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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이 찾아가는 충북의 절기밥상

들판에도 개울가에도 새로 돋아난 나물이 지천이에요

  • 웹출고시간2017.04.02 15:30:18
  • 최종수정2017.04.09 15:20:03

달래

ⓒ 이효선
때는 바야흐로 춘분을 지나 청명 절기로 향하는 봄, 나는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봄볕을 따라 충북의 남쪽 영동군 심천면 이성옥씨 댁을 찾아갔다. 이성옥씨는 직접 농사지은 포도로 손수 와인까지 생산하는 하우스와인농장의 안주인이다. 와인을 잘 담기로 소문이 파다한 그녀가 햇나물로 맛있는 밥상을 차려 준다고 하니 "봄나물에 와인 한 잔··"이 기대되어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포도 그림이 그려진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주인장보다 먼저 화사하게 핀 노란 산수유 꽃이 손님을 반긴다.

"들에도 개울가에도 새로 돋아난 나물이 지천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를 따라 집근처 들판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개망초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곰보배추도 있다. 감나무 아래, 포근한 낙엽 이불을 들추니 빼죽 얼굴을 내미는 머위순은 얼마나 반가운지 심장이 떨린다. 실파처럼 잎이 가는 자연산 달래는 알이 굵다. 양지쪽 언덕에는 난초같이 이파리가 매끈한 원추리가 연두 빛으로 곱다. 기쁨의 연속이다.

지명순

U1 대학교 교수

"어떻게 이런 나물을 금방 찾을 수 있어요·"라고 묻자 그녀는 "한번만 배워두면 금방 알아볼 수 있어요 " "내년 이때쯤에 또 날 거예요" "우리는 고기와 생선만 사다 먹어요" "철철이 자연이 주는 이 귀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라고 시골살이의 즐거움을 종달새처럼 노래한다. 어느새 개망초, 원추리, 곰보배추, 달래가 한가득, 머위와 머위 꽃까지 따서 봄나물 부자가 됐다.

들에서 돌아와 이번엔 장화를 신고 마을 앞 물가로 자리를 옮겼다. 개울가엔 어느새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돌미나리가 가득하다. 정말 미나리꽝이다. 하하 호호 수다를 떨며 미나리 뜯는 재미에 푹 빠졌다. 봄나물을 캐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데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기대하면서 나물을 다듬고 씻어 한바구니 씩 펼쳐 놓으니 마음이 뿌듯하다.

돌미나리

ⓒ 이효선

머위꽃

먼저 고춧가루, 고추장, 매실효소액과 깨를 섞어 새콤달콤한 양념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나리와 달래를 나중에 넉넉히 넣어 버물버물 무쳤다. 향긋한 미나리 겉절이가 완성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했으니 애주가를 위한 최고의 반찬이 아닐 수 없다. 팔팔 끓인 소금물에 개망초와 곰보배추를 살짝 데쳐 고추장, 간장, 된장을 섞어 되직하게 만든 양념장에 무쳤다. 나물에서 수분이 나오니까 양념장이 수분이 많으면 질컥질컥해서 맛이 없단다.

머위

ⓒ 이효선
아직 여기서 끝이 아니다. 머위순과 머위 꽃으로 튀김을 만들었다. 먼저 머위순과 꽃을 튀김가루에 무치고 묽은 반죽에 넣어 얇게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퐁당! 바삭바삭하고 향긋한 머위순과 꽃 튀김이 되었다. 머위는 잎, 꽃, 줄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는 나물이다. 머위가 미세먼지와 황사로 칼칼해진 목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래를 삭혀주는 기능이 있고 뿌리를 달여 마시면 기침을 멎게하고 폐를 튼튼하게 한다고 하니 올 봄 자주 식탁에 올려야겠다. 마지막으로 멸치다시에 된장을 풀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우울증을 치료하고 여성의 몸을 보호하는 약재로 쓰이는 원추리로 구수한 된장국까지 끓였다. 어린 원추리는 맛이 달큰했다.

내손으로 직접 나물을 캐고 뜯고 만들어서 감동으로 차린 밥상에 와인까지 더해지니 흥이 절로 났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니" 하고 시작되는 흥얼거렸다. 내 몸 봄나물로 깨끗이 정화되어 들어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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