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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들깻잎 장아찌와 깻송이 강정

익어가는 가을

  • 웹출고시간2017.09.17 14:29:12
  • 최종수정2017.09.17 14:29:27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대충대충, 빨리빨리 출근준비를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을 둘 사이도 없다. 그런데 초가을부터 좁은 난간에서 가지를 썰어 말리더니 호박, 토란줄기, 야생버섯까지 날마다 새로운 재료를 널어 말리는 것이 아닌가! "누구인지 참 부지런 하네~" 하면서 구경도 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 부지런한 사람의 주인공이 옆집 할머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도 찹쌀 풀을 입힌 들깻잎을 뒤적이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에요!"하면서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 뭘 그렇게 말리세요·"하니 "영감이 가까운 곳에 텃밭에 농사지은 건데 가을볕이 좋아 뭐든 잘 말라요!" 옆집 할머니와 나는 여름채소 갈무리하는 것으로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깻잎장아찌

ⓒ 이효선
일요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넉넉히 만들었다. 옆집 할머니께 "이런 거 좋아 하실지...." 하면서 한 접시 드렸다. 그랬더니 "우리 영감이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맛나게 잘 드셨다우~, 내가 담은 깻잎장아찌인데..." 하면서 내미신다.

가족들과 삼겹살을 굽는 날 "옆집 할머니가 주신 깻잎장아찌야 맛 좀 보렴~" 하면서 내놓았다. 가족들이 맛있다고 난리다. 구운 고기를 깻잎장아찌에 싸먹으니 산뜻하고 개운했다. "엄마도 이 깻잎장아찌 만드는 방법 좀 배워요."라고 딸내미가 신신당부한다.

날 잡아 할머니 솜씨를 전수 받기로 하고 우리 집에 모셨다. 깻잎장아찌 만드는 비법은 맛간장 만들기부터 시작이다. 먼저 간장에 동량의 물을 섞고 대추, 마른고추, 건표고, 감초, 마늘, 생강, 대파, 양파를 듬뿍 넣어 2시간가량 다린다. "이렇게 양념을 미리 넣고 끓였으니 양념이 안보여도 맛이 있어군요·" 다린 간장이 식는 동안 씻은 깻잎을 차곡차곡 10장씩 묶어서 그릇에 놓았다.

들꺳잎

ⓒ 이효선
"유자청 있으면 내놔요!" "깻잎장아찌 간장에 유자청까지 섞어요·" "유자청이 들어가야 깻잎이 향이 더 향긋해~" 하면서 작년에 담은 유자청을 한 국자 떠서 휘휘 저어 섞은 다음 깻잎에 부었다. 그리고 무거운 돌로 깻잎을 눌렀다. 2시간 정도 지나자 숨이 죽어 차분해졌다. 숨이 죽은 깻잎은 차곡차곡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2~3일 후부터 먹을 수 있는데 오래 두고 먹으려면 3일 후에 간장 물을 따라서 다시 한 번 더 끓여야 까딱없지!" 하신다. 이렇게 담은 깻잎장아찌는 냉장고에 두면 내년 깻잎이 나올 때까지 먹을 수 있단다.

깻송이 부각

ⓒ 이효선
이맘때가 깻송이 부각을 만들어야 하다며 함께 만들어 보자고 하신다. 손수 농사지은 들깨에서 깻송이를 따오셨다. 파릇한 깻송이에 깨가 알알이 박혀 있다. "깨가 완전히 여물기 전에 꽃대부분만 잘라서 만들어야 햐~" 깻송이를 물에 씻어 물기가 빠지게 두었다. 그리고 5시간 불린 찹쌀에 물을 넉넉히 붓고 찹쌀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죽을 쑨다. "이렇게 밥알이 조금 있으면 나중에 튀겨 놓았을 때 꽃처럼 돼~" 씻은 깻송이를 찹쌀풀 죽에 적셔 건조기 채반에 올려도 되는데 찹쌀풀이 흐르기에 잠시 깨끗한 비닐위에 조금이라도 굳으라고 올려둔다. 그리고 건조기에서 바삭 말린다.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다가 요즘 영감이랑 둘이 사는데 이것저것 음식 만들어 영감 먹이는 재미가 신혼살림 같아~" 하시며 부부금술이 나이 들어 좋아졌다고 하신다. 바삭 말린 깻송이는 비닐봉투에 담아 바람이 통하지 않게 두어야 한다.

"할아버지, 삼겹살 구워 깻잎장아찌에 싸서 소주 한잔 하실까요·" "좋지~" 급하게 깻송이 부각도 튀겨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와 우리 가족이 만나는 저녁밥상이 차려졌다. 깻송이 부각은 바삭바삭 톡톡 깨알이 입에서 부서진다. 고소함이 입 밖으로도 나오는 것 같다.

"어머 들깨향이 너무 향기로워요"하니 할머니는 "울 사위 추석에 오면 안주로 낼 거야" 하신다. 할아버지께서 "우리 할멈은 나보다 사위사랑이 더 크다 우~" 하면서 너털웃음을 크게 웃으신다. 이어 "무엇이든 영원한 것이 없으니 세상의 부귀영화도 마음의 평안도 영원하지 않지, 가족과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야 후회가 없어요!"라고 충고 하신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걸 고소하게 배우는 저녁시간이었다.

동의보감에 보면 들깨의 효능은 참 많다. 우선 몸을 덥게 하고 독을 없애고 기를 내리게 한다. 기침과 갈증을 그치게 하고 간을 윤택하게 해 속을 보한다. 그리고 정수, 즉 골수를 메워준다고 했다. 들깻잎은 비타민과 칼슘 외에 철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엽록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이 초록색 엽록소가 항산화작용, 돌연변이 억제 및 항암작용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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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