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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남도 땅에서 꽃소식이 전해지더니 어느덧 우리집 뒤뜰에 복사꽃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옆에 있는 보리수나무, 모과나무도 잎새를 활짝 피웠습니다.

나무 밑 한평 남짓한 텃밭엔 지난해 가을, 아내가 씨를 뿌려 움이 텄던 봄동배추가 새파랗게 생기를 찾는가 싶더니 꽃대를 세우고 노란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지난 겨울 그 추운 날 눈보라 속에서 어떻게 견뎌냈는지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자아낼 뿐입니다.

앞마당 소나무, 대나무 잎이 생기가 돋는가 싶더니 소나무는 순이 손가락 만하게 솟았습니다. 소나무 밑의 할미꽃 두 포기는 솜털이 가득한 꽃대를 내밀더니 수줍게 고래를 숙였습니다.

영산홍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넝쿨장미도 새순이 돋아나고 금낭화, 네발톱, 제비꽃, 목련, 나리, 백합, 물망초 모두가 얼굴을 내밀고 꽃을 피우려 합니다.

봄기운이 더해가니 봄볕 흠뻑 머금은 생명들은 더욱 왕성하게 성장해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겠지요.

그러나 생명력이 왕성한 이 봄에 깨치게 되는 또 하나의 자연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생명의 무리이고, 딱딱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라고 한 노자의 말씀입니다.

참으로 깊은 지혜입니다.

봄날에 갓 피어나는 새싹들은 참으로 부드럽고 야들야들 합니다. 그 속에 생명이 충만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늦가을과 겨울 나뭇가지들은 딱딱하고 거칩니다. 그 속에는 이미 생명력이 고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갓 태어났을 때는 몸이 한없이 부드럽고 야들야들하지만 나이를 먹고 죽음이 다가올수록 거칠고 피폐해 집니다.

부드러움은 곧 생명의 표상입니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부드러울 때 우리는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배움과 성장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굳어 버릴땐 한가지 시각만을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배움을 싫어하고 자연스럽게 성장도 멈춰 버립니다. 부드러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삶의 긴장의 무게를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뭇 생명들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이봄 겨울내내 몸과 마음에 누적 됐던 쓸데 없는 긴장과 고통을 걷어내고 자신의 생명력을 마음껏 펼쳐 마음속의 풍요를 찾아야 합니다.

봄은 사람들에게도 생기가 돋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일년을 잘 넘기기 위해서지요. 때문에 영양소는 골고루 섭취해야 됩니다.

난 오늘 점심은 뒤뜰에서 겨울을 보낸 봄동배추의 잎을 따다 고추장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썩썩 비벼서 먹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쑥을 넣고 끓인 된장국이 곁들여 지면 제격이지요, 나이가 들면서 자극적인 음식이 입에 맞는데 의사가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같은 노인성 질환에는 짠음식이 독약이라는 표현까지 해줬으니 자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화주 한잔을 마십니다. 투명한 유리잔에 따른 국화주는 황금색 빛깔이었습니다. 금잔옥대라고 하던가요, 황금잔에 백옥의 잔받침을 해 술을 마시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금의 나보다 흥취가 더 날까· 아닐까·

봄향기 가득한 내 집에서 꽃의 향취를 느끼며 유유자적하며 마시는 국화주 한잔이 어쩌면 감로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찻잔에는 꽃잎 하나를 띄웁니다. 겨우내 한파를 견뎌내고 아름답게 핀 꽃은 나에게 삶에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 줍니다. 생의 뒷목에서 좌절과 절망에 빠져 속절없이 주저 않고 싶었을 때 분연히 떨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봄날 같은 희망을 가집니다.

그러나 막연한 희망보다는 구체적인 희망을 가질 때 성취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명체가 차가운 땅속에서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 속에서 오랜 시간을 인고하며 기다렸다 생명력을 피우듯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렵고 인생은 평생을 배움 속에서 사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권선징악은 일일연속극에서 실현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소박한 삶 목표가 있는 지혜로운 삶을 찾는다면 해답은 쉽게 도출 됩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덜어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면 곧 행복을 얻는 것입니다.

행복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다든지, 되고 싶은 것이 된다든지, 하고 싶은 것을 한단 든지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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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