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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옥천의 생선국수, 생선튀김

진한 세월의 맛 - 민물생선 요리

  • 웹출고시간2017.07.30 16:33:22
  • 최종수정2017.07.30 16:33:22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무더위에 몸도 마음도 열정의 끈을 놓아버리는 대서(大暑), 일도 공부도 잠시 쉬고 피서를 떠나야 한다. 천렵은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옛날식 피서였다. 천렵에 즐겼던 생선국수로 원기를 보충하러 옥천군 청산면으로 향한다.

도착한 곳은 보청천이 유유히 흐르는 지전리 마을이다. 보청천은 보은 속리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청산면을 휘감아 금강으로 합류되는 하천이다. 그래서 이름도 보은과 청산의 첫 자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보청천은 여름철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천렵을 즐기던 공간이고, 아낙들이 한밤에 목욕하던 곳이다. 물고기가 많아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한 '천렵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생선국수

ⓒ 이효선
안동에서 시집 온 서금화씨는 청산 사람들이 끓여먹던 '천렵국'을 '생선국수'라는 이름으로 탄생시켜 식당업을 시작했다. 55년째 그 자리에서 한 결 같이 생선국수를 끓여 손님을 대접한다. 그녀의 나이 아흔, 검은 머리 새댁은 흰머리 할머니가 되었다. 힘도 달려 아들과 딸이 대를 이어 오늘도 생선국수를 끓이고 있다. 할머니는 아직도 곱고 단정한 모습으로 매일 가게를 지키고 계신다.

생선국수의 창시자로부터 생선국수 끓이는 방법을 전수 받는다니 영광이다. 제일 중요한 생선육수 만들기, 갓 잡은 붕어, 메기, 누치, 잉어, 칠어 그리고 산모에게 좋은 가물치까지 이름도 모양도 비늘색도 제각각, "우아~민물생선 종류가 이렇게나 많아요·" 민물생선 학습장이 따로 없다. "그날그날 잡아다주는 대로 사용하니 종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여러 종류의 생선 맛이 어우러져 구수한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누치

ⓒ 이효선
깨끗이 손질한 생선을 큰 육수 통에 모두 넣고 넉넉히 물을 부은 다음 불을 켠다. "처음 2시간은 뚜껑을 열고 센 불로 팍팍 끓이고 나머지 4시간은 중불에서 뼈가 흐물흐물하게 고면 돼요." 6시간 정성이 들어간 생선국물은 사골국물처럼 뽀얗다. "이 뽀얀 진국이 보양식이네요!~" "그렇죠, 여름철 이 마을 사람들에겐 생선국이 최고의 보양식 이었죠!"

본격적인 국수 끓이기, 진국으로 고아진 생선국물을 작은 냄비에 덜어 고추장을 풀어 간을 한 다음 대파와 소면을 넣어 한소끔 끓이니 새하얀 국수가 빨간 국물에서 부드럽게 익으면서 걸쭉해졌다. "생선국수의 비법은 뭔가요·" "첫째는 생선육수이고, 둘째가 장맛이지!! 카랑카랑(얼큰하면서 개운)한 맛이 나게 끓여야 해~"

삼복더위에 땀으로 빠져나간 진액을 보충하려면 단백질 식품 섭취가 필수이다. 그런데 피부는 뜨겁고 소화기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져 소화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 단백질 재료를 부드럽게 삶아 따뜻하게 먹어야 소화가 잘된다. 생선국수는 생선을 푹 삶아 매운 양념을 섞어 뜨근하게 먹는 것이니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는데 안성맞춤의 음식이다.

생선튀김

ⓒ 이효선
생선튀김은 딸 이미경씨가 선생으로 나섰다. 몸집이 덜 여문 작은 누치가 재료, 누치를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밀가루에 굴린다. "비린내가 나면 어떡해요·" "생선에 밑 양념을 하면 튀김이 누글누글해져요." 밀가루 옷을 입은 누치를 다시 맹물에 잠깐 담갔다가 바로 기름 솥에 퐁당~지글지글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렇게 하면 밀가루 옷이 하나도 벗겨지지 않고 바삭하게 튀겨져요. 어머니의 비법이죠!~" '역시 고수는 뭔가 달라도 달라' 혼자 중얼거린다.

생선국수 한 젓가락, 카랑카랑한 국물 맛에 매끄러운 국수가 술술~잘도 넘어간다. "거짓말처럼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요!" 땀이 흐르지만 속은 뜨끈하고 시원하다. 한 대접 비우니 기운이 솟는다. 다음은 갓 튀겨낸 누치 튀김 맛 볼 차례, 통째로 간장에 찍어 머리까지... '어두육미'라고 했던가! "바삭바삭, 씹을수록 고소하고 뼈까지 다 씹혀요!" 할머니도 딸의 솜씨에 OK~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진한 세월의 맛이 담긴 생선국수와 생선튀김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요란한 매미소리에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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