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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송편, 율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 웹출고시간2017.09.24 15:39:25
  • 최종수정2017.09.24 15:40:06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풀섶에서 귀뚜리가 구성지게 울고 반들한 장독 위에 푸른 달빛이 미끄러지는 고요한 저녁, 할머니가 그립다. "할머니, 옛날 이야기 하나 해주세요·" 할머니의 팔을 베고 누워서 조른다. "할머니가 애기할 줄 알아야지""아무거나 하나~ 응 잠이 안 와" "그래그래 이야기 하나 할게, 옛날 옛적 할머니 소싯적에..."하면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시작된다.

"추석이 가까우면 뒷동산에 밤이 영글어~ 그러면 난 밤송이 가시에 찔리면서도 자고 일어나면 뒷동산으로 달려갔지~ 밤이 수북이 모이면 부자가 된 것 같았지 뭐냐~ 울 아버지는 날 '부지런쟁'이라고 늘 부르셨지 부자로 살 거라고 하셨는데.., 내가 주워온 밤으로 차례도 지내고, 시집가는 언니 폐백으로도 썼지~, 그리고 한 겨울 출출 할 때 화롯불에 구워 먹기도 했는데 밤이 터져서 눈을 뺄 뻔도 했었단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밤을 밝히는 사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고 꿈속으로 간다. 그날 밤 나도 밤을 많이 주워 부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 이효선
할머니가 만든 추석음식에는 밤이 풍성했다. 송편소도 밤으로 하고, 밤을 설탕물에 반들반들하게 졸여 만든 밤사탕(밤초)도 만드셨고 밤 모양의 과자도 만드셨다. 그리고 밤이 듬뿍 들어간 갈비찜까지 푸짐하다. "느그들 공부 잘하라고 튼튼하게 쑥쑥 크라고 할미가 만든겨~" 하시며 한상 차려주시곤 하셨다.

'토실토실 밤토실'이라는 표현도 있다. 몸이 쇠약한 사람이나 밥맛을 잃은 사람이 밤을 먹으면 식욕이 나고 혈색이 좋아져 건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밤을 율자(栗子)라 부르는데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짜며 기운을 돋운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신장(腎臟)의 기운을 높여 정력을 보강해 주고, 배가 고픈 것을 견딜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과실 중에서 가장 좋다고 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신장의 기운이 떨어져 허리와 다리가 약해져 걷기가 불편한 노인이 먹으면 걸음을 잘 걷게 된다고 하였다. 율피(栗皮-밤 속껍질)를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수축되어 주름살이 펴지고, 율모각(栗毛殼-밤송이)을 달여서 마시면 위암, 당뇨, 코피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노인이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음 거리가 불편할 때 밤죽을 쑤어 먹으면 씻은 듯이 낫고, 꿀에 조린 밤초를 공부하는 학생에게 먹이면 집중력이 높아져 책상에 오래 앉아 있게 하고, 머리칼이 빠지는 사람이 밤을 늘 먹으면 신장이 튼튼해져 대머리가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송편

ⓒ 이효선
할머니가 만들었던 밤송편은 방앗간에서 직접 빻은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어 반죽의 되기를 조절한다. 반죽이 질면 손에 묻어나고, 너무 되직하면 반죽이 뭉쳐지지 않았다. "반죽은 찰지게 치대야 쫀득쫀득하지~"하면서 반죽 치대기를 강조하셨다. 밤은 껍질을 까서 한꺼번에 물이 자작할 정도로 넣고 충분히 익힌 다음 물을 따라 버리고 뜨거울 때 소금 간을 한 다음 수저로 으깬다. 탁구공 만하게 반죽을 떼어 밤소를 듬뿍 넣고 손으로 꼭꼭 오므려 조개모양으로 만든 다음 손가락 자욱를 낸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 낳아~" 하시는 말에 정성으로 모양을 만들었다. 아롱이다롱이 제각각 송편 빚기가 끝나면 조선솔을 찜솥에 깔고 빚은 송편을 위에 올려 투명하게 익을 때까지 찐다. 한 김 식힌 다음 햇 참기름을 바른다. 반들반들하고 고소한 송편은 할머니의 자랑이었다.

율란

ⓒ 이효선
율란(栗卵)은 큰 밤을 골라 껍질째로 푹 삶아서 차수가락으로 속을 파낸 후 체에 내린다. 밤을 삶을 때는 물기가 없이 삶아야 나중에 다시 밤의 모양이 잘 나오고 빚기가 쉽다. 여기에 반죽이 질어지지 않게 꿀을 조금씩 넣어주고 계핏가루를 넣어 반죽을 만든다. 밤 반죽을 만든 후 조금씩 떼어내 원래 밤 모양으로 빚어서 잣가루를 묻혀주면 된다. 율란 만들기는 언제나 내 차지였다. "손끝이 야물어서 넌 무엇이든 잘할 거야~ !"칭찬해 주시곤 하셨다.

어느새 절기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을 지나고 곧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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