이 들 것이며, 기대하지 않았던 지인으로부터 10만원을 받았을 경우'어, 이 사람은 나를 가깝게 여겼구나.'하며 내심 흐뭇했을 것이다.

"뭐 나는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김영란 법 때문에 5만원이상은 못한다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어. 그래서 마음의 부담이 준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속마음은 편하지가 않아."

공무원인 한 친구는 부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말하면서 씁쓸함을 토로한다.

부조의 관행은 도의에 가깝다. 부조는 사실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선한 마음에서 출발한 우리 민족 전통이었다. 일종의 품앗이었다.

"부조는 과거 어른들이 낸 돈을 회수하는 차원의 거래일뿐입니다. 안 받고 안 내는 것이 서로 편하지 않을까요?"

요즘 젊은이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부조의 전통이 점차 퇴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요즈음은 청첩장이나 부고를 많이 받는 나이대도 과거와 다르다. 그 이유는 만혼추세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도 80세를 훌쩍 넘겼기에 5060세대의 부모 부고도 점점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차라리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때, 부조를 하게 되면 그나마 괜찮지만 소득이 줄고 있는 시점에서 부조는 마음에 부담을 준다.

상부상조 의식에 기반을 둔 경조사 전통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도 받은 만큼 내야하고, 또한 베푼 만큼 거둬들여야 한다는 묵시적 거래가 단단하다. 이제는 경조사비를 줄여 진심으로 기쁨은 함께 축하해주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의 자리로 만들면 어떨까.

아침에 핸드폰으로 온 부고 소식에 한참을 고민을 하다, 결국 문상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부조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문상객 틈에 끼어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편히 가십시오. 그곳은 어떤 세상인지 알 수 없지만 이곳보다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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