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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처음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 취업난 시대에 자식취업을 걱정하는 수많은 부모들을 보면서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몇 년을 가지 못했다. 힘들어 하는 아들 때문이다.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트리인 줄 안다. 하지만 자신은 그 트리를 밝히는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좋은 직장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급여도 넉넉하게 받고 진급도 잘 되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장 그러나 그런 직장은 그리많아 보이지 않는다. 바쁜 일과에 쫓기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줄어들고 수직 관계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직장에 얽매이다 보면 몸은 지쳐 쓰러질 지경이다. 그날그날 쫓기듯 숨 막히는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며 실적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게다가 웃사람까지 못되게 만나면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다. 난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출근해서 긴장한 채 회의에 들어가면 우선 화부터 낸다.

'어제 실적 좀 내놔. 왜 이렇게 저조해. 자네 직원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현장 확인 좀 잘해. 저녁때 모여서 술만 먹지 말고 회사 일에 좀 신경들 써' 협박에 가까운 거친 말을 쏟아 낸다.

어쩌다 이쪽에서 답변을 하려고 하면 듣는 둥 마는 둥 한눈을 팔다가 트집이 잡혔다 싶으면 험악한 얼굴로 욕을 쏟아낸다. 여기까진 참을 수 있다.

'직원들한테 술 얻어먹지 마. 요즘 다른 직장 알아보는 중이야 뭐가 이래. 다들 집어치워'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할 땐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 같은 울분을 삼키며 회의실 문을 나설 때면 머릿속이 텅 빈 기분이다.

직장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대신 이 지긋지긋한 소굴을 언제 빠져나갈 수 있나 하루하루가 지겹고 무기력해 진다. 업무능력은 떨어지고 말씨는 거칠어져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며 매사에 부정적이다. 다른 직원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그들 역시 나에게 갖는 감정이 좋을 리 없고 관계가 악화된다. 사장과 중간간부, 직원 간에 서로 반목하고 불신만 쌓여간다. 그런 직장에서 직원들의 창의력이 나올 수 있고 화합해서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겠는가. 웃 사람 눈치만 보는 기회주의자만 양산하고 비능률적인 회사는 뒷걸음질 친다. 내가 그 시절 취미생활로 시작한 게 등산이다. 매일 아침 우암산에 오르고 그 주말엔 전국 명산을 찾는다. 자연을 통해 마음에 안정을 찾고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나갈 수 있었다.

직장에서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다. 그 때문에 가능하면 자신이 좋아하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고 그게 여의치 않았다면 취미생활을 통해 활력을 찾아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했던가' 취미생활에서 찾은 활력을 직장생활과 연계해 즐겁게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을 비우고 직장에 진정으로 올인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 내가 희망하는 방향에 따라 내 인생 노트에 쓰여 질 내용도 달라진다. 요즘 젊은 세대는 대다수 좋은 직장을 원한다. 헌데 그 좋은 직장의 기준은 모호하다. 때문에 고층빌딩 회전문 안으로 진입했던 상당수 젊은이가 다시 인력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른바 '돌취(돌아온 취업 준비생)' 현상이다. 이러한 젊은 퇴직자가 속출하자 직장내부에선 '회사에 오래 다닐 생계형을 뽑으라'는 경고 벨까지 울리고 있다.

만만한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삶은 누구에게나 처절한 것이다. 야박한 사회, 인정머리 없는 직장은 늘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그래 왔듯이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요구해 온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 한다. 인생에서 삶의 질은 직장생활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 꼭 이루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을 때 가장 윤기가 나게 마련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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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