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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신선의 음식' 송순청, 송순주

  • 웹출고시간2017.05.21 15:47:06
  • 최종수정2017.05.23 08:46:22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노란 가루가 온천지에 날렸다. 이 가루는 차를 덮고, 집안 구석구석에 쌓였다. 꽃가루 알레르기 주의보도 내렸다. 이 가루는 소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 송화분(松花粉)이다.

소나무는 풍매화다. 곤충을 이용하는 꽃과 달리 바람을 이용해 수분을 한다. 대량의 꽃가루를 만들어 내 바람에 날려 보내 수분을 시도한다. 우리는 이 가루를 모아 식용으로 먹기도 한다. 술이나 면에 섞어 먹기도 한다. 송화다식은 궁중음식으로 유명하다.

송순주

ⓒ 이효선
집안에 들어온 송화 가루를 닦아 내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있는 주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송순 따러 오세요~ 지금이 딱 좋아요"한다. 작년 손수담은 송순청을 선물했던 지인이다. 송순청 맛에 반해 금년에는 나도 담아 보겠노라고, 송순채취시기를 알려 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녀를 만나러 소나무 숲이 우거진 월악산 자락 미륵리를 찾았다.

월악산의 주봉인 영봉(靈峰)의 기운을 받은 자리에 도명희 선생님의 사과농장이 있다.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절묘한 풍경이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한 폭의 동양화를 꼭 닮았다.
ⓒ 이효선
"이곳은 월악산의 정기가 느껴져요." 하니 "사과 농사는 핑계고 사시사철 월악산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주말엔 여기 와서 살아요." 봄에는 다양한 봄꽃, 여름에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랑이 끝이 없다. 도명희 선생님은 학교 영양사로 전통음식을 단체급식에 적용하는 레시피 개발에 열중하고 계신 분이다.

송순을 따러 월악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볕이 뜨겁다. 조금 걸으니 헉헉~ 코끝에 땀방울이 맺힌다. "절기가 딱 들어맞네요. 여름의 문턱을 지나 소만(小滿)으로 가고 있잖아요." "그러게요. 앞으로 더울 날만 있어요."

산에 들어서니 벌써 나뭇잎은 쑥쑥 자라 하늘을 가린다. 산 속이 시원하다. "소나무 숲길을 걸으니 은은한 향기가 나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요" "공해 없는 월악산 깊은 산속 소나무라 그렇지요"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솔잎을 오랫동안 생식하면 늙지 않고, 원기가 왕성해지며, 머리가 검어지고, 추위와 배고픔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이 솔잎만 씹어 먹고 몇 년을 살았다는 옛날이야기가 전해진다.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도착 곳은 자연산 조선 솔밭이다.

송순

ⓒ 이효선
"새로 나온 소나무 순에서 송화 가루가 없어지고 솔잎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올라오는 요즘이 송순 채취에 적기에요." 송순이 똑똑 소리를 내며 쉽게 꺾인다. 신선한 솔향기가 진동한다. "지금 꺾으면 수분과 송진이 가장 많아요. 조금만 늦게 채취해도 새순이 나무로 변해 딱딱해져 청을 얻는데 실패하거든요. 친정어머니께서는 송순에 설탕을 섞어 항아리에 담아 땅 속에 묻어 두었다가 1년이 지난 후에 꺼내셨어요. 여름내 시원한 물에 타서 귀한 손님께 대접하시곤 하셨죠! 지금이야 돈만 주면 음료수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제철에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죠." 송순 담는 이야기를 귀동냥하면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작년에 담은 송순청은 갈색으로 향이 진하다. 찬물에 타서 마시니 "입안이 화~해지면서 속까지 시원해요. 갈증이 확 풀려요." 연신 감탄사가 나온다. 송순청을 넣어 돼지고기를 삶고 올리브 오일과 간장을 섞어 드레싱을 만든 뒤 주변에서 채취한 더덕 싹, 산미나리, 잔대 싹을 섞어 무쳤다. 커다란 접시에 얄팍하게 썬 수육과 나물무침을 올렸다. "우아~근사한 호텔요리 같아요." 고기에 나물 무침을 얹어 크게 한입, "환상의 궁합~그 자체인걸요." 2년 된 송순주도 한 잔, "온몸 구석구석에 길이 뚫리는 느낌·, 신선이 되는 기분이 이런 게 아닐까요·" 소감을 말했다. "내년엔 직접 담은 송순청 맛 보여주세요." "물론이죠! 꼭 오셔서 잘 담았는지 확인해 주세요." 라고 부탁의 말을 남기고 내가 딴 송순을 보물처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맑고 향기로운 소나무가 5월의 밥상을 풍성하게 하는 계절, 벌써 때는 여름의 문턱을 지나 소만(小滿)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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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