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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7.13 14:12:13
  • 최종수정2016.07.27 13:55:30

최창영

증평군 미래전략과장

30여 년 전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였다. 신임 부대장이 부임했다. 그런데 부대장 성격이 여간 급한 분이 아니다. 형광등 스위치를 누르면 바로 불이 켜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부임일에 첫 번째 한 것이 관사 형광등 부수기였다. 그 당시 형광등은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지기까지 2~3초 걸렸다. 그 시간을 못 참고 백열등으로 바로 교체했던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우리는 자판기에 컵이 나오기도 전에 손을 넣고 기다린다. 사탕은 당연히 깨물어 먹는다. 그야말로 우리의 삶에는 쉼표가 없다.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얘기했다가는 느려터진 놈, 게으름뱅이 취급받기 딱 맞다.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굽이 돌아가는 길'의 일부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올곧고, 똑바르고, 직선만이 곧 선(善)이었다. 그야말로 우리의 삶에는 곡선이 없다. 곡선의 미학을 얘기 했다가는 우유부단하고 결단력 없는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다. 1905년 캐난은 '나태한 나라 한국'에서 우리 조상들이 '느렸다'거나 '게을렀다'고 묘사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까지 있었던 우리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쉬어가는 쉼표와 돌아가는 곡선은 사라지고,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40년간의 압축 성장은 우리에게 빨리빨리만을 요구해 왔다. 빨리빨리와 함께 직선으로 질러가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이었다.

어쩌면 그랬기에 서양이 몇백 년 걸렸던 것들을 우리는 몇십 년 만에 이룩했는지도 모른다.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 이따금 말을 세워 자신이 달려온 쪽을 잠시 바라본다고 한다. 미처 쫒아오지 못한 자신들의 영혼을 기다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매는 상공을 맴돌다 지상에 있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냥 직진하지 않는다. 수직에 가깝게 낙하한 후 수평방향으로 속도를 더욱 높여 먹잇감을 향해 날아가면서 낚아챈다.

혹시 우리는 빨리빨리로 인해 인디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 뒤에 숨겨진 영혼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먹이감을 빨리 낚아채는 것에만 눈이 멀어 수직강하만 하다 땅과 부딪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빨리빨리'가 아닌 '늦게늦게' 가자는 것은 아니다. 파죽지세 속에서도 대나무는 마디를 만들어 더욱 단단해 질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기와집 처마를 직선으로 하지 않고 곡선으로 빗물을 흐르게 지혜를 발휘했다.

음악에도 음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쉼표가 있어 음악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뒤를 돌아보고 주위도 살피며 적당히 쉼표를 찍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출근길, 앞서 달리는 초보 운전자의 '거침없이 직진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초보자는 쉼표가 없기에 거침이 없다. 직진만하기에 곡선이 없다. 그래서 초보인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프로의 삶은 쉼표가 있는 삶이 아닐까? 인간관계 또한 때로는 곡선관계가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쉼표와 곡선이 있는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은 아닐까? 문득 고은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이라는 시 구절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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