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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가지소박이, 오이·고추물김치

한여름의 행복

  • 웹출고시간2017.07.09 16:04:39
  • 최종수정2017.07.09 16:04:39

지명순

U1대학교

[충북일보] 소서(小暑), '작은 더위'라 불리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때다. 여름장마로 무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날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숨이 막히고 만사가 귀찮아 일도하기 싫다. 점심때가 돼도 밥 생각이 없다. 이럴 땐 몸에 열을 식혀주고 입맛을 살려줄 특별한 음식이 필요하다.

김경애님이 살고 있는 보은군 회남면 어부동, 이름도 예쁜 연꽃마을이다. 뙤약볕 아래 초록으로 가득 찬 연못에는 꽃분홍 연꽃이 봉우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이 되신 노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시골에 와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 레시피를 블로그에 올리는 취미로 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오늘은 그녀의 여름철 별미김치를 따라 담기로 했다.

가지소박이

ⓒ 이효선
김치재료를 구하러 텃밭으로 간다. 밤낮으로 쏟아 붓는 장마비에 농작물이 잘 있는지 걱정이라며 앞장을 서는 그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몇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가지, 고추, 오이, 토마토...우와, 채소가게에 있는 게 여기 다 있네요." 빨강·노랑으로 탱글탱글하게 익은 방울토마토를 직접 따서 맛을 본다. "어쩜 이렇게 달아요. 슈터에서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네요!" "그렇죠! 요것들 키우는 재미가 보통 아니에요." 그녀를 따라 튼실한 풋고추, 반짝반짝 윤이 자르르 흐르는 가지, 까실까실한 오이까지 따서 빨간 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제가 주인같이 뿌듯하고 기뻐요!" 라고 하니 "전 매일 아침 텃밭에 나오면 행복해요!"라고 한다.

가지(가자,茄子)는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해 여름철 열을 식히고 혈의 운행을 활발히 하여 어혈을 없애고 오이(황과,黃瓜)는 이뇨효과가 있고 장과 위를 이롭게 하고 소갈을 그치게 한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지켜주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채소이다.

먼저 가지소박이 담기, 팔등신으로 쭉 뻗은 가지를 6cm로 토막을 낸 후 십자로 칼집을 넣고 소금물에 담궈 뜨지 않게 무거운 것으로 눌러 둔다. 부추, 대파, 양파, 당근을 썰어 소를 준비한다. 밀가루 풀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 매실액을 섞은 뒤 준비한 소 재료를 넣어 버무린다. 절여진 가지는 물기를 꼭 짠다. 가지 칼집 사이에 소를 꼭꼭 채워준다. "오이소박이 담는 방법과 똑같네요·" "맞아요. 오이가 가지로 바뀌었을 뿐 오이소박이 담는 것과 똑같아요." 소를 채우고 남은 양념은 가지 겉에 묻혀 단지에 차곡차곡 담았다.

오이김치

ⓒ 이효선
이번엔 하얀 오이·고추물김치 담기, 먼저 통 오이 그대로 길게 칼집을 세군데 낸 다음 끓는 소금물에 담가 한 바퀴 휘리릭 굴려 꺼낸다. 초록빛 오이색이 누렇게 변했다. "오이를 소금에 절이지 않고 끓는 소금물에 데치는 이유가·" "이렇게 해야 오이를 끝까지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하게 먹을 수 있어요" 무, 부추, 양파를 썬 다음 참외까지 썰어 소 재료를 준비한다.

고추김치

ⓒ 이효선
"김치에 웬 참외··" "배가 비싸고 맛이 없어 대신 참외를 넣어 봤는데 너무 향긋하고 맛있어서..." 경험에서 나오는 레시피다. 하얗게 만든 소를 오이 칼집 사이에 채우고, 고추에도 씨를 빼낸 다음 그 자리에 소를 채워 준다. 김치통에 속을 채운 오이와 고추를 나란히 담았다. 마지막으로 다시마 국물에 소금과 매실 액으로 간을 맞추어 부었다. 하루가 지나 맛이 들면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가지소박이는 반 토막으로 잘라 담았다. 칼집사이에 양념이 빼곡이 들어 있어 열십자가 또렷해졌다. "어머 가지는 부드럽고 양념은 칼칼해요~" 보랏빛 가지에 김치 양념의 조화가 생소하지만 친근한 그림을 보는 듯 어울리는 맛이다. 통으로 담은 오이·고추물김치도 먹기 좋게 잘라 그릇에 담고 국물도 흥건하게 부었다. 보는 건만으로도 갈증이 확 풀어진다. "오이는 시원하고 상큼... 고추는 소리까지 아삭아삭..." 참외의 향과 단맛이 물김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국물 맛이 기가 막히다. 국수 말아 한 대접 먹었으면....

날씨가 더워지는 만큼 그늘도 깊어지는 소서(小暑)다. 텃밭에서 딴 열매채소로 담은 별미김치가 잃은 입맛을 찾아주는 행복한 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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