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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며칠 후면 '○○○데이'가 다가온다. 문득 제천시 백운면에서 태어나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와 활동하고 있는 오탁번 시인의 '해피 버스데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참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부조화속의 절묘한 조화이다. 동화 속 삽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버스를 탈 때 서양 아저씨가 할머니의 보따리를 들어 줄 것 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비록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아니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똑 같은 '데이'이지만 가슴 훈훈한 -왔데이(Wat Day), -먼데이(Monday), -버스데이(Busday)와는 달리 감동 없는 또 다른 '데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본에서 들어온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와 함께 1990년대 초반 경남 지역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해져라'라는 의미로 스틱형 과자 '○○○'를 선물한 게 계기돼 만들어진 ○○○ 데이는 그나마 잘 알려진 데이다.

3이 두 번 겹친 3월 3일은 삼겹살데이, 숫자와 발음이 비슷한 5월 2일 오리데이, 6월 6일은 고기(肉肉)데이, 6월 9일은 육우데이, 닭 울음소리에 착안한 구구데이(9월9일), 소 우(牛)자에 '一'과 '1'이 3개 들어간 것에 착안한 한우데이(11월1일)와 같은 축산물 데이가 있다.

과일과 농산물과 관계되는 데이로는 숫자의 발음을 활용한 인삼데이(2월3일)와 유기농데이(6월2일), 포도송이 모양의 8자가 겹친 8월 8일은 포도데이, 8월 18일은 쌀데이(八+十+八=米), 배를 선물하면 기쁨 2배를 의미하는 10월22일 배데이, 둘이 사과한다는 의미의 10월 24일 사과데이, 11월11일은 가래떡 데이가 있다.

이밖에도 아구데이(5월9일), 육포데이(6월4일), 추어탕데이(7월5일)와 같이 우후죽순 태어난 '데이'들이 우리나라에 40~50개가 있다고 한다. 참으로 우리는 데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데이들을 상술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름의 애환과 사연을 가지고, 농·축산물의 소비를 촉진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데이들도 많다.

비록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진 '데이'이지만 나름의 유머와 위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어(造語)의 기발함도 있다. 하지만 깊숙한 내면의 정감과 감동 보다는 현란한 언어의 유희가 느껴진다.

그러나 해피버스 데이에서는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영어와 경상도 사투리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도 서양의 유머와 위트, 동양의 해학과 익살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티 하나 없을 것 같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스함과 소통이 느껴진다.

그 많은 '데이들'이 마케팅만 있고, 정겨움이 없다면 해피버스 데이와 같은 시로 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 사이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늘 하루 우리 해피데이! 그리고 내일도 모두 해피데이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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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