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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나이가 들면서 자주 듣는 인사말이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재미있게 잘 지내시죠다. 왜 이런 인사를 듣게 되는 걸까? 아마도 젊은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이가 들면 멀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나이든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 것일까? 해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 해답을 굳이 찾는다면 진짜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은 성인쯤일 것이다.

옛날 사치벽이 심한 재상이 있었다. 그가 새집을 지었다. 집을 다 지었지만 기둥이나 대들보, 처마와 서까래에 작은 흠집만 있어도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 바람에 멀쩡한 집을 세 번이나 다시 지어야 했다. 벽과 창문을 최고급 풍으로 한 초호화 건물이었다. 관과 수의도 최고급만 직접 골라 미리 마련해 두었다. 바느질까지 직접 꼼꼼하게 살폈다. 모든 준비가 끝나 새집으로 입주하기 직전 지방에 내려갈 일이 생겼다. 충청도 어느 고을에 묶게 된 그는 여관방에서 갑자기 객사했다. 도백(道伯)으로 있던 친구가 호상이 되어 필요한 물품을 서둘러 준비해 운구해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공들여 마련한 화려한 새집에서 하루도 살아보지 못했다. 격식을 갖춘 축문조차 없었다. 시신은 미리 갖춰둔 비단 수의 대신 허름한 베옷으로 서둘러 염습했다. 상례(喪禮)절차도 대충대충 진행됐다.

그는 마침내 객지에서 구한 초라한 널에 담겨 돌아와 집에도 못 들어간 채 묻혔다. 자신이 추구하던 것과는 정반대로 생을 마감했다. 심재(沈재)의 송천필담(松泉筆譚)에 나오는 얘기다. 이야기 끝에 글쓴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물은 크게 성대한 것을 꺼리고(物忌大盛) 귀신은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을 싫어한다

송대의 학자 정이(程이)가 말했다. 외물로 몸을 받드는 사람은 모든 일을 다 좋게 하려하나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만은 도리어 좋게 하려 하지 않는다. 진실로 바깥 사물이 좋을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이 이미 나쁘게 되는 줄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제 몸과 마음을 다른데 놓아두고 외물봉신(外物奉身) 즉 바깥 가물에 온통 눈이 팔려 거기에 우선순위를 둔다. 일단 주체가 허물어지고 보니 외물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

부귀에 취하고 권력에 맛이 들면 옳고 그름의 판단은 어느새 물 건너가고 만다. 뜻을 잃은 몸과 마음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허깨비 인생이다. 재물과 위세는 움켜진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솔솔 빠져나가버린다. 살았을 때 고심해 갖춰둔 마련마저 제가 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엉뚱한 사람의 차지가 된다.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과 고급차를 소유하고 술 마시고 이성과 사귀고 해외여행도 다니며 사는 것쯤 될 것이다.

이런 행복들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때 생긴다. 욕망이 되면 행복을 얻더라도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욕망은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욕망의 풍선은 구멍난 것처럼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가지면 가질수록 갈증이 더해가며 마음을 괴롭힌다. 마치 갈증 날 때 소금물을 마시는 것처럼, 또한 욕망은 괴로움의 씨앗이다. 욕망은 집착이 특징이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그 자체가 괴로움이다. 설사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행복은 잠깐이고 얻은 것이 없어질까봐 두렵고 불안하다.

이 때문에 욕망을 통한 행복은 행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괴로움이다. 마치 칼날 위에 발라진 꿀처럼 달콤함에 취해 꿀을 먹다 보면 혀에 큰 상처가 나는 것처럼 결국 욕망을 통한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없다.

행복하려면 욕망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욕망의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은 평안하고 여유로워진다. 여유롭고 평안한 마음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할 줄 알고 지나온 삶에 고마워 할 줄 안다.

또 미래에 닥쳐올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마치 산에서 시야를 흐리게 했던 구름이나 안개가 걷히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것과 같다. 석용산 스님의 시 도통(道通)이다.

인생 무상하다/ 말 하지만 /영원인양 착각한다 / 착각은 착각을 낳아 /오류의 집을 짓고 / 그 속에 허상들을 엮어 간다 / 어느날 한 줌 / 먼지됨을 아는 것

아직도 늦지 않았다. 나다운 모습으로 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거다. 성인(聖人)도 살고 죽으면 어리석은 자도 살고 죽는다. 그러나 성인은 생사의 도리에 통달해 있고 어리석은 자는 생사의 가치를 모른 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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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