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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퇴계 이황이 고기와 필묵을 선물로 받았다. 하지만 필묵은 받고, 고기만 돌려보내자 제자가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이황이 말하길 모두 거절하면 그 사람과 절교를 뜻하는 것이기에 큰 선물은 돌려보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필묵은 받아 절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마친 젊은이가 음료수를 들고 왔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감사하다며 꼭 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정중히 거절했다. 그 젊은이는 다시 음료수를 들고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며 난처해 한다. 마음이 짠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뜻을 전했고, 젊은이의 어머니로부터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음료수는 돌려보냈으되, 마음은 받았으니, 절교하지 않겠다는 뜻 또한 전한 듯 했다.

사람들은 청렴하면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비아냥으로'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속담을 가져다 쓰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1급 청정수에 은어와 산천어와 같은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1급수 깨끗한 물에서 기품 있게 헤엄치는 은어(銀魚)는'수중군자(水中君子)'또는'청류(淸流) 귀공자'라 불린다. 게다가 수박 향까지 나니'물고기의 귀족'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맑고 수온이 차가운 산간 계곡에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자태가 아름다워'계곡의 여왕'으로 불리는 산천어(山川魚) 또한 1급 청정지역에 살고 있다.

1급 청정수 맑은 물에도 고급 어종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물고기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사람들까지 모여들고 있다. 매년 여름철이면 봉화에서는 은어축제가 열리고, 겨울철이면 화천에서 산천어 축제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야말로 깨끗하면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말도 옛말이 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2월 7일'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기초단체인 시(市)에서는 창원시, 군(郡)에서는 증평군, 구(區)에서는 강남구의 청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단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이 모이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특징이다.

특히, 증평군은 82개 군 단위에서 2012년에 이어 4년 만에 또 다시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비례해 2010년 33,533명이던 인구는 올 11월말 현재 37,264명으로 늘어나, 충북 도내 11개 시·군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인다. 깨끗한 사람 주변에는 사람이 모여들지 않는다는 조상들의 가설도 무너진 듯하다.

산천어 축제를 세계 4대 겨울축제로 만들고, 연간 75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 봉화 은어축제의 주인공인 산천어와 은어도 1급수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그리고 창원시, 증평군, 강남구 발전의 원동력 또한 청렴이었다.

다산문집에는 정약용이 친구 아들에게 고을 수령이 지녀야할 덕목으로

제시했다는 육자염결(六字廉訣)이란 구절이 나온다. 소현령이 고을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묻자 부구옹이 여섯 글자의 비결이라며, 여섯 번 모두 청렴할 염(廉)자를 써 줬다는 내용이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을 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공직자의 청렴할 염(廉) 세 번이면 인구감소로 죽어가는 지역도 다시 살릴 수 있다. 청렴할 염(廉) 여섯 번이면 사람이 찾아오는 행복한 지역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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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